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아빠 자랑스러워하던 9살 아이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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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휴먼 다큐멘터리 ‘동행’에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질병이나 파산, 실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삶의 나락에 떨어졌지만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 하나로 희망을 꿈꾸는 우리 이웃의 치열한 모습’을 담아내죠.

장애 있는 부모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는 자녀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일찍부터 생계 전선에 나가야 해 꿈을 포기한 사람들…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나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희망을 줬던 주인공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왼쪽부터)아빠와 수연이. 그리고 4년 후 부녀의 근황. /KBS방송화면 캡처

뇌성마비 아빠 둔 9살 수연이는 지금

바쁘게 일하고 있는 아빠는 학교에 간 9살 딸 수연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크레파스를 두고 왔다며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죠.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빠는 이웃 아주머니에게 부탁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딸 친구들에게 놀림거리가 되는 게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연이는 아빠가 직접 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 딸의 부탁에 학교에 도착했지만 아빠는 구석에 숨어있습니다. 딸은 그런 아빠의 손을 잡고 친구들에게 가 친구들한테 소개합니다. 2016년 ‘새롭게 품은 아빠의 꿈’ 편에 나온 뇌성마비 아빠와 그의 딸 수연이의 모습입니다. 아빠는 자신의 장애로 아이들이 놀림 받을 것을 걱정해 항상 멀리서 남매를 지켜봐 왔습니다. 딸 수연이는 그런 아빠를 ‘제일 멋지고, 착하고, 1등’이라고 말하고 다녔죠. 이 사연이 방송을 탄 후 딸의 씩씩한 모습에 흐뭇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20년, 동행 제작진이 수연이네를 다시 찾았습니다. 수연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됐고 여전히 씩씩한 모습으로 전교회장까지 맡았습니다. 남의 집 소를 돌보던 아빠는 ‘고맙소’라는 이름을 가진 소를 후원받았습니다. 고맙소를 잘 키워 다섯 마리까지 늘려 대식구로 만들었습니다. 동네 공업사에서 용접을 배워 작은 공업사도 차리며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또 4년 전 딸의 마음을 알게 된 아빠는 더 이상 숨지 않습니다. 딸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죠.

2017년 동행에 출연한 승주와 동생 승지. /KBS 방송화면 캡처
승주와 승지의 최근 근황.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17살 승주의 육아일기

2017년 ‘승주의 육아일기’편에서는 17살 여고생 승주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승주는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아빠 병간호, 고등학교 3학년 오빠 뒷바라지, 4살짜리 동생 승지를 돌보고 있었죠.

승주는 10살 때 집을 나간 엄마를 대신해 7년 동안 학업, 집안일은 물론 아픈 아빠의 병간호, 수험생 오빠 뒷바라지를 해오고 있었죠. 그런 승주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엄마는 4살짜리 동생 승지를 맡기고 떠났습니다. 육아의 짐이 더해졌지만 승주는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동생을 돌봤습니다. 그런 승주의 꿈은 화가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예고 진학을 앞두고 있었으나 육아로 붓을 잡을 틈이 없습니다. 승주는 “화가 꿈을 조금 미루는 대신 동생을 건강하게 키우는 게 지금의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승주의 근황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습니다. 20살이 된 승주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했습니다. 동행 촬영할 때 수험생이던 오빠는 서울대학교에 합격해 피아노를 전공했고 3학년이라고 합니다. 동생 승지도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아빠의 병도 많이 호전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인간극장에 출연한 영자씨 부녀(좌). 엄기봉씨(우). /KBS다큐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언제나 해피엔딩은 아냐

방송 후 관심과 후원을 받아 좋은 소식을 들려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2000년 인간극장 ‘그 산속에 영자가 산다’ 편에는 이영자씨와 그의 아버지가 출연했습니다. 부녀는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한 사진작가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인간극장으로 통해 화제가 됐죠. 이후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영자를 위해 후원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후원자의 도움으로 서울로 상경한 영자씨는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LG텔레콤 광고도 찍었습니다.

방송 후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2001년 2월12일 영자씨의 아버지가 산골집에서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며칠 뒤에는 영자씨 후원회장이 출연료와 인세를 횡령해 구속됐습니다. 알고 보니 영자씨는 서울에 올라와 그들에게 돈을 모두 빼앗겼고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약 한 달 뒤 아버지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구속됐습니다. 용의자는 영자씨의 광고 출연료와 후원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영자씨는 결국 “세상이 무섭다”는 말을 남기고 절에 들어가 비구니가 됐습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주인공 ‘엄기봉’씨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2003년 인간극장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그는 주목과 응원, 후원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엄기봉씨는 ‘PD수첩’을 통해 다시 TV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엄기봉씨가 출연했던 방송, 영화, 후원행사 등에서 받은 후원금을 법적대리인 및 후견인이었던 마을 이장과 여동생이 횡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영화 ‘집으로’에 출연한 ‘김을분’ 할머니도 유명해지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당시 할머니가 살던 곳에 수상한 사람들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했죠. 결국 신분에 위협을 느낀 할머니는 서울에 있는 자녀들의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이런 사건이 자꾸 발생하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진은 할머니의 수익을 일절 밝히지 않기도 했습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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