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 좋아하던 명품 업체들,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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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온라인 명품MD(상품기획자) ‘롯데온’ 김영준 팀장

명품은 오프라인에서 산다? “명품사들도 이커머스에 눈떠가”

젊은층, 여러 제품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선호

명품도 온라인으로 사는 시대다. 코로나 사태로 판로가 막힌 롯데면세점이 지난 6월 온라인몰 ‘롯데온’을 통해 명품 재고를 풀었는데, 5시간만에 준비한 상품의 70%를 소진했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 이 온라인몰에서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11월30일부터는 명품 해외 직구 서비스도 개시해 발렌시아가, 생로랑, 오프화이트 등 400여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아무리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어렵다지만, 그래도 명품은 매장 앞에 줄을 서서 사는 것 아니었나. 롯데온에서 명품 매입을 총괄하는 김영준(38) 팀장을 만나 온라인 명품 시장 이야기를 들었다. 2016년부터 온라인몰에서 명품 매입을 담당하고 있는 김 팀장은 사실상 국내 첫 온라인 명품 MD(상품기획자)다.

-어떤 계기로 명품MD가 됐나?

김영준 롯데온 명품팀 팀장. /롯데쇼핑 제공

“2015년부터 롯데닷컴에서 잡화 파트를 맡게 됐다. 잡화 중에서도 특히 명품이 흥미로웠다. 사실 물건을 매입하는 MD는 물건을 파는 제조사에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명품 시장은 다르다. 물건을 살 사람이 ‘갑’이 아니고 파는 사람이 갑이다. 명품업체가 주도해 독특한 질서의 폐쇄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시장에 침투해보고 싶었다. 향후 온라인에서 명품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에 ‘명품’은 잡화의 한 카테고리였는데, 지금은 별도의 팀으로 승격됐을 정도다.”

-어떤 면에서 독특하다는 것인가?

“명품업체들은 수백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장 매출의 증감보다 브랜드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에 더 민감하다. 예컨대 물건이 안팔려서 재고가 쌓였다고 하자. 일반 패션업체라면 50% 할인을 해서라도 팔겠지만, 명품 업체들은 ‘태워버리라’고 주문한다. 진짜로 불로 태워야 한다. 이것을 멸각(滅却)이라고 한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느니 돈을 덜 벌고 말겠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브랜드 가치에 민감하니 온라인몰에 쉽게 곁을 주지 않았었다.”

-온라인 판매가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린다고 봤던 것인가?

한 명품 매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선 손님들. /조선DB

“명품업체들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브랜드가 뿜어내는 느낌을 만끽하며 구매를 하기 바란다. 그런데 온라인은 이러한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늘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온라인에 덜 신경을 쓰는 측면도 크다. 구찌·프라다의 가방을 생각해보라. 그리 많지도 않은 매장들로부터 선주문을 받고 디자이너들이 수작업으로 가방을 만든다. 이미 살 사람이 다 정해져있는 셈인데, 온라인 판매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명품업체들도 최근들어 이커머스의 중요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이커머스의 성장세 때문인가?

구찌의 증강현실 시스템. 실제 신발을 신어본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구찌

“그렇다. 보수적인 명품업체들도 이커머스의 성장세를 잘 알고 있다. 특히 젊은 고객들이 온라인 구매를 선호한다. 롯데온의 5월부터 9월까지 명품 매출을 살펴보면, 전체 고객 중 30대의 비중이 33.2%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18.9%로 그 뒤를 이었을 정도다. 충성도 높은 고객층도 온라인 구매에 호의적이다. 명품은 디자인 트렌드가 자주 바뀌지 않는다. 특정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충성 고객들은 사실 시착(試着·매장에서 직접 입어보는 것)이 필요없다. 브랜드를 믿고 산다.”

구찌는 온라인으로의 체질 개선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에게도 매장 고객과 다를 바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온라인에서도 실제 착용해본 것 같은 간접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젊은 명품 소비자들은 왜 온라인을 선호하나?

“프라다의 구두가 50종이 있다고 치자. 아무리 큰 매장도 이를 모두 구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50종 모두를 비교해보고 살 수 있다. 젊은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 뿐 아니라 준명품인 ‘컨템퍼러리’ 브랜드도 선호한다. 예컨대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경우 샤넬·구찌처럼 주요 백화점에 대형 매장을 열기는 어렵다. 오프라인은 편집숍이나 박스매장(소형매장) 형태로 연다. 소비자들은 여기서 제품을 살펴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명품MD에게 핵심적인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살피고 있는 김영준 팀장(왼쪽). /롯데쇼핑 제공

“다른 분야 MD와 똑같다고 본다. 사람과 사람간의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 2018년이었다. A명품업체가 어느날 우리에게 판매하는 물량을 100분의 1로 줄였다. 급한대로 A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총판·도매상 70여곳에 이메일을 보냈다. 달랑 한 곳에서 답이 왔다. 그 업체를 만나러 오스트리아까지 날아갔는데, 무리한 요구 일색이었다. 빈 손으로 귀국 비행기에 오를 수는 없었다. 바로 기차역으로 달려가 무작정 A업체 본사로 찾아가 사정을 했다. 유선상으로는 안된다던 업체에서 이탈리아 현지 매장에 풀려있는 물건을 회수해 내게 줬다. 폐쇄적인 만큼 명품 시장 역시 관계가 중요하다.

명품 본사들은 도도하다. 그들에겐 브랜드 가치가 절대적이다. 명품사들은 온라인 입점 작업에만 2~3주씩 걸린다. 홈페이지 화면의 활자 폰트, 픽셀까지 ‘이렇게 바꿔라 저렇게 해라’ 간섭을 한다. 그런데 우리도 우리 홈페이지의 기준이 있지 않나. 그들의 가치를 존중해주면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팀원들과 매입 상품을 살펴보는 김영준 팀장. 오른쪽은 롯데온 홈페이지. /롯데쇼핑 제공

“롯데온을 다양한 잡화 브랜드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온라인 편집숍으로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명품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 잡화 브랜드들은 브랜드 가치 하락,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년 전 일본이 그랬다. 그때 빔스(BEAMS), 유나이티드 애로우(United arrows) 같은 편집숍이 등장해 자국의 잡화 브랜드를 살려냈다. 처음엔 명품과 일본잡화를 8:2 비율로 판매를 한다. 일본잡화들은 명품과 같은 매대에서 팔린다는 ‘후광효과’로 인기를 끈다. 그러다 5년만에 명품과 일본잡화 판매 비중이 2:8로 역전됐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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