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읽어주고, 후추 뿌리고…진짜 부모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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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를 이제 막 뗀 3살 아이에게 탄산수를 먹여 놀라게 하고 우는 아이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 부모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이에게 달린 악성댓글을 읽는 모습, 불닭볶음면 등 어른도 매워하는 음식을 먹게 하는 모습…

이 모습들은 아동이 출연하는 국내 유튜브 동영상에서 실제로 있었던 장면이다. 아동이 출연한 유튜브 동영상에서 100건당 3건꼴로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 연구팀은 작년 7월부터 6개월 간 아동이 출연한 유튜브 40개 채널 총 동영상 4690개를 조사한 결과를 지난 11월 발표했다. 방임·정서적 학대·신체적 학대 3개 카테고리로 분석한 결과 영상 내 아동학대 발생률은 3.24%였다. 

학대 유형별로는 방임(42.3%), 정서적 학대(34.4%), 신체적 학대(23.3%) 순으로 나타났다.  노골적인 신체 학대보다는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방임이나 정서적 학대가 더 많이 발생했다. 아동복지법을 보면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뿐 아니라 아동을 방임하는 것도 아동의 건강과 정상적 발달을 저해하는 아동폭력에 해당한다. 

문제는 조회 수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유튜브 구조상 갈수록 자극적이고 무모한 콘텐츠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들이 아동에게 무리한 먹방이나 상황 설정, 몰래카메라 등 자극적인 영상을 제작하다 보니 아동이 학대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 키즈 유튜버 보람튜브의 보람 양, /유튜브 보람튜브 영상 캡처

가장 큰 문제는 아이가 ‘놀이’와 ‘노동’을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아동 유튜버의 경우 부모에 의해 처음 유튜브를 시작한다. 아이가 너무 어리다 보니 부모가 콘텐츠 기획, 제작, 편집 등 전반적인 운영을 맡을 수밖에 없다. 영상 속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듯 보여도 미성년자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직 자기 의사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아동의 경우 학대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한 유명 키즈 유튜브 제작 참여자는 방송에 출연해 “부모는 항상 강압적으로 이야기했다. ‘이거 해’ ‘저거 해’ ‘울지 말고 해’ 식이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아동학대로 분류한 영상 중에는 부모가 아동이 앞에서 악성댓글을 읽거나 3세 아이에게 탄산수를 먹인 후 우는 아이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불닭볶음면이나 산 낙지 같이 어른도 먹기 힘들어하는 음식을 계속 먹게 하는 행위, 아동을 몰래카메라 제작에 참여시키는 행위, 성인 위주의 고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구걸하듯이 구매와 구독 요청을 시키는 등의 모습도 아동학대로 봤다. 언어폭력도 심각했다. 영상에서 아동에게 “엄마 죽을까?”라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아동을 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이나 장난감처럼 다루는 영상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했다. 또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나라의 낮은 인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빠 지갑을 훔치고, 실제 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서 차량을 운행하는 설정으로 논란이었던 보람튜브 영상. /유튜브 캡처

키즈 유튜버 학대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국내 대표 키즈 유튜버라고 할 수 있는 보람튜브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아동학대 혐의로 논란이었다. 2017년 9월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문제가 된 영상에서 보람 양은 지갑에서 돈을 훔치거나, 아이를 임신해 출산하는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의 다리를 절단시키거나 전기 모기 채로 아이를 협박해 춤을 추게 하는 등의 콘텐츠도 있었다. 이 밖에도 보람 양을 장난감 자동차에 태운 뒤 실제 차들이 달리는 도로 위에서 촬영하는 콘텐츠도 논란이었다.  

이에 대해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실과 허구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비도덕적인 행동을 시키고 이를 반복한 점을 볼 때 아동에게 주는 피해가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이를 이용해 광고 수입을 챙긴 것은 아동착취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부모는 학대가 아닌 아이와 놀아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8년 서울가정법원은 부모에게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다. 

이후에도 꾸준히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작년 유튜브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는 키즈 유튜버 보람 양의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 구독자 수가 국내 개인 유튜버 중 1위라고 알렸다. 보람 양의 일상을 담은 ‘보람튜브 브이로그’의 구독자 수는 약 2730만명, 보람 양이 장난감을 소개하는 ‘보람튜브 토이리뷰’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390만명이다. 총 구독자 수 약 4120만명을 보유한 보람튜브는 수입도 엄청나다. 분석 결과를 보면 ‘보람튜브 토이리뷰’ 채널의 월수입은 약 160만달러(약 19억원),  ‘보람튜브 브이로그’는 약 150만달러(약 17억8000만원)다. 유튜브로만 월 35억원을 넘게 버는 셈이다. 두 채널을 합치면 연 수입은 400여억원이 넘는다.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다.  작년 6살 나이로 보람 양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95억원 상당의 5층짜리 빌딩을 사 화제였다. 

키즈 유튜버 뚜아뚜지TV 채널에 올라왔던 대왕문어 먹방 영상. /유튜브 캡처

구독자 82만명을 보유한 키즈 유튜버 채널 ‘뚜아뚜지TV’도 무리한 먹방으로 논란이었다. 쌍둥이 자매 수아, 수지 양이 등장하는 유튜버 채널 ‘뚜아뚜지TV’에는 ‘몸무게 15㎏ 쌍둥이가 10㎏의 대왕문어를 먹었어요. 커도 너무 큼’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는 쌍둥이의 아버지가 자르지 않은 대왕문어를 식탁 위에 올려주고, 쌍둥이가 이를 먹는 모습이 담겼다. 처음 대왕문어를 본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아빠는 “너무 크니까 가위로 잘라줄까”라고 물었지만 쌍둥이들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수아는 “아이들이 먹기엔 좀 크니까 가위로 잘라 먹어야 한다”면서 “한꺼번에 먹으면 목에 걸릴 수 있으니 천천히 먹어라”고 했다.

영상 중간에는 아빠가 다리를 하나씩 잘라 준 뒤 찍어 먹을 케첩과 간장을 건네기도 했다. 수아는 커다란 문어 다리를 잡고 힘껏 뜯어 먹었다. 수지도 문어 다리를 이빨로 끊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방송 이후 아이들을 걱정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성인이 먹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문어를 치아가 다 자라지 않은 아이에게 통째로 먹인 건 위험하다는 반응이었다. 일각에선 이 정도면 아동학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 뚜아뚜지의 아빠는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아버지 친구분에게 선물 받은 문어를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먹고 싶다고 해서 자르지 않고 줬다. 영상이 끝난 뒤 잘라서 다 같이 먹었다”고 했다. 또 “뚜아뚜지 채널은 유아 채널이고 특수 채널인 만큼 더 조심하고 신중해야 하는데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BJ철구, 그의 아내 외질혜와 딸 연지 양. 물구나무 영상을 보고 비난하는 댓글들. /유튜브 캡처

각종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BJ철구도 아동 학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BJ철구와 외질혜의 딸 연지 양은 여러 차례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철구 리액션 따라하는 철구 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과거 아프리카TV 방송 중 철구가 시청자를 위해 물구나무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내 철구는 “연지야 물구나무 해보자”라면서 “얼마나 연지가 아빠의 피를 물려 받았나 보여드리겠다”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연지를 불렀다. 딸 연지는 아빠 철구를 따라 벽에 기대 물구나무를 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아동학대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님?” “저게 아동학대가 아니면 뭐란 말인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아동에게 억지로 물구나무를 세우는 행위 등도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아이를 학대해 유튜브 영상을 찍게 한 엄마 유튜버가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 /유튜브 채널 ‘Inside Edition’ 영상 캡처

외국도 아동 유튜브 학대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미국에서는 자녀들을 출연시킨 키즈 채널로 인기를 끈 엄마 유튜버가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아이 7명을 입양한 후 마셸 홉슨은 어린이 유튜브 채널인 ‘판타스틱 어드벤처’를 운영해왔다. 해크니는 아이들이 슈퍼히어로 옷을 입고 모험을 하거나 다양한 상황극에 연기하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 등을 유튜브 채널에 올렸고, 약 80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집에 감금된 채 학대를 받으면서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훈육한다는 이유로 아이들 얼굴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로 며칠씩 옷장에 가뒀다. 또 아이들은 유튜브 영상을 찍을 때 가르쳐준 대로 연기하지 못하면 벌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크니는 이 채널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이익을 얻었다. 유튜브 분석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는 판타스틱 어드벤처 채널이 매달 8900달러에서 14만2400달러(약 1000만~1억6000만원)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 연구팀은 “아동 유튜버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처음 유튜브를 하는 모든 아동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자가진단을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응을 위한 전담부서 신설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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