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밉고 야속한 코로나에 저희도 결국 무릎 꿇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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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음악 성지, 50년 된 서울문화유산 식당도 문 닫아
연예인 운영 업소, 유명 프렌차이즈도 폐업

코로나가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작은 기업일수록 피해가 더 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1월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외식업산업중앙회는 올해 8월까지 42만 회원업소 중 2만9903개가 폐업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소들도 휩쓸려 사라지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이 차려 화제였던 가게들도 잇달아 문을 닫는다.

◇한국 재즈 문화의 성지 ‘원스 인 어 블루문’ 더이상 볼 수 없어

원스인어블루문은 드라마 배경으로도 자주 나왔다. /KBS 드라마 ‘연애의 발견’ 캡쳐

11월14일 이정식, 웅산, 김현미, 김준 등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청담동 ‘원스인어블루문’에 모여 노래를 불렀다. ‘FLY TO THE MOON’, ‘What a Wonderful World’ 등 재즈 명곡이 울려퍼졌다. 공연은 밤 12시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새벽 블루문 임재홍 대표는 업소 문을 닫았다. 그날 이후 문은 계속 닫힌 상태다. 이날 이후 한국 재즈 문화의 성지로 불렸던 업소 블루문은 영업을 중단했다.

1998년 4월 개업한 블루문은 대한민국 재즈 문화의 상징이었다. 22년간 국내외 유명 재즈 뮤지션들이 블루문에서 공연했다. 히딩크 감독과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도 단골이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내 이름은 김삼순’ 등 방송 촬영지, 해외 음악가의 공연 뒤풀이 장소로도 유명했다. 한국 재즈의 성지란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블루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초부터 금요일과 토요일 공연만 해왔다. 최근 건물주가 재건축을 결정하면서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이 자리에는 7층짜리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블루문 임재홍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물세 살 된 아들과 사별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어 “파란색 글자가 적힌 시그니처 무대는 보관했다가 언젠가 다시 문을 열 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래 “문나이트 인수하실 분 찾습니다”

강원래 개인 SNS에 올라온 문나이트 인수 제의 글(왼) 강원래, 구준엽(오). /강원래 인스타그램 캡쳐

강원래 개인 SNS에 올라온 문나이트 인수 제의 글(왼) 강원래, 구준엽(오). /강원래 인스타그램 캡쳐
가수 강원래는 11월 24일 자신의 SNS에 “문나이트를 인수하실 분을 찾는다. 관심 있는 분은 연락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태원 클럽 문나이트는 K팝이 태동한 장소란 평가다. 문나이트는 1990년대 ‘춤꾼들의 성지’였다. 가수 현진영을 비롯해 클론 강원래·구준엽,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이주노, 듀스 이현도·김성재, 박진영 등 당대의 춤꾼들이 이곳에 모여 춤실력을 겨뤘다.

소문이 퍼지자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문나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SM 이수만이다. 이수만은 여기서 현진영을 발탁해 SM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다. SM 1호 연예인이 바로 현진영이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문나이트를 중심으로 뭉친 그룹이다. K팝 3대 기획사라 불렸던 JYP, YG, SM과 문나이트는 이렇게 얽히고 설킨 관계다.

/사진 JTBC ‘아는형님’ 캡쳐

문라이트 대표 춤꾼 가운데 하나였던 강원래는 2018년 문나이트를 재현해 같은 이름의 술집을 열었다. 라운지 바로 스타일을 바꿨지만 그 명맥을 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강원래의 문나이트도 코로나에 무릎을 꿇었다. 4월 말 이태원 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직원 전원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일부 남아 있던 손님들마저 발길을 끊었다. 결국 가게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무너진 50년 전통 비빔밥집, 명동 전주중앙회관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오면 꼭 들린다는 명동에서 외국인이 사라졌다. 외국인과 함께 50년 전통의 비빔밥집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50년 전통도 코로나는 이길 수 없었다.

한·중·일 언어로 써있는 전주 중앙회관 외부 간판. /서울미래유산 제공

서울시는 맛과 50년 전통을 인정해 전주중앙회관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전주중앙회관은 근·현대 문화유산 중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할 가치 있다고 인정을 받은 전통의 맛집인 셈이다. 명동이라는 입지와 비빔밥이라는 메뉴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이 쓴 돈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손님이 끊기면서 결국 7월에 폐업 수순을 밟았다. 그 결과 서울미래유산 목록에서 전주중앙회관이 사라졌다.

◇연예인 맛집도 코로나로 망했다
세상 제일 쓸데 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란 말이 있다. 유명세가 있어 무엇을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결과를 내기 쉽다. 실제로 연예인 중에는 자기 가게를 내고 성공한 사람이 꽤 있다. 하지만 이들도 코로나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개그맨 변기수 인스타그램 캡쳐

개그맨 변기수가 운영하던 닭볶음탕집도 문을 닫았다. 서울 목동에 위치한 이곳은 과거 손님들이 줄을 서던 곳이다. 이영자가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맛집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끊겼다.

변기수는 “5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장사해 온 진도리가 12월 26일 토요일까지만 장사하고 인사드리게 되었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코로나가 얄밉고 야속하다. 찾아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SBS ‘불타는 청춘’ 캡쳐

이보다 먼저 이태원에서만 18년간 요식업을 해온 홍석천이 장사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홍석천은 8월 30일 개인 SNS 계정을 통해 “금융위기, 메르스 등 위기란 위기는 다 이겨냈는데 코로나는 버티기 힘들었다”며 운영해 온 마이첼시 폐업 소식을 알렸다. 마이첼시는 전성기 하루 매출 1000만원을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하루 매출이 3만5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가게 월세는 950만원, 유지비만 한 달에 1500만원이 들어갔다.

글 CCBB 이실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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