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갯잇 빨려다가 놀란 직장인, 지금은 10억 사장님

1966

가온힐 이상혁 대표
통째로 빨아 쓰는 베개 개발해 특허 보유
기술력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수상
미국·대만 등으로 수출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언젠가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퇴사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꿈만 따라가기에는 현실이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의 나이는 50을 바라보고 있었고, 자녀들이 아직 대학도 입학하기 전이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가족들을 설득했고, 창업 5년 만에 회사를 연매출 10억원대 규모로 키웠다. 가온힐 이상혁(53) 대표의 이야기다.

출발이 좋았다. 창업 후 반년도 채 되지 않아 2015년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섬유융합사업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을 탔다.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하기 전에 시제품만으로 참여했던 공모전이었기에 미래가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헛된 일이었다. 공모전 수상자 특전으로 ‘2015 대한민국 우수 상품 전시회’에 참여했지만, 제품을 단 한 개도 팔지 못했다. ‘이대로 사업을 접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혹평만 잔뜩 들었다.  

“제품 판매는커녕 관심도 거의 못 받았어요. 소비자들뿐 아니라 바이어들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베개를 통째로 빨아서 쓴다는 개념 자체도 생소했으니까요. 전시회 이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어요. 원칙도 다시 세웠습니다. 세탁할 수 있는 기능은 살리되 디자인도 예쁜 제품을 만들자, 그리고 사람들이 혹할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자고 결심했죠. 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제품은 안 판다는 생각으로 다시 제품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첫 전시회 이후 그때까지 만들었던 제품을 전량 폐기했다. 다시 시작하는 생각으로 1년 동안 제품 개발에만 매진했고, 2016년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홈테이블에코페어에 다시 부스를 차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제품 평균 가격이 10만원대였음에도 준비한 베개(bit.ly/3nbGzmu)가 다 팔렸다. 실패를 딛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통째로 세탁기 돌려도 솜 뭉치지 않아 

-왜 하필 베개를 만들었나. 

“홈케어 브랜드로 시작했고, 처음 만들었던 제품은 LED 열을 이용한 아로마 디퓨저였어요. 물을 채워 넣은 디퓨저에 아로마 액을 떨어뜨리고, 물 온도를 높여 물이 증발하면서 향기가 함께 공기중에 퍼지는 방식이었죠. 홈케어를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수면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어요. 건강을 위해서 수면용품이 중요한데, 자면서 흘리는 침과 땀 때문에 베개는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었습니다. 변기보다 세균이 100배 더 많다고 해요. 그래서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베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 베개와 어떤 점이 다른가.  

“통째로 빨아 쓰는 베개, 코튼샤워는 말 그대로 세탁기에 베개 속통까지 빨아서 쓸 수 있는 베개입니다. 베개 속통은 세탁하며 솜이 뭉치거나 건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 베갯잇만 세탁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베개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속통이 누레지고 냄새도 나요. 세균 때문에 베개 위에 수건을 올리고 자는 분들도 많죠. 번거롭지 않고 편하면서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세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제품 개발을 시작했고, 현재는 세탁이 용이한 기능성 베개 특허도 보유하고 있어요. 온라인몰(bit.ly/3nbGzmu)에서도 인기입니다.”

-빨아서 쓸 수 있는 원리는. 

“솜이 움직이지 않게 솜과 원단을 같이 박음질한 누빔 이불처럼 세탁할 때 솜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누빔 구조를 적용했습니다. 또 뭉치거나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길이가 짧고 가는 솜을 충전재로 사용했어요.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베개와 달리 4개의 작은 베개들을 하나로 합쳐서 만든 4 in 1 구조이기 때문에 세탁하기 수월합니다.” 

◇아이스팩 넣어 시원한 베개도 개발해  

세탁 외 기능도 더했다. 반듯이 눕거나 옆으로 눕는 등 어떤 자세로 잠을 자더라도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양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베개를 만들었다. 베개 윗면은 옴폭 파인 짱구 베개 형태로 만들어 반듯이 누웠을 때는 옴폭 들어간 목 부분을 받쳐준다. 아랫면은 아치형으로 구성해 옆으로 누웠을 때 어깨높이에 맞게 목과 머리를 지지해줄 수 있다. 어떤 자세로 자더라도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샘플만 800개 넘게 만들고 버려가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계속해서 기능을 더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통 수면의 조건을 이야기할 때 바른 수면 자세와 온도, 향기, 소리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뉘는데요.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베개를 개발해 왔고, 현재도 개발 중입니다.  

가장 먼저 앞은 짱구형 뒤는 아치형 베개를 만들어 바른 수면 자세를 유도할 수 있게 했어요. 또 머리 부근 온도를 차게 유지해야 숙면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스팩을 넣을 수 있는 베개도 개발했어요. 습기는 빠르게 배출하고 냉기를 오래 가두는 공법을 이용해 시원함과 쾌적함을 극대화했습니다. 아이스팩 대신 편백 큐브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발명진흥협회와 함께 소리가 나오는 베개를 개발하고 있어요. 자체 개발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소리를 제어하고, 수면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 4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브랜드 K’ 제품으로 선정됐다. 6월에는 제55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신기술 적극 활용해 수면 전문 브랜드로 키우고파 

-제품을 미국과 대만,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2018년부터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처럼 해외 시장을 관리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수출하는 대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미국 킥스타터처럼 규모가 큰 플랫폼을 선택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5번 펀딩을 진행했고, 2019년에는 27만달러(약 2억9000만원)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물론 펀딩에 실패할 때도 있지만, 최소 1년에 한 번은 펀딩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수출에 어려움도 많았어요. 일본은 상반기 컨테이너 2개 분량의 물건을 보낸 후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이고, 미국은 수출 일정이 많이 지연됐죠. 배송비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올라서 손해도 컸죠. 하지만 국내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목표는. 

“수면을 위한 브랜드로써 인지도를 높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신제품을 많이 개발해야죠. 베개 제작은 사실 2차 산업에 속하지만, 현재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는 등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어요. 단순한 2차 산업이 아닌 4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있는 셈인데요. 앞으로도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면 전문 브랜드로 키워나가겠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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