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직장인들 필수가 된 버스 앱,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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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1일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2터널 내에서 차량 3대가 연쇄 추돌했다. 사고 후 화재까지 발생해 자칫하면 큰불로 이어질 뻔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견인 기사들이 터널 내 설치된 소화전을 이용해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화재 진압을 마쳤다. 용감한 견인 기사들과 소화전 덕분에 대형 사고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터널 내 소화전을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견인 기사. /SBS 방송화면 캡처

이처럼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소화전이다. 하지만 평소 눈여겨보지 않으면 소화전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화재로 정신없는 상황이라면 소화전을 찾기 위해 더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최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스마트폰으로 주변 소화전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 ‘경기도 소화전 위치 찾기’ 운영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앱을 만든 사람은 전문 개발자가 아닌 고등학교 3학년 이민재군이다. 이군을 비롯해 앱을 개발한 고등학생을 알아봤다.

◇공공데이터 활용해 하루 만에 ‘경기도 소화전’ 개발

경기도 성남시 보평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군은 소화전 찾기 앱을 개발해 경기도 소방에 재능 기부했다. 이군은 경기도가 보유한 소화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단 하루 만에 앱을 개발했다. 평소 소방관을 존경하고 동경해왔다고 밝힌 이군은 “소방분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개인적으로 뜻깊고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군이 만든 ‘경기도 소화전’은 현재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현재 위치(주소)나 건물명 등을 입력하면 바로 주변에 있는 소화전을 확인할 수 있어 실제 화재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유사한 앱이 있긴 하지만 다른 기능이 많아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번 앱은 소화전 찾기 기능에만 충실해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군의 재능기부로 앱을 제공받아 예산 절감 효과도 거뒀다. 

주변 소화전 위치를 보여주는 소화전 앱(왼)과 이를 개발한 이민재군.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앞서 지난해 5월에도 이군은 소방공무원과 입시생을 위해 ‘소방 체력 점수 계산’ 앱을 개발한 경력이 있다. 또한, 여러 차례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실력도 인정받았다. 이군은 2016년 12월 창조경제타운 실천사례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을 시작으로 2018년 9월 경기도 메이커톤 대회 대상, 2019년 10월 제5회 정보보호 영재교육원 정보보안 경진대회 최우수상·국민은행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코로나 초 마스크 재고 정보 앱 개발한 고등학생도 있어

3월에는 광주에서 한 고교생이 공적 마스크 재고 알림 앱을 개발했다. 당시는 공적 마스크 재고가 부족해 일주일에 1인당 2매로 구매 수량을 제한하던 시기다. 출생 연도별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요일도 따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량이 부족해 시민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마다 줄을 섰고, 마스크 재고가 남은 약국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했다.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3학년 서형찬군은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마스크 재고 정보를 제공하는 앱 ‘코로나.info’를 개발했다.

서군도 공공데이터를 활용했다. 마스크 재고 부족 사태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적 마스크 판매처가 담긴 공공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 앱 개발에 착수했다. 서군은 공공데이터활용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를 활용했다.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마스크 재고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 앱을 만들었다. 장소 검색을 통해서 해당 장소 근처 약국의 마스크 재고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형찬군(왼)은 공적 마스크 재고 수량을 알려준 코로나.info(왼)를 개발했다. /광주시교육청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소진된 장소 숨기기’ 기능도 도입한 것이 특징이었다. 마스크 재고가 이미 동난 약국은 지도에서 보이지 않도록 제외한 것이다. 이외에도 새로고침 기능으로 실시간 재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서군은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만 있으면 간단하게 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데다 주변 사람들이 마스크 파는 곳을 찾느라 고생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앱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현 카카오버스 개발한 고등학생, 공공데이터 활용 물꼬 트기도

고교생 앱 개발자의 시초는 2009년 말 ‘서울버스’ 앱을 만든 유주완씨다. 당시 경기고등학교 2학년생이던 유씨는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실시간 버스 배차 현황과 노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아이폰용 앱을 만들었다. 서울버스는 앱스토어에 등록되자마자 무료 앱 1위에 올라섰고, 3개월 동안 약 25만명이 앱을 다운받았다. 

6개월 후인 2010년 6월에는 안드로이드용 서울버스 앱도 나왔다. 안드로이드용 앱 개발은 유주완씨의 친구인 박영훈씨가 개발했고, 유씨가 기술 자문을 담당했다. 두 고등학생의 손에서 탄생한 서울버스는 다음이 인수한 이후 ‘카카오버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 10년 넘게 많은 사람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무료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버스 도착 정보를 보여준 서울버스(왼)와 이를 개발했던 유주완씨.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이경수’ 캡처

유씨는 공공데이터 개방이나 활용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서울버스는 서울시와 경기도 웹사이트의 버스 이동정보를 연계해 만든 서비스였다. 문제는 경기도가 “협의도 없이 정보를 도용했다”며 정보 제공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무단 데이터 사용에 대해 소송까지 검토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2009~2010년만 해도 공공데이터 개방이나 활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도를 향한 비난이 쇄도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세금으로 개발한 공공정보로 비영리 서비스를 만든 고교생을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법적 대응을 운운한다고 비판했다. 도가 해야 할 일을 고등학생이 대신할 동안 도대체 경기도는 뭐 하고 있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결국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서 사과하고 이를 바로잡았다.

이후 공공데이터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시작됐고, 현재는 정부가 나서서 공공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전국 고등학생 공공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 아이디어를 모으고 고교생들에게 데이터 활용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총 27개 팀이 경진대회에 참가했고, 무장애 관광지 데이터를 활용해 장애인 여행을 위한 플랫폼을 만든 GO1223팀(박준상, 서현아, 이현수, 김지원)이 대상인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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