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가 들고 있는 인형, 사실 ‘쓰레기’로 만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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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업사이클링 기업 ‘터치포굿’
폐현수막으로 가방 만들었던 공모전에서 출발
연구소·교육센터 갖춘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

버려지는 자원은 많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대체로 물건을 버린 후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실제 재활용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업사이클링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했던 2008년 박미현(35) 대표가 업사이클링 전문 기업 터치포굿을 창업한 이유다.

“환경보다는 사람들의 무관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것을 보고 창업 전부터 자발적인 사회 캠페인을 기획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쓰레기 문제는 정말 극단의 무관심 영역이고, 사람들이 쓰레기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할 수 있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업사이클링을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만든 제품을 보고 ‘버려지는 것으로 이런 것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얼마나 많이 버리면 이런 것도 만들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 /터치포굿

이름은 ‘터치포굿’으로 지었다. 버려지는 자원을 터치(touch)해서 가치를 지닌 상품(goods)으로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원을 재활용해 좋은 가치를 담고 싶다는 사회적 미션을 그대로 사명에 녹였다.

◇현수막부터 재개발 현장·나무 등 다양한 소재로 업사이클링

터치포굿에서는 폐현수막은 가방으로, 폐페트병은 스카프나 파우치로 변신한다. 플라스틱 블록은 화분이 되고, 립스틱은 크레용으로 다시 태어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개·폐회식장을 철거해 버려진 나무로 등을 만들었다. 

“디자인으로도 완성도가 있지만, 다시는 구할 수 없는 재료의 특별함이 큰 제품이죠. 평창 올림픽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좋은 나무가 아닌 공사장에서 흔히 쓰는 나무판이지만, 추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업사이클의 매력입니다.”

플라스틱 블록으로 만든 화분과 페트병으로 만든 스카프(위), 립스틱으로 만든 크레용과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을 철거하면서 버려진 나무로 만든 등(아래). /터치포굿

-터치포굿이 만든 첫 제품은.

“현수막을 이용해 만든 가방이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G마켓 재능기부 공모전에 참여했습니다. 6개월 동안 1000만원으로 누가 가장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겨루는 독특한 공모전이었죠. 당시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교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치열하게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함께했던 친구 중 몇 명과 지금의 터치포굿을 만들었습니다.”

-선거 때도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선거철마다 무수히 많은 현수막이 생산되고, 또 버려집니다. 어느 날은 ‘대체 이 현수막은 왜 만드는 거야’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후보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약속’하는 매개체가 현수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수막으로 ‘오년의 약속’이라는 한정판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후보의 서면 동의를 받아 해당 후보의 현수막만 모아 ‘OOO의 약속’이라는 가방을 만들어요. 당선자의 가방 내부에는 공약을 인쇄해 어떤 약속의 조각이었는지 기억하고, 감시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지지자들에게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제품이죠.”

오년의약속. /터치포굿

-지난해에는 재개발 동네를 재활용했다고 들었다.

“재개발 현장은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타지도, 썩지도 않는 특수 폐기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전광역시 신흥구역 재개발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폐기물을 모아 모델하우스의 커피 라운지로 꾸몄어요. 자개장은 커피 바, 마룻바닥은 테이블, 나무 문은 태블릿 거치대로 변신했죠. 또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워 온 벽돌에는 그것이 발견된 곳의 주소를 적어 모델하우스 입구를 꾸몄습니다. 재개발 현장 재활용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재개발은 ‘생활은 업그레이드, 추억은 업사이클’이라는 의미를 전했어요.”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시하는 점이 있다면.

“업사이클링할 때는 또다시 버리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애착을 갖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또 소재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속해서 배출되는 자원인지, 유해성은 없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재개발 현장의 폐기물을 활용해 만든 커피 바와 카페 테이블. 모델하우스가 철거할 때는 원하는 지역주민에게 나눠줬다. /터치포굿 블로그 캡처

◇소재·산업·기술 연구, 기업 재활용 컨설팅해 주기도

-재활용했던 자원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광고판, 재고 원단, 청바지 등 원단류 외에도 금속, 고무, 유리, 플라스틱 등 버려지는 자원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제품으로 설명하면 화장품 용기, 립스틱, 건설용 목재, 면세점 선불카드, 기업 봉사 조끼, 컴퓨터 모니터 아크릴 등을 활용해 새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재활용 가능한 자원과 소재를 연구하기 위해 자체 연구소도 설립했다던데.

“2015년 다시봄 업사이클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아주 작은 생활용품부터 폐교·재건축 현장의 폐자재까지 버려지는 것들이 자원이 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어요. 소재 연구 외에 산업연구로서 업사이클이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방법 등을 탐구하고 있고, 아직 재활용되지 않는 자원들을 활용하는 기술연구도 활발하게 하고 있죠.”

-기업에 업사이클링 컨설팅도 하고 있다고.

“다시를 뜻하는 ‘Re’와 ‘Synchronization(동기화)’의 합성어인 리씽크(Re-Sync)사업인데요. 기업은 사업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계속 버려지는 폐기물이 나오는데, 그것을 막연하게 공격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기업이 스스로 산업에서 수반되는 폐기물을 다시 활용해 사회공헌이나 마케팅 수단, 기념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구상했죠. 버리는 사람과 활용하는 사람을 일치시켜 보다 책임감 있고 가치 있는 업사이클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작업이죠.”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소비자가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매장에 가져오면 고객에게 포인트를 제공한다. 그렇게 모은 용기는 줄넘기와 훌라후프 등 운동용품으로 업사이클 해 피부를 건강하게 하는 화장품이 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립스틱으로 오일파스텔을 만들어 컬러링 북과 함께 기부했고, 신세계 면세점은 일회용 선불카드를 여행용 네임 택으로 만들어 고객 기념품으로 활용했다.

일회용 선불카드로 만든 여행용 네임 택. /터치포굿

-올해 새롭게 ‘굿즈포굿’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업사이클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동안은 업사이클을 통해 버려진 자원의 가치를 찾는 것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호주를 덮친 대형 산불을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는 고민이 생겼어요. 때마침 호주를 상징하는 코알라로 디자인한 업사이클 담요를 팔고 있었습니다. 담요 판매 수익을 기부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코알라 에이드(Koala Aid)’라고 이름을 붙여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담요 판매 수익금은 산불로 터전을 잃은 코알라를 위해 기부하고 있어요. 12월 8일부터는 해피빈에서 썸베어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SM엔터테인먼트의 캐릭터인 썸베어 디자인 담요를 만들었고, 이 수익금은 지리산 반달곰을 돕는 일에 쓰일 예정입니다.”

코알라 담요(왼)와 SM엔터테인먼트 캐릭터 썸베어 담요. /터치포굿, 해피빈·터치포굿 인스타그램 캡처

◇간단한 실천으로 재활용률 높일 수 있어

-아동·청소년을 위한 눈높이 환경 교육도 시작했다고. 

“친환경 생활 문화 정착을 위해 환경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도시형 환경교육센터는 환경교육진흥법상 친환경성·우수성·안정성 등 전문성을 인증받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상황과 조건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고 실천하는 것을 교육하고 있죠. 

올해는 재난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쓰레기를 활용해 재난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페트병으로 부목 만들기나 쓰레기봉투로 방호복 만들기, 전단지로 호루라기 만들기 등 쓰레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생존법, 삶의 스킬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도시형 환경교육센터 교육 모습.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교육을 진행했다. /터치포굿

-일상 속에서 재활용률을 늘리기 위해 실천할 방법을 추천한다면. 

“일상에서 간단한 실천만 해도 재활용 비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라면 봉지를 뜯을 때 봉투 끝부분이 따로 뜯겨나가지 않고 봉지에 붙어있도록 뜯어주시면 재활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작은 조각들은 선별이 어려워 선별장에서 바로 소각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목표는.

“업사이클 제품 제작 등의 기회를 일반에게도 확대해 지역 거점 업사이클 센터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역민들에게 집에서 쓰지 않는 플라스틱 통, 재활용품들을 가지고 오게 해 새로운 용품으로 재탄생시켜주는 체험의 장 개설을 앞두고 있습니다. 실생활과 밀접한 업사이클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확대해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싶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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