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2000만원, 하정우 1800만원, 솔비 1300만원

244

연예인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아트테이너
꾸준히 작품 활동·전시회 열기도
“대중미술 저변 확대”VS“연예인 프리미엄” 반응 엇갈려

아트테이너라는 말이 있다. 예술(art)과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친 말로 화가로 활동을 하는 연예인을 뜻한다. 이들은 방송 활동을 하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여는 등 화가로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단순 취미 활동이 아닌 정식 작가로서 미술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트테이너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가수 솔비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가로서 미술 활동에 전념하는 근황을 전했다. 솔비는 올해 초 국내 유명 작가들이 속한 가나 아틀리에에 입주 작가로 뽑혔다고 말했다. 아틀리에란 화가 등 예술가의 작업공간을 말한다. 개인의 작업장뿐 아니라 여러 예술가가 함께 쓰는 공방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갤러리나 아트센터 등이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아틀리에를 직접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보통 공모 과정을 거쳐 입주작가를 뽑고 정해진 기간 동안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또 전시개최 등 다양한 작가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화가 권지안으로 활동중인 솔비./솔비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경매 최고가에 낙찰된 가수 겸 화가 솔비(권지안)의 작품 ‘팔레트 정원./ 에이엠피크루

솔비 역시 여러 과정을 거쳐 아틀리에에 화가로 정식 입주한 것이다. 또 최근 그가 속한 아틀리에 작가들과 함께 준비한 특별전에 ‘팔레트 정원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국내 최대 경매 회사인 서울옥션에서 경매 최고가인 92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2017년에는 미로를 형상화한 작품 ‘메이즈’가 서울 옥션의 온라인 경매인 서울 옥션 블루에서 13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과거 한 방송에서는 2000만원에 그림이 팔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림값이 중견 화가 수준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솔비는 퍼포먼스와 미술을 결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솔비 인스타그램 캡처
붓이 아닌 손 등 신체를 이용해 그림 그리는 게 특징이다./솔비 인스타그램 캡처

솔비는 2012년 첫 개인전 ‘욕망이라는 또 다른 이유’를 시작으로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화가로 활동할 때는 본명인 권지안을 쓴다. 그는 2010년 우울증 치료를 위해 미술 학원에 다니면서 그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붓이 아닌 손 등 신체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게 특징이다. 또 본업인 가수로서 퍼포먼스와 미술을 결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페인팅 퍼포먼스 ‘레드’를 선보였다. 몸에 물감을 묻히고 음악에 맞춰 그림을 그렸다. 이를 본 스페인 출신 화가 마누 알게로는 “권지안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음악을 겸비한 퍼포먼스의 폭발력과 에너지가 인상적이다”라면서 솔비에게 협업 제안을 하기도 했다. 작년엔 유럽을 시작으로 뉴욕,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해외 투어를 했다.

가수 나얼은 주로 흑인을 소재로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그림을 그린다./나얼 인스타그램 캡처

가수 나얼도 대표적인 아트테이너 중 하나다. 2001년 화가로 데뷔하면서 20여 년째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화가가 꿈이었던 그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계원조형예술대학 매체회화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조형예술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가수 브라운아이즈로 데뷔한 후 꾸준히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예술촌에 있는 ‘스페이스엑엑스’에서 열한번째 개인전 ‘염세주의적 낙관론자’를 열었다.

나얼은 주로 흑인을 소재로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10대 때 흑인 음악에 빠지면서 흑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속한 브라운 아이즈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앨범 재킷이나 포스터 등에도 자메이카 여행 당시 흑인을 보고 그렸던 그림을 사용하기도 했다. 캔버스뿐 아니라 종이 박스나 골판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등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인다. 한국국제페어아트(KIAF)나 도쿄 아트 페어 등에 꾸준히 참석하면서 화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배우 하정우와 그의 아버지인 배우 김용건./김용건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로 활동하다가 화가로 데뷔한 경우도 있다.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배우 하정우는 2004년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아버지를 위로해드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2010년 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화가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거의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다. 미국 뉴욕과 홍콩 등에서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하정우는 데뷔 5년 만에 100점이 넘는 그림을 발표했다. 또 지난 2016년 아이옥션에서는 그의 작품이 1400만원에 낙찰돼 화제였다. 최고가는 1800만원을 넘는다. 2013년 뉴욕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전시한 그림 16점이 모두 팔리기도 했다.

하정우가 하와이에서 영화 ‘허삼관’을 제작하며 그린 작품(왼), 하정우의 ‘킵 사일런스'(우)./아이옥션,.표갤러리

그의 작품은 주로 인물화가 많다. 인간의 내면과 심리에 대한 탐구를 추상적 인물화로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2012년 전시회 ‘피에로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전’에 등장하는 작품의 광대들은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또다시 새로운 가면을 써야 하는 자신을 나타낸 그림이라고 했다.

배우 이혜영도 10여 년째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5년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언타이틀드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그는 “3년 반 동안 매일 10시간씩 넘게 그렸던 것들은 다 제 일기장 같은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후 2016년 뉴욕에서 단체 전시회와 2017년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뉴욕 개인 전시회에서는 한 작품이 2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배우 이혜영도 화가로 작품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이혜영 인스타그램 캡처
이혜영이 그린 그림./이혜영 인스타그램 캡처

그가 그림을 시작한 계기는 딸이었다. 결혼 후 방송 활동을 쉬었는데 집에서 노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 전 취미로 했던 그림을 다시 시작했고, 딸 앞에서 자주 그림을 그렸다. 최근 한 방송에서 이혜영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걸 하도 봐서 그런지 딸 역시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학도였던 배우 김혜진은 연예인 데뷔 전 디자이너로 일했다./김혜진 인스타그램 캡처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배우 김태희 친구인 양정인 역할로 출연해 큰 관심을 받았던 배우 김혜진도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렸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공부한 김혜진은 홍익대 제품디자인과를 졸업했다. 부전공은 도자였다. 순수미술 화가로 2013년 첫 개인전 ‘기다림(치유2)’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화가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10회 이상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회는 100회 이상 했다. 지난 7월 열었던 ‘RE:ME 내게로 오는 시간’ 전시회가 최근 선보인 개인전이다. 그는 한 방송에서 “첫 전시부터 완판했다. 100호 그림이 2000만원에 팔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혜진은 배우로 데뷔하기 전 잘 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고 한다. 한 방송에서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27세 나이에 최연소 부장으로 진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 홍보팀에서 일하는 지인 제안으로 은행 광고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배우와 작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배우 구혜선, 심은하, 유준상, 개그맨 임혁필, 임하룡 등이 연예계 미술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예인 화가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엇갈린다. 먼저 미술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일반인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미술을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또 스타의 작품에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 미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준다고 본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선도 많다. 이들이 인기 작가로 활동하면서 작품이 고가에 팔려나가는 게 ‘연예인 프리미엄’ 효과라는 지적이다. 보통 화가의 그림은 호당 가격으로 책정한다. 그림 호수(호당)는 캔버스의 크기다. 1호는 A4 용지를 절반으로 접은 크기로 일반 엽서 크기라고 볼 수 있다. 신진 작가의 경우 호당 5만~10만원, 중견 작가는 20만~30만원선에 판매한다. 하정우와 솔비 등 아트테이너의 작품은 이미 중견작가 수준의 금액으로 팔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이름값만으로 작품이 과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거의 평생을 바쳐 작품 활동을 한 기성 작가에게 박탈감을 안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글 CCBB 귤

img-jobsn
img-jobsn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