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울린 좋아요 7000개 글, 누가 썼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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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필력의 홈플러스 SNS 운영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앞세운 빙그레

‘광고 건너뛰기’

광고 시청은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기 전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 돼버렸다. ‘광고 건너뛰기’를 누르기 위해 기다리는 5초 동안 사람들은 누구보다 간절해진다. 보기만 하면 되는 영상 광고조차 건너뛰거나 광고 없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결제하는 세상에서 광고로 소비자를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 영상 콘텐츠 외 텍스트나 이미지 광고는 더 하다.

이런 현실에서 소비자가 직접 찾아보는 광고를 만드는 곳이 있다.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만한 ‘미친 필력’과 기업에서 만들었다고 상상하지 못한 ‘B급’ 콘텐츠로 사람들의 눈과 손을 끌어당긴다. 이들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 계정을 팔로우한 사람만 10만명 이상이다. 어떤 기업의 소비자의 ‘마우스’를 사로잡았을까.‘광고 건너뛰기’가 표시된 광고.

‘광고 건너뛰기’가 표시된 광고.

“순응이 곧 끝납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둔 2019년 11월11일. 한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수험생을 응원하는 글 한 편이 올라왔다. 한 편의 시 같은 이 게시물의 달린 댓글만 700여개, 좋아요 표시는 7000여개에 달했다. 댓글에는 “눈물 난다”, “최근 읽은 글 중 최고”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이 글의 게시글 작성자는 시인도, 작가도 아닌 유통기업 ‘홈플러스 더 클럽’ 공식 SNS 계정 ‘소비패턴’의 운영자다. 더 클럽은 창고형 온라인몰이다. 이 계정은 해당 기업에서 판매하고 있는 식재료, 제품으로 만든 패턴 이미지를 올린다. 또 여기에 상품 소개 글을 함께 올린다. 일반 상품 소개 글과는 다르다. ‘감자의 막장 사내연애 이야기’로 소개하는 감자칩, ‘비건 모기 입장에서 쓴’ 모기 퇴치제 소개 글 등이 올라온다.

더클럽 계정은 입소문을 타고 계정 개설 한 달 만에 팔로워 2000명을 기록했고 2021년 1월 기준 4만7000여명이 넘었다.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이미지와 글솜씨에 ‘책을 출판해 달라’는 요청은 물론 ‘관리자 월급을 인상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

홈플러스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서비스 ‘더클럽’을 시작하면서 SNS 관리를 신입사원에게 맡겼다. 팀장급 이상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2030세대가 서비스 메인 타깃 고객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젊은 감각을 내세운 그들의 전략은 2030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수능을 앞두고 더클럽이 올린 응원 글. /더클럽 홈플러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더클럽 홈플러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안녕?”

2020년 2월 유통기업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에 인사와 함께 뜬금없는 ‘셀카’ 사진이 올라왔다. ‘바나나맛우유’ 왕관, ‘빙그레 로고’ 귀걸이, ‘메로나’ 지휘봉 등 빙그레 제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사진 속 주인공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왕국의 왕위 계승자다. 빙그레 왕국에는 빙그레우스 외에도 그의 말 ‘엔초 잘-팔리리’, 비서 ‘투게더리고리경’, 공작 ‘옹떼 메로나 부르쟝’ 등이 있다.

계정에는 빙그레우스와 빙그레 왕국 인물의 일과가 올라온다. 사람들은 재치 있는 사진은 물론 고고한 왕가의 말투로 풀어가는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2021년 1월 기준 팔로워는 14만9000명을 넘었고 메신저 이모티콘까지 출시했다. 유튜브에는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도 올렸다. 조회수는 667만회를 돌파했다.

빙그레우스는 인스타그램 운영을 위한 ‘화자’를 만들다 탄생한 캐릭터다. 빙그레 측은 과거 jobsN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가 기업 계정을 팔로우하게 하려면 확실한 자아를 가진 화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소식을 이야기로 전하고 팔로워와 쌍방향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각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와 빙그레 기업 브랜드를 잇기 위해 탄생한 ‘화자'”라고 했다. 관계자는 “빙그레에는 바나나맛우유, 붕어싸만코, 메로나 등 유명한 제품이 많이 있지만 막상 고객은 빙그레 제품인지 잘 모른다. 빙그레라는 기업과 여러 제품 브랜드 간의 연결고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빙그레 왕국 왕위 계승자 빙그레우스다. 빙그레우스가 직관적으로 빙그레라는 브랜드와 빙그레 제품들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이유”라고 했다.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B급 효과, 경계할 부분도 있다

이런 종류의 광고를 ‘B급 광고’라고 부른다. B급은 말 그대로 상급인 A급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과거에는 예산 부족에서 오는 한계 때문에 콘텐츠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을 B급이라고 했다. 허술, 황당함, 재미, 가벼움 등의 요소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B급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요즘은 다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성과마저 좋아 의도적으로 B급 콘텐츠를 만든다. 내용도 허술하지 않다. 명확한 타깃을 위해 탄탄한 준비 과정을 거쳐 결과물이 탄생한다. 이렇게 탄생한 B급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와 함께 성장했다. 이들의 주요 무대는 수많은 콘텐츠가 매일 생성되고 짧은 시간 안에 소비되는 SNS다. ‘짧고 강렬한’ B급 콘텐츠가 MZ세대 입맛에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파급력만큼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재미만 추구하다가 정작 제품 홍보 효과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종사자는 “B급 정서 안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마케팅의 본질을 잃으면 단순히 재미로만 소모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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