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명뿐이란 말에 1번, 연봉에 또 1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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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상처 난 미술품을 치료하는 과정이 미술 복원입니다. 그래서 미술 보존가를 ‘미술품 의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술 보존가들은 치료가 필요한 미술 작품은 어떤 방법으로 수술할지 고민한다. 또 작품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처방전도 쓴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은진(44) 학예연구사는 국내 10여명뿐이라는 미술보존가 가운데 한명이다. 김 학예사가 말하는 미술 복원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김은진(44). /본인 제공

-미술품 보존가는 어떤 일을 하나?

“국제박물관협회는 문화유산의 보존을 3가지로 정의합니다. 첫째 예방보존입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 주사를 맞도록 하고 집안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죠. 미술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술품이 아프지 않도록 전시장 조명 조도를 조절하고 쾌적하게 온도와 습도를 맞춥니다. 두번째는 치료보전입니다. 사람은 상처가 나면 덧나지 않도록 깨끗하게 소득하고 약을 바르죠. 그림은 표면 물감이 들뜨면 접착제를 바릅니다. 마지막 복원이 있습니다. 심각한 손상을 입은 미술품을 고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깨진 도자기를 원래 모양대로 만들어 주는 거죠. 다리를 잃은 사람에게 의족을 만들어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미술관에서 하는 일이니 미술을 전공했을 것 같은데.

“과학고와 카이스트에서 공부했습니다. 미술 보존가는 작품이 가진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여 사람들이 오래도록 즐길 수 있도록 애쓰는 사람입니다. 미술이나 역사 전공자도 필요하지만 미술품 보존에는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쌓아 온 경험도 중요하지만 과학적인 지식도 필요하죠.”

일을 할 때 경험이 중요할 듯하다. 

“미술 보존에 대해 공부할 때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보존가와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그 분이 작업을 하다 그림에 침을 뱉는 것을 봤어요. 놀란 저에게 침이 굉장히 효과적인 먼지 제거제라고 하시더군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침엔 각종 소화효소가 들어 있습니다. 이 효소가 지방 등을 분해합니다. 실제 미술품 보존학교 교육과정에서 클리닝 방법 가운데 하나로 배웁니다. 물론 직접 침을 뱉지는 않고 면봉에 묻혀 닦고 깨끗한 물로 다시 씻습니다. 사실 미술보존이 경험 많은 장인이 수리한다는 개념에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은 뒤 100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영국 런던에 첫 관련 학교가 생긴 것이 1934년이죠. 과학이 미술품 보전이 학문으로 자리잡기까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습니다.”

-복원 보존 과정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고 들었다.

미켈란젤로 작품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복원 전(좌)) 복원 후 모습(우). /생각의힘 제공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은 미켈란젤로가 성당 천장에 그린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500년 전에 완성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Sistine Chapel Ceiling’를 보려 한해 약 500만명이 성당을 찾습니다. 이제 막 그린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 이 벽화는 사실 여러 차례 보존가의 손길이 닿은 작품입니다. 예를 들어 1625년엔 그림 표면을 천으로 닦고 빵으로 문질러 더러운 부분을 제거했다고 합니다. 18세기엔 포도주를 머금은 스펀지로 닦고 덧칠한 기록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 작업은 1994년 끝났습니다. 작업을 할 때 그동안 해 놓은 덧칠을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 그림에 나오는 사람은 모두 나체였습니다. 그런데 1545년 가톨릭교회가 성화에 누드를 금지했습니다. 결국 미켈란젤로의 제자가 중요 부위에 천조각을 덧칠합니다. 1994년 마지막 보전 작업을 원래 원칙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대로 되돌린다’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교황청과 신도들이 누드화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묶은 때만 벗겨버립니다. 하지만 지금 그림 속 15명 정도는 천조각을 걸치고 않고 있다고 합니다. 초기 보전 작업을 할 때 원칙대로 덧칠을 지워 버렸다고 합니다.” 

-전시 등을 위해 미술품을 멀리 옮겨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반 고흐전이 서울여서 열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사용한 수송상자 가격이 1300만원이었습니다. 이동 중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이 있는 제품이었죠. 비행기 추락으로 바다에 빠질 경우를 대비해 완벽한 방수기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동 중 정보를 수집해 저장하는 블랙박스까지 들어 있었어요. 

미술품 운송상자 ‘터틀’. /반 크랄린 제공

또 작품이 여행을 떠나기 보존가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여행이 가능한 상태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약하고 아픈 작품은 미술관 밖으로 내보낼 수 없습니다. 작품이 머물 곳 환경도 점검합니다. 온습도, 화재경보기 설치여부, 보안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김 학예사는 최근 이런 미술품 보존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란 책을 냈다.

-미술보존가로 일하려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나.

“학부 과정에서는 꼭 보존학과가 아니더라도 미술 또는 과학과 관련된 어떤 것을 공부해도 보존가의 길에 도움이 돼요. 과학과 미술사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섬세하고 정교한 복원기술 또한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면 좋습니다. 물론 대학원에서 심화 전공으로 보존을 공부하면 더 좋죠. 공통으로 배우는 것 외에 미술품의 유형에 따라서 회화 보존과 조각 보존, 종이의 보존 등으로 전문분야가 나누어져 있거든요. 제 경우 영국 뉴캐슬 노썸브리아 대학에서 회화보존을 공부하고 건국대에서 현대 미술 보존에 관한 연구로 미술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미술품 보존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존가는 미술품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일자리가 많지는 않습니다. 대학원까지 공부를 해도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보람 있는 일입니다. 적성에 맞는다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글 CCBB 이실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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