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힘들어 죽겠다는 코로나에도 6800억 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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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익숙하게 사용하는 서비스들이다.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피벗(pivot)’에 성공한 기업이라는 거다. 피벗이란 기업이 기존의 사업으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시장 변화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등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 

피벗에 성공한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로고 캡처

코로나19 사태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잘나갔던 건 아니었다. 넷플릭스는 원래 비디오나 DVD 등을 우편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했다. 이후 인터넷으로 영화 등을 구매하거나 대여해 주는 서비스로 1차 사업 전환했다. 광대역 웹이 일반화하자 스트리밍 기반 온라인 영화 플랫폼으로 2차 피버팅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유튜브도 원래 젊은 남녀를 위한 온라인 데이팅 동영상 사이트였다. 사용자가 자신의 이상형을 설명하는 비디오를 올려 상호 매칭하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관련 영상 올리지 않자 아예 아무 영상이나 쉽게 올리고 감상하는 사이트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피벗 1년 만에 급성장했고, 16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구글이 인수했다. 인스타그램은 원래 소셜 게임과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크 기능이 결합한 서비스였다. 처음엔 앱에 다양한 기능을 넣었지만, 사람들이 사진 공유하는 데에 관심을 보인다는 걸 알았다. 이에 언제 어디서나 사진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 기반 SNS로 사업을 전환해 성공했다. 

이처럼 피벗은 소비자와 시장 변화에 맞게 사업 방향을 재빠르게 바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뜻한다. 원래 피벗의 사전적 의미는 물체의 균형을 잡아 주는 중심점이라는 뜻이다. 주로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농구 경기 등에서 볼을 잡고 있는 선수가 한 발을 땅에 딛고, 다른 발을 옮겨 디디면서 회전한다는 의미로 쓴다. 미국 벤처기업가인 에릭 리스가 저서 ‘린 스타트업’에서 ‘피벗’이라는 단어를 비즈니스 분야에 처음 적용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의 변화가 가속했다.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온라인 구매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또 재택근무·온라인 수업 등 집에서 대부분의 활동이 이뤄지면서 온택트(Ontact·온라인 대면 방식) 시대가 열렸다. 이에 기업들도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 니즈에 맞게 사업 방향을 바꾸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으로 피버팅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에 대해 알아봤다.

원래 텐트를 만들던 회사 지누스는 매트리스 기업으로 피버팅했다. 텐트를 제조할 때 쓰던 압축 포장 기술을 매트리스 배송 시스템에 적용했다. /지누스 홈페이지 제공

먼저 가구 업계에서는 지누스가 대표적이다. 지누스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상황에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내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도 불린다. 지누스는 원래 텐트를 만들던 회사였다. 2000년대에는 글로벌 텐트 시장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 심화 등으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침대 매트리스 기업으로 피버팅했다. 보통 매트리스는 무겁고, 부피가 크다. 그래서 전문 배송 기사가 직접 운반해 설치해야 한다. 지누스는 텐트를 제조할 때 보유하고 있던 압축 포장 기술을 매트리스 배송 시스템에 적용했고, 매트리스를 일반 택배로 보내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장을 풀면 원상태로 부풀어서 소비자는 간편하게 바로 매트리스를 쓸 수 있다. 그러면서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947억원이던 지누스의 매출은 꾸준히 올랐다. 지난 9월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난 680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6.5% 증가한 865억원이다. 코로나19로 소비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주거 관련 소비가 늘었고, 온라인 소비 방식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여행 정보를 제공하던 크리에이트립은 역직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크리에이트립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시대에 직격타를 맞은 여행 산업에서도 피버팅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보인 기업이 있다.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은 원래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 관광지의 예약 및 할인 서비스도 제공해 3년 만에 누적 예약 이용자 30만명, 거래액 월 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매달 17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여행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어려움을 맞았다. 이에 지난 3월 한국 상품을 대신 구매해 발송해주는 역직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국인 고객이 한국 상품을 보다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현재 홈페이지를 보면 신발이나 모자 등 패션 상품, 즉석식품이나 과자와 같은 식품, 수저 세트 등 생활용품까지 다양하게 팔고 있다. 4월부터는 국내외 여러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제품을 소개하는 한국 역직구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는 누적 시청자 12만명을 기록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속옷 브랜드인 쌍방울은 마스크 생산을 확대했다. 트라이 미세초 케이에프94 마스크. /쌍방울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공장 설비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한 기업도 있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생산업체인 한국 콜마와 코스맥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손 소독제 판매가 급증하면서 화장품 생산 설비 일부를 손 소독제 생산 설비로 바꿨다. 원래 마진율이 적은 손 소독제는 거의 취급하지 않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2월부터 손소독제 수요가 급증하자 생산 설비를 늘려 매출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자 속옷 브랜드인 쌍방울, BYC 등이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었다. 쌍방울은 본격적으로 일회용 케이에프(KF)94와 같은 감염병 마스크 생산에 나섰다. 작년 10월 KF94 마스크를 처음 출시한 쌍방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련 투자를 확대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자 속옷보다 부업인 마스크 생산에 더 힘을 쏟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쌍방울 관계자는 “모든 패션업계가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속옷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스크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업인 속옷과도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BYC는 지난 6월 패션 마스크를 출시하면서 마스크 시장 진출에 나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화물 수송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0월 아시아나항공이 진행한 ‘A380 한반도 일주 비행’에서 캐빈승무원들이 기내식 서비스를 하는 모습. /아시아나항공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막히면서 항공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여객기 내부와 동체를 화물용으로 개조해 화물 수송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이에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도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 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485억원, 3분기에는 76억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1151억, 3분기 5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두 기업은 어닝 서프라이즈(기업의 영업 실적이 시장이 예상보다 높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것)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하늘 위 호텔’이라고 불리는 A380으로 관광 비행을 하는 상품을 새롭게 내놓았다. 강릉, 포항, 김해, 제주 등 국내 상공을 2시간 동안 비행하는 상품이었다. 비즈니스 스위트석 30만5000원, 비즈니스석 25만5000원, 이코노미석 20만5000원에 팔았다. 아시아나항공과 하나투어에서 절반씩 표를 나눠 판매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예약분은 판매 시작 약 6시간 만에 다 팔렸다. 6개의 비즈니스 스위트석과 29개의 비즈니스석은 예약 시작 20분 만에 완판됐다. 이코노미석 211개 역시 같은 날 오후 모두 팔렸다. 탑승객에게는 기내식, 국내선 50% 할인 및 기내 면세품 할인 쿠폰 등을 제공했고, 마일리지도 적립해줘 큰 관심을 받았다. 국내 항공사뿐 아니라 대만의 스타룩스 항공, 에바항공, 일본 ANA 항공 등도 목적지에 착륙하지 않고 영공을 돌다가 다시 회항하는 관광 비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타이항공의 객실 모양의 레스토랑. /South China Morning Post 유튜브 캡처

또 체험 비행이 아닌 다른 방안을 모색한 항공사도 있다. 타이항공은 9월 본사 내부에 비행기를 테마로 한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항공기의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의자를 그대로 가져와 식당 의자로 쓰고 있다. 또 보잉747 항공기의 창문과 엔진을 테이블로 설치하고 항공기 출입용 계단을 식당 출입문으로 사용하는 등 동체 내부의 가구로 식당 인테리어를 꾸몄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그랩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서비스 사업을 확장했다. /유튜브 채널 그랩 캡처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도 성공적인 피벗으로 성과를 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봉쇄조치 내렸 때 2개월 만에 동남아 6개국의 차량 운전자 약 14만9000명을 배달 서비스로 재배치했다. 덕분에 운전자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고, 계속 돈을 벌 수 있었다. 또 폭증한 배달 물량을 처리하면서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원래 말레이시아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로 출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음식 배달, 식료품 배달, 택배 등 배달 부문에서 급증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배달 서비스를 확대했다. 동시에 동남아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가게를 꾸려갈 수 있도록 가맹점 서비스를 강화했다. 현재 금융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금융이 확대할 거라고 봤다. 최근 동남아 소비자, 그랩 파트너,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투자 솔루션과 자산관리 서비스 등 금융 상품을 출시했다. 이 밖에도 생필품 배달 서비스, 배송직원을 활용한 컨시어지 서비스, 24시간 이용 가능한 의료진 전용 병원 출퇴근 서비스, 응급환자 병원 이송 서비스 등도 선보이고 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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