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하차 알바 청년 인생을 바꾼 SNS 댓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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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싱어송라이터 송이한

“우승하러 나온 것 같은데요.”
“대한민국 손꼽는 보컬리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굉장한 보컬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블라인드 뮤지션’에서 참가자 ‘휘경동’의 노래를 들은 심사위원의 평가다. 극찬을 받은 휘경동은 심사위원 평가뿐 아니라 국민투표를 통해 오디션 최종 우승자가 됐다.

블라인드 뮤지션은 2018년 유튜브, 네이버TV 등으로 방영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목소리로만 참가자를 심사한다. 심사위원이 아는 것은 참가자 예명으로 쓴 거주지뿐이다. 이름은 물론 얼굴, 나이, 신체 정보 등은 철저히 비밀이다. 오직 목소리로만 우승자를 가린다. 당시 지원자만 1만명 이상. 1만30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승한 휘경동은 바로 2018년 6월 ‘이유’로 데뷔한 ‘송이한(본명 송병화·26)’씨다. 이제는 듣는 사람들의 귀와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로 사랑 받는 가수지만 처음부터 가수를 꿈꾼 건 아니었다. 송이한 씨에게 뒤늦게 가수의 꿈을 품고 데뷔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가수 송이한씨. /뮤직디자인 제공

시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간 노래방에서

오디션에서 극찬을 받았던 송이한씨가 노래방을 처음 간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건축학도가 되기 위해 공부만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다. 유흥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그렇게 남들 앞에서 처음 노래를 불렀다. ‘공부만 하던’ 친구의 노래를 들은 친구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노래 잘 한다.”

친구들의 반응에 자신도 놀랐다고 한다. 부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잘 부르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몇 번을 더 노래를 부르고 칭찬을 듣다 보니 노래에 애정이 생겼다. 결국 진로까지 바꾸게 됐다.

“노래를 잘 한다는 말에 노래에 대한 꿈이 생겼어요. 그때는 가수가 아닌 보컬 트레이너를 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보다 가르치는 것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처음에는 확신이 없어 실용음악학원 취미반에 등록했습니다. 학원에서도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시간이 지나자 자신감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입시반으로 옮겨 실용음악과를 준비했습니다.”

(왼쪽부터)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 상병 휴가 나왔을 때. 방송국에서 오디오맨으로 아르바이트 할 때의 모습. /뮤직디자인

공사장, 택배 상하차…안 해본 알바 없어

‘불합격’

열심히 준비했지만 실용음악과 시험에서 떨어졌다. 크게 슬프진 않았다고 한다. 진로 걱정도 있었지만 군대를 가야 해 쉽게 다음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우선 군대를 먼저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20살에 바로 입대했다. 군대에서도 노래 연습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축제가 있으면 무대에서 노래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보컬 트레이너가 아닌 가수로의 꿈을 키웠다. 

“군대에서 가수의 꿈이 커졌습니다. 연습도 많이 했고 무대에도 올랐습니다. 전에는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막연한 꿈이 있는데, 자신이 없어 가수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지는 못했어요. 연습도 많이 하고 조금씩 성장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또 가수가 돼 노래를 한다는 상상을 하면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렸죠.”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자신을 지원해 줄 수 없어 직접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식당과 술집 서빙은 물론 공사장, 택배 상하차, 방송국 오디오맨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송이한 씨는 “알바 천국에 있는 올라와 있는 일은 다 해본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모은 돈은 최소한의 생활비를 남기고 모두 음악에 투자했다. 음악 장비를 샀고 레슨비로 썼다. 또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로 혼자 올라왔다.

노래뿐 아니라 곡을 쓰는 것도 배웠다. 노래만 배우기에는 음악 시장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나만의 무기를 가져야 했다. 그게 싱어송라이팅 능력이었다. 또 음악을 배울수록 싱어송라이터가 돼야 한다는 마음이 커졌다. 자신의 장점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곡은 결국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수 나얼과 양다일과 함께. /뮤직디자인 제공

댓글 소환으로 도전, 1만3000대 1 경쟁률 뚫고 우승

페이스북 알람이 울렸다. 한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에 태그 됐다는 알람이었다.

“@송병화 휘경동에서 이 형이 노래 제일 잘 한다.”

아는 동생이 남긴 댓글이었다. 갑자기 소환당해 어리둥절했다. 게시물을 확인하니 오디션 프로그램 ‘블라인드 뮤지션’ 지원자를 모집하는 글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다. SNS에 노래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소속사에 지원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실력을 키우는 데에 더 집중했다. 탄탄하게 준비해서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페이스북 댓글이 달렸을 때가 ‘슬슬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한순간이었습니다. 또 휴대전화로 녹음파일을 보내기만 하면 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 예선에 진출했어요. 막상 많은 지원자를 뚫고 16명 안에 드니 기대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제가 ‘내가 이만큼이나 간절하구나’를 깨달았어요. 우승하고 싶고, 가수가 되고 싶은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후 예선, 본선을 거쳐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 진출한 참가자는 4명. 예선 진출자 16명 중 4명만 남았다. 송이한 씨는 “처음의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우승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8년 4월25일 4명의 결승 진출자의 노래가 모두 SNS 채널에 공개됐다. 송이한 씨는 당시 ‘MC THE MAX’의 ‘그대가 분다’를 불렀다. 심사위원과 관계자뿐 아니라 국민투표도 함께 진행했다. 6월3일 5시 코엑스광장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통해 우승자를 발표했다. 주인공은 송이한 씨였다.

“살면서 가장 기뻤던 때였습니다. 어머니와 할머니께 전화드렸는데, 우셨어요. 우승한 것도 기뻤지만 그 사실을 알리고 기쁨을 함께 나누던 그 순간도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블라인드 뮤지션 출연 당시 ‘휘경동’이라는 예명을 썼던 송이한의 노래를 들은 심사위원의 평가. /블라인드 뮤지션 유튜브 캡처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 만들고 싶어

2018년 6월 블라인드 뮤지션 심사위원이었던 양다일씨에게 ‘이유’라는 곡을 받아 데뷔했다. 우승자 공개 게릴라 콘서트에서 부른 곡이기도 하다. 이후 우승자 혜택으로 블라인드 뮤지션을 주최했던 소속사 ‘뮤직디자인’과 계약했다. 2019년 3월 자작곡 ‘안녕이라는 말’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해당 곡은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100위 안에 들었고 노래방 인기곡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100곡 안에 제가 만든 노래가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제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도 신기했죠. 이렇게 소속사가 생기고 나니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과거에는 공부를 하고 생활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음악에만 집중할 수 없었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죠. 지금은 순전히 음악에만 신경을 쏟을 수 있어 좋아요.” 

과거 무대에 서던 모습과 축가를 부르는 모습. /뮤직디자인 제공

송이한 씨는 12월29일 두 번째 싱글 앨범 ‘밝게 빛나는 별이 되어 비춰줄게’를 발매했다. “직접 작사, 작곡한 곡입니다. 지금까지 이별 관련 노래를 많이 했는데 이번엔 축가에 맞는 사랑곡이이에요. 힘든 시기에 밝은 노래로 힘을 주고 싶어 만들었습니다. 또 축가 이벤트도 준비했어요. 사연을 통해 세 쌍을 선정해 무료로 축가를 불러드릴 예정입니다. 축가는 전에 아르바이트로도 많이 했어요. 소속사가 생긴 후에도 ‘직접 팬들의 결혼식장에 가서 노래를 불러준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팬 결혼식 때 깜짝 선물로 축가를 불러주기도 했죠.”

이런 그의 목표는 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다.

“노래의 성과보다는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 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좋은 곡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알아 주기 마련입니다. 듣는 사람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겁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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