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우툴두툴 무늬가 이렇게 생긴 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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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핸드백, 신발 등을 만들기 위해 호주 최대 규모의 악어 농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최근 영국 매체 더 가디언, 호주 ABC 방송 등은 에르메스가 가방 제작에 필요한 악어 가죽을 공급하기 위해 호주 노던 테리토리에 대규모 악어 농장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농장에서는 최대 5만마리의 바다악어를 양식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키워진 악어는 에르메스의 핸드백, 지갑, 신발 등의 가죽으로만 쓰인다. 지금까지 에르메스는 호주의 특정 악어 농장으로부터 가죽을 공급받아 왔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에르메스 가방./더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가죽도 피부다” 생명으로 만든 사치품 논란

이는 최근 프라다, 구찌, 지미추, 까르띠에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동물 모피나 가죽 사용을 지양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동물의 털을 뽑거나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내 가방이나 의류 등 값비싼 사치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오랜시간 윤리적 문제로 꼽혀왔다. 

지난 2016년에는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주주가 되기도 했다. 프라다에서 타조 가죽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을 퇴출시키기 위해서다. 페타는 홈페이지에 “프라다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타조 가죽을 사용한 제품 판매를 영원히 중지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페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업체가 1살짜리 타조에 전기 충격을 가하고 목에 구멍을 내는 도살 현장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에르메스, 프라다, 루이비통 등 명품 업체의 핸드백과 신발, 지갑 등에 쓰이는 타조 가죽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페타는 “타조 가죽의 우툴두툴한 무늬는 공포에 질린 어린 타조가 거꾸로 매달려 털이 뽑히고 도살당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또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라다 매장 앞에서는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페타 아시아지부 회원들이 타조 가죽으로 만든 프라다 가방에 반대하는 반나체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속옷만 걸친 채 ‘가죽도 피부다(Skin is skin)’라는 문구를 적고 거리에 나섰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주주가 된 것을 발표하는 동물보호단체 ‘페타’./’페타’ 공식 홈페이지 캡처

잔인한 도살 방법으로 얻어 낸 동물 가죽으로 사치품을 만드는 게 동물 학대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자의 비판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유명 브랜드들은 ‘비건 패션(가죽, 모피, 울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패션)’을 선언한 상황이다. 실제로 구찌, 지미추, 톰포드 등은  2016년 모피 사용을 중단한다고 했다. 베르사체는 작년 동물 보호 단체 ‘LAV’ 운동가로부터 항의를 받은 후 캥거루 가죽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코치’의 조슈아 슐먼 최고경영자(CEO)는 ‘비즈니스 오브 패션’과의 인터뷰에서 “2019년 가을에 출시하는 제품부터는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도 올해부터 모피로 만든 의류 라인을 없애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했다.

이러한 상황에 에르메스가 핸드백, 신발, 지갑 등 제품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악어 농장을 만든다고 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에르메스 측은 동물 보호보단 제품 품질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자사에서 직접 양식 운영에 참여하면 완제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계획을 그대로 강행한다고 했다. 에르메스는 이미 부지를 사들이고 악어 농장 운영과 관련해 호주 정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 있어도 못 사는 가방? 잔인한 도살 방법 문제

대규모 악어 농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에르메스는 ‘명품 중의 명품’, ‘돈 있어도 살 수 없는 가방’으로 불린다.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소량 생산하기에 구하기조차 어렵다. 지금 당장 가방 살 돈이 있다고 해도 바로 살 수 없다. 국내에서도 대기 명단이 길어서 인기 제품을 사려면 통상 몇 년씩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이런 점을 풍자하기도 했다. 주인공인 사만다 존스가 에르메스 버킨백을 5년간 기다렸는데도 받지 못하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셀(되팔기) 등 중고시장에서 에르메스 가방은 수백만원의 웃돈이 붙어 팔린다.

할리우드 스타 카일리 제너가 에르메스 버킨백을 두고 사진을 찍었다./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캡처
방송인 이정현이 수천만원짜리 버킨백을 들고 나와 화제였다./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캡처

에르메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핸드백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2017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에르메스의 히말라야 버킨백이 핸드백 중 세계 최고가를 기록했다. 경매가는 무려 37만9261달러(약 4억2000만원). 핸드백 하나가 집 한 채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핸드백은 악어가죽으로 만들어졌고, 245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이 제품의 정가는 10만~15만파운드(약 1억5000만원~2억2000만원)로 알려져 있다. 낙찰인은 15분간의 치열한 입찰 과정 끝에 핸드백을 손에 쥐었다. 낙찰인의 신분은 알려지지 않았다.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인 버킨백은 1981년에 처음 출시했다. 영국의 배우 제인 버킨의 이름을 땄다.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인 장 루이 뒤마가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버킨에게 여행용 가방을 만들어줄 테니 이름을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고, 버킨은 이를 수락했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 카일리 제너, 빅토리아 베컴, 셀린 디옹 등 유명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가방으로 유명하다. 빅토리아 베컴은 100개가 넘는 버킨백을 가지고 있을 만큼 버킨백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방송인 이정현이 과거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수천만원짜리 버킨백을 들고 나와 화제였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에르메스 버킨백의 가격은 1억~2억원에 육박한다. 자신의 드레스룸을 공개한 카일리 제너./카일리 제너 유튜브 캡처

일반 버킨백 가격은 기본 1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데 보통 3000만원에서 1억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제품의 재질과 사이즈마다 가격이 다르다. 암소 가죽, 송아지 가죽, 양가죽 등으로 만드는데 가장 비싼 제품은 악어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이다. 가격은 무려 1억~2억원에 육박한다. 타조가죽은 50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악어가죽을 쓴 핸드백을 최상품으로 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악어가죽은 원체 수량도 적지만 가죽 패턴이 중요해서 실제 상품에 쓰이는 양은 더 적다”고 말했다. 악어가죽이 소가죽이나 타조 가죽보다 비싼 이유다. 

에르메스는 명품백에 걸맞은 질 좋은 악어가죽을 얻기 위해 대규모 악어 농장 계획을 세운 걸로 보인다. 실제로 에르메스는 스크래치가 없고 피부조직이 고른 악어가죽으로만 ‘악어가죽 버킨백’을 만든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악어가죽 백의 수요는 많지만 원재료가 되는 악어를 키우는 게 까다롭다. 또 키운다고 해서 명품백에 쓸 수 있는 가죽을 얻기 쉽지 않다. 여러 명품 브랜드가 악어 농장을 사들이거나 만드는 이유는 처음부터 양질의 가죽을 얻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잔인한 도살 방법은 꾸준히 논란이었다./유튜브 채널 ‘페타’ 캡처
악어가죽 버킨백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선 악어 세 마리가 필요하다./에르메스 홈페이지 캡처

에르메스 악어가죽 버킨백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선 악어 세 마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가죽을 얻기 위한 잔인한 도살 방법은 꾸준히 논란이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는 2015년 에르메스에 악어가죽을 공급하는 농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농장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미국 텍사스 주의 악어 농장으로 에르메스 소유의 가죽 공장에 악어가죽을 납품하고 있었다. 영상을 보면 비좁고 더러운 콘크리트 수조에 악어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셀 수없이 많은 악어들은 콘크리트 구덩이에서 사육되다가 3살이 되면 가죽 생산을 위해 죽음을 맞는다. 이는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가죽을 벗기는 장면은 더 충격적이었다. 가축용 전기충격기로 기절시킨 뒤 머리 뒷부분을 커터칼로 잘라 가죽을 벗긴다. 목이 잘린 채 가죽이 벗겨지는 순간에도 악어는 의식이 남아 있다.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마치 고무장갑을 벗기듯 악어의 가죽이 벗겨냈다. 또 머리 뒤통수 부분을 자르고 칼을 밀어 넣어 꼬리까지 생가죽을 벗겨내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에르메스는 공식 언급을 피하면서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거래를 규정한 ‘워싱턴 협약’을 준수하고, PETA가 지목한 농장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에르메스 매장 앞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는 모델 보니 질 라플린./페타

산채로 악어가죽을 벗기는 잔인한 도살 방법에 논란이 일자 ‘버킨백’에 자신의 이름을 쓰게 한 배우 ‘제인 버킨’이 이름을 바꾸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버킨은 “내 이름이 붙은 에르메스 핸드백에 쓸 악어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걸 알았다”면서 “에르메스의 관행이 국제적인 동물보호 규범에 맞을 때까지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성명을 냈다. 페타는 에르메스의 잔혹한 악어가죽 도살 행위에 반대하기 위해 모델 보니 질 라플린과 함께 미국의 한 에르메스 매장 앞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모델 보니 질 라플린은 악어처럼 분장하고 피를 흘린 채 누워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뒤에는 버킨백 그림과 함께 ‘에르메스의 살인 액세서리’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러한 논란에도 에르메스뿐 아니라 구찌,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들이 내놓는 악어 핸드백과 구두 등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여전히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동물 권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부의 상징’으로 여기면서 들고 다니는 악어가죽 핸드백. 한때는 숨이 붙어 있었던 생명이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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