갈비뼈 드러낸 괴물이 이효리 춤 선생님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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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연근 괴물 역 맡은 배우 김설진
현대 무용가이자 안무가로도 유명
“앞으로도 재미있게, 집중하고 싶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원작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보는 이들이 모두 컴퓨터그래픽(CG)일 거라 착각할 정도로 실감 났던 연근 괴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현대무용가이자 배우인 김설진(40)이었다. 연근 괴물을 직접 연기한 것뿐 아니라 괴물들의 움직임 모두 김설진이 구상했다.

김설진을 소개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안무가다. 그는 제주 출신의 타고난 춤꾼이었다. 1991년부터 스트릿 댄서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이후 방송으로 문을 넓혔다. 뒤늦게 현대무용에 빠져 대학에 진학한 이후 벨기에의 세계적인 무용단 ‘피핑톰 무용단’에도 입단했다. 2014년에는 Mnet의 ‘댄싱9’ 시즌 2에서 우승해 이름을 알렸고, 최근 배우로도 변신했다. 끊임없이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근 괴물을 연기한 현대무용가 김설진. /넷플릭스

◇‘욕망만 남은 인간’ 초점 맞춰 괴물 움직임 구상

-‘스위트홈’ 연근 괴물 역을 맡은 계기는.

“사실 처음부터 연근 괴물 역할 섭외가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움직임을 구상하기로 했었어요. 이응복 감독님과 미팅 도중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제가 괴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연근 괴물을 직접 연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직접 연기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괴물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도 내고, 후반 작업에서 목소리 녹음도 다 직접 했어요.”

‘스위트홈’을 본 시청자들은 모두 “괴물 연기가 실감 난다”고 입을 모았다. ‘어벤져스’, ‘엑스맨’ 시리즈 등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도맡아온 할리우드 최고의 특수효과팀 레거시 이펙츠가 특수분장에 참여해 분장 완성도를 높였다. 이외에 괴물의 움직임을 구상한 김설진 안무가의 역할도 컸다. 괴물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지도했고, 디테일한 표현까지 세세히 다뤄줬다. 물론 연근 괴물 연기도 뛰어났다. 이응복 감독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근 괴물 연기는 사실 분장을 안 씌우고 싶을 만큼 표현력이 좋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촬영 초반에는 분장을 하는 데만 5시간 넘게 걸렸다고 한다. /김설진 인스타그램 캡처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연근 괴물을 연기하기 위해 체중도 감량했다고.

“분장을 하긴 하지만, 더 실감 난 연기를 위해 체중을 10kg 넘게 감량했습니다. 연기를 하면서 항상 연근 괴물의 설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걸을 때도 발바닥 감각에 의존해 발을 질질 끌고, 벽을 더듬거려가면서 서툴게 걷는 모습을 표현했는데요. 연근 괴물은 괴물이 되기 직전에 머리 윗부분이 잘린 괴물이라는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머리가 잘리면서 시력도 갑자기 잃었고, 걷는 게 서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이처럼 연근 괴물들의 특성을 살려 연기하고, 이외 다른 괴물들의 움직임을 구상했습니다.”

-괴물의 움직임은 어떻게 구상했나.

“‘스위트홈’은 인간이 각자 감춰온 욕망이 발현되면서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된다는 설정인데요. 이에 주목해서 ‘욕망만 남은 인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찾아 야생동물의 본능적인 움직임 등을 보는 등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욕망만 남은 인간의 몸짓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아요.”

연근 괴물뿐 아니라 ‘스위트홈’에 등장한 다른 괴물의 움직임 역시 김설진 현대무용가가 구상했다. /넷플릭스

◇댄서로 데뷔 → 현대무용가 → 연기자로 변신

-정식 데뷔는 댄서였다.

“1991년부터 춤을 추기 시작한 스트릿 댄서였습니다. 방송으로 데뷔한 것은 1998년이에요. 김원준을 시작으로 코요태, 조성모 등의 댄서로 활동했습니다. 계속해서 춤을 추다 보니까 다른 분야의 춤도 춰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찰나에 현대무용에 대해 알게 됐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2008년에는 세계적인 무용단 중 한 곳인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에 합류했는데.

“2004년과 2006년에 피핑톰 내한공연을 보고, 제가 풀지 못한 숙제를 풀어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피핑톰 무용단이 지금처럼 유명하지는 않아서 어떤 곳인지 정보가 부족했어요. 막연하게 그곳에서 함께 하면 좋겠다, 재미있겠다 생각하고 있었고, 2008년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합류 이후 피핑톰의 성장을 함께할 수 있었어요.”

무버의 ‘볼레로 만들기. /김설진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 현대무용단 ‘무버’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고.

“2014년 무버를 창단했습니다. 즐기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재미있게 함께 늙어가자는 생각으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모인 곳이에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상업성이 있는 공연이나 작품만 하기보다는 저희가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17년 국립현대무용단의 ‘쓰리 볼레로’ 중 한 작품이었던 ‘볼레로 만들기’를 다시 단편 영화처럼 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계기는 ‘댄싱9’이었다. 

“‘댄싱9’에 출연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요. 우선 현대무용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댄서분들, 안무계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과 교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피핑톰 무용단에서 활동하면서 외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한국에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댄싱9’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고(위), ‘무한도전’에서 ‘이효리의 댄스 선생님’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Mnet·MBC 방송화면 캡처

-우승은 예상했었나.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믿기지도 않았어요. 일반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외모가 빼어나신 분들이 자주 주목을 받기 때문에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차피 우승하지 못할 거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연기자 ‘김설진’으로도 사랑받고 싶어

-이후에는 연기도 시작했다.

“피핑톰에 있을 때도 무대 연기는 했었지만, 정식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건 2017년 드라마 ‘흑기사’였습니다. 이후 연극 ‘뜨거운 여름’, 단편 영화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등에 출연했어요. 현재는 올해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빈센조’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흑기사’에 출연했던 모습(위)과 프로필 사진. /김설진 인스타그램 캡처

-스트릿 댄스로 시작해서 댄서, 현대 무용, 방송 출연, 연기 등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데.

“도전이라고 하기는 거창한 것 같아요. 이것저것 도전한다고 할 만큼 용기가 있진 않지만, 어릴 때부터 제가 하고 싶고, 마음이 두근거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앞뒤를 재면서 계산하기보다는 일단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해보고 있습니다. 좋아하고 두근거리는 일을 해야 게을러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사실 어떻게 될진 모르죠.”

-목표는.

“지금처럼 재미있게, 집중하고 싶습니다. 또 지금은 많은 분이 안무가, 현대무용가 김설진만 떠올리시는데, 앞으로는 연기자 김설진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디션 볼 준비, 다양한 작품활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관계자분들도 많은 연락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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