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지인 배신에 추락, 이렇게 부활해 50억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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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한국보원바이오 대표. /jobsN

은치약, 미백치약 등 기능성 치약을 만드는 한국보원바이오 김기영(57) 대표는 이력이 독특하다. 스무살이었던 1984년, 또래들이 캠퍼스 교정을 거닐 때 사회생활을 시작해 밑바닥부터 내공을 다졌다. 명동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구두 가게에서 1년 동안 판매원으로 일하며 종잣돈을 모았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유리 가공업으로 시작해 간판 회사를 공동 창업하고, 인테리어 사업을 함께 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적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한 번쯤은 큰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되풀이하던 김 대표는 1994년 30살 때 창업한 유통판매업체 매직슬로우의 성공으로 젊은 나이에 ‘돈맛’을 봤다. 처음부터 치약을 만들었던 건 아니다. 장사를 하면서 주방용품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무쇠솥과 솥뚜껑을 팔았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먹혔다. 서울 중구에 있던 미도파백화점에 입점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중반 연 매출은 17억원에 달했다. 1997년 외환위기도 무사히 넘겼다.

영원할 줄 알았던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장에 유사 상품이 나오면서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박람회나 행사장에 제품을 가져가 홍보했지만, 전시 자리를 두고 업체끼리 싸움이 벌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무쇠솥과 솥뚜껑만 팔아서는 회사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까지 찾아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주걱·국자 등 다양한 주방용품을 팔았어요. 또 체험 공간을 만들고 허리 보호대 같은 건강용품도 팔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건강용품과 의료기기를 함께 팔면서 회사 이름도 매직슬로우에서 한국보원바이오로 바꿨다.

노블S플러스 은치약과 투스홀 화이트 미백치약. /한국보원바이오 제공

치약을 팔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체험 공간에 의료기기 체험을 하러 온 손님에게 사은품으로 치약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누구나 하루 3번, 평생 써야 하는 치약을 싫어하는 고객은 없었다. 제품 홍보차 다닌 여러 행사장에서 치약은 항상 인기 상품이었다. 그는 치약으로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잘 팔릴 것으로 확신했다. “일반 치약은 경쟁력이 없을 거로 봤어요. 대기업 제품이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은치약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은은 세균 증식을 막는 항균·살균 성질이 있다. 김 대표는 이런 은의 성질을 치약 제조에 활용했다. 순도 99.9% 식용 가능한 입자를 넣은 기능성 치약을 만들었다. 2005년 치약 개발 전문업체에 의뢰해 1년 동안 실험 과정을 거쳤다. 옅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는 은가루를 치약 액상에 잡아두는 배합 기술이 핵심이었다. 2006년 제품당 금·은박이 0.91g 들어가는 ‘노블G플러스 금치약’과 ‘노블S플러스 은치약’(bit.ly/2XOuppx)을 만들었다. 2006년 한국콜마에 생산을 맡기고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보원바이오 제공

◇홈쇼핑 통해 연 200만개 팔려···대형마트 입점도 했지만

김 대표의 안목은 적중했다. 대형마트와 같은 판로가 없었지만, 케이블TV 홈쇼핑 광고를 통해 제품을 홍보했다. “여러 박람회를 다니면서 홈쇼핑 광고가 소비자에게 먹힌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제품만 좋으면 홈쇼핑에 광고를 내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10분, 20분 단위로 상품을 집중적으로 광고하는 인포머셜(informercial·정보(information)와 광고(commercial)의 합성어)을 본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어요.”

은치약은 출시 1년 만에 200만개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회사 매출은 다시 10억원대로 뛰었다. 제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자 홈플러스에서도 입점 제안이 들어왔다. 2008년 홈플러스에 입점해 LG생활건강·애경 등 대기업 제품과 경쟁했다. “입점 초반에는 실적이 나쁘지 않았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메이저 회사들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미국 FDA에서 OTC 허가를 받은 투스홀 미백치약. /한국보원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대형마트에 입점했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은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폈다.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시로 ‘1+1 무료 증정’ 행사도 열었다. 손님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좋은 자리는 항상 대기업 제품의 몫이었다. 매출이 떨어지자 마트에서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할인 행사를 열라는 압박도 들어왔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외국 시장 진출로 재도약을 꾀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외국 바이어를 만났다. 치약을 들고 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나 브라질까지 날아갔다. 10개국이 넘는 나라 중 인도네시아에서 김 대표의 노력이 통했다. 한국에서처럼 홈쇼핑 광고를 통해 제품을 알렸고, 백화점이나 미용실에 매대를 세우고 고객을 모았다. 2000년대 후반 월 매출이 4000만~5000만원가량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온라인몰(bit.ly/2XOuppx)에서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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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때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경쟁사의 제품 때문이 아니었다. 믿었던 지인의 배신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김 대표는 현지 법인을 만들기 전 지인 회사 명의를 빌려 미리 상표를 출원했다. 법인 허가증이 나와 상표권을 넘겨달라고 하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지인은 “이게 왜 네 거냐”며 시치미를 뗐다. 김 대표는 현지 치약 브랜드 이름 ‘알 아따(AL ATHAR·깨끗하다)’를 내줘야 했다.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다 난 사고였으니까요. 그 사건을 겪은 뒤로 외국 시장에 진출할 때 코트라의 도움을 받는 등 분쟁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어요. 현지 법규를 모르는 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시련 딛고 크라우드펀딩으로 판로 넓혀···“알리바바도 진출”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능성 치약 시장의 미래가 밝다고 보고 연구 개발을 거듭해 2016년 치아를 희게 만드는 미백치약 ‘투스홀 화이트 미백치약’과 미백 젤 ‘화이티 화이트닝겔’을 선보였다. 치아 미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보원바이오도 수혜를 입었다. 치약은 매일 쓰는 생활용품이라 고정적인 수요가 있었다. 김 대표가 시련 속에서도 제품 개발에 힘쓸 수 있던 이유다. “미백 효과를 위해 과산화수소와 진주가루 등 28가지 성분을 넣었어요. 치아 손상 없이 하얗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우리나라에서만 11건, 중국에서도 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보원바이오에서 만든 칫솔과 치아미백제 프리미엄 화이트닝겔. /한국보원바이오 제공

투스홀 화이트 미백치약은 최근 ‘노블S플러스 은치약’을 제치고 가장 잘 팔리는 효자 상품이 됐다. 미백 젤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목표 금액을 800% 가까이 초과 달성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 시장 매출이 10%가량 줄었지만, 국내에서는 홈쇼핑 채널에서 반응이 좋아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김 대표는 지난 9월부터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징동닷컴 바이어와 손잡고 중국 시장 진출도 논의하고 있다.

-미백치약의 주요 소비층은 누구인가.

“10년 전만 해도 미백치약을 쓰는 소비자는 정해져 있었다. 방송에 출연하거나 남들 앞에서 강연하는 등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미백 제품을 썼다. 그런데 요즘은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미백치약을 쓴다. 과거 치아 미백을 치료 개념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자기관리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듯 치아에도 꾸준히 제품을 쓰는 사람이 늘었다.”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제품을 구입하면 16단계로 구분한 치아색상표(치아대조표)를 함께 보낸다. 사람마다, 치아의 조건마다 다르지만 하루 3번 3분씩 양치를 한다면 1개월 정도 지나 2단계 이상 치아 색이 밝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용법을 잘 지킨 경우 일주일 만에 효과가 나타나는 고객도 있다. 다만 치아 색이 밝아지더라도 커피·녹차·카레 등 자극적인 식음료를 섭취하면 다시 누렇게 변할 수 있다. 그래서 미백 효과를 본 뒤에도 꾸준히 제품을 쓰는 분이 많다. 치과에서 받는 미백 시술과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해 금전적인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중국 SNS 인플루언서 왕홍이 투스홀 미백치약을 홍보하는 모습. /한국보원바이오 제공

-미백 효과를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미백’이라는 용어를 쓰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체에 안전한 원료를 써야 하고, 실제 효과도 물론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치주질환 개선에 효능이 있는 노블S플러스 은치약도 미백 성분이 있지만, 단어를 넣지 않았다. 허가 없이 미백이라는 말을 쓰면 보건당국에서 바로 경고가 들어온다.”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오나.

“2020년 매출은 약 50억원이다. 우리나라 매출 비중이 65~70%, 외국 매출이 30~35%다. 해외 매출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에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에 진출할 계획이다. 작년 현지 바이어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서울산업진흥원에 투스홀 미백치약에 관심이 있다고 연락을 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현지에 가지는 못하고, 3자 비대면 상담회를 두 차례 열었다.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차근차근 현지 진출 절차를 밟고 있다. 오는 3월부터는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에서도 미백치약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제품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면역·바이오 전문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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