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선생님은 19만원, 기안84 선생님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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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스완’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나탈리 포트만, 미슐랭 스타 셰프 고든 램지, 미국프로농구(NBA) 대표 선수 스테판 커리, 스타벅스 CEO 출신 하워드 슐츠, 테니스의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 FBI 협상전문가로 유명한 크리스 보스…

이들의 공통점은 각자 몸담은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스타에게 직접 강의를 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미국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마스터 클래스’는 이러한 생각에 주목했다.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배우 지망생들을 위해 연기 수업을 한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영화 제작을 가르치고, 디즈니 전 CEO 밥 아이거는 경영 전략을 강의한다.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마스터 클래스’에서 강의 중인 배우 나탈리 포트만. /마스터 클래스 홈페이지 캡처

2015년 세워진 마스터클래스는 아론 라스무센과 데이비드 로저가 공동 창업했다. 데이비드 로저는 어릴 때부터 배움에 대한 열정이 컸다고 한다. 학창 시절엔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의 가르침만으로는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에 자신처럼 호기심이 많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큰 사람을 위해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기획했다. ‘모든 사람은 천재에게 접근할 권리가 있다’는 모토를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15달러(약 1만8000원)의 구독료만 내면 100여명의 업계 최고 스타가 나의 선생님이 된다. 1년에 180달러(약 21만6000원)를 내면 무제한으로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다. 강의 분야도 다양하다. 영화·TV, 음악·엔터테인먼트, 요리, 글쓰기, 경영·정치·사회, 스포츠·게임, 디자인·사진·패션, 라이프스타일,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데이비드 로저는 2015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성공한 이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 유명인의 전기가 잘 팔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만약 당신이 농구를 배우려고 한다면 동네 체육관 강사보다 스티븐 커리에게서 배우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온라인에 여러 전문가의 무료 강의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마스터클래스에는 돈 내고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평이 많다. 각 분야 세계 최고의 ‘마스터’들을 강사로 섭외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마스터 클래스’에서 강의하는 스타 셰프 고든 램지,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 NBA 선수 스테판 커리(왼쪽부터). /마스터 클래스 홈페이지 캡처

창업 초기 직원 10명이 채 되지 않았던 작은 회사가 유명 인사를 모을 수 있었던 건 창업자들의 끈질긴 집요함 때문이었다. 분야별로 성공한 사람을 추린 후 배우, 작가, 영화감독 등을 가리지 않고 사업소개서와 강사 섭외 요청 메일을 보냈다. 메일 주소를 모르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 개인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 보냈다. 답변이 오지 않으면 수개월에 걸쳐 주기적으로 연락했다고 한다. 이런 섭외 과정을 거쳐 팝가수 어셔, 농구 선수 스테판 커리, 스타벅스 CEO 출신 하워드 슐츠 등 분야별 유명 인사들을 강사로 섭외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강의를 영상으로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모든 강의는 영상 강의뿐 아니라 개념과 내용을 정리한 PDF 노트를 제공한다. 일부 강사는 영상 통화로 피드백과 상담을 하기도 한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매년 수강생 중 일부를 오프라인 테니스 수업에 초대해 특별 지도 수업을 하기도 한다. 물론 온라인으로 강의하기 애매한 분야도 있다. 또 전문 강사보다 강의가 체계적이지 않고 전달력이 떨어질 때도 있다. 농구를 가르치는 스테판 커리의 경우 수강생의 농구 실력 수준에 맞춰 단계를 나눠 강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강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수강생은 강의 평점을 남길 수 있는데 대부분의 강사가 5점 만점에 4.5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알려줘서가 아니었다. 이들은 현직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에피소드, 슬럼프 극복 방법, 인생에 대한 이야기 등을 한다. 예를 들어 밥 아이거는 픽사를 인수하기 전 스티브 잡스와 주고받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는 자신이 첫 면접 때 입은 옷에 대해 말한다.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멘토를 찾고 싶어 하는 수강생이 돈을 내고서라도 온라인 클래스를 찾는 이유다. ‘마스터 클래스’는 ‘인강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릴 만큼 인기다. 2015년 창업한 이후 매해 매출이 2배씩 오르는 등 급성장했다. 2019년 매출은 1억3000만달러(약 1603억원), 기업가치는 8억달러(약 9683억원)를 기록했다.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프리미엄 온라인 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 빨라졌다. 그간 ‘인강’으로 불리는 온라인 동영상 강의는 취업이나 이직 목적으로 듣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토익, 토플 등 어학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 자격증 시험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 자기 계발을 하거나 유명인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강의하는 사진작가 오중석, 래퍼 그레이, 안무가 리아킴(왼쪽부터). /’클래스101′ 홈페이지 캡처

2018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생들이 창업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에서는 래퍼 그레이, 안무가 리아킴 등 각 업계의 전문가로 꼽히는 이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최근엔 25년 경력에 달하는 사진작가 오중석이 온라인 강의를 열었다. 좋은 사진을 찍는 법을 알려주는 클래스를 오픈했다. 장비를 고르는 법, 기술적인 개념, 인물사진 연출 노하우, 촬영 스킬, 핵심 보정법 등을 소개한다. 오중석 작가는 자신의 실제 화보 촬영 현장을 공개하고 수강생에게 미션을 주기도 한다. 수강권 가격은 18만5000원 정도다. 이 밖에도 ‘클래스101’은 외국어, 부동산, 주식 재테크, 창업 등 다양한 클래스를 제공한다. 인물화 그리기, 가죽공예, 향수 만들기, 디저트 만들기 등과 같은 취미 강좌도 있다. 창업 2년 만에 누적 방문자 수 850만명을 기록했다. 사업성을 인정받아 작년에는 소프트뱅크에서 120억원을 투자받았다. 코로나19로 대학 강좌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울산과학기술원이 학교 강의에 클래스101 강좌를 포함했다.

성인교육 스타트업인 ‘패스트캠퍼스’가 론칭한 ‘콜로소’에서 강의 중인 셰프 최현석. /콜로소 홈페이지 캡처
성인교육 스타트업인 ‘패스트캠퍼스’가 론칭한 ‘콜로소’ 강의하고 있는 웹툰작가 기안84, 수강권 가격은 현재 16만6800원이다. /콜로소 홈페이지 캡처

성인교육 스타트업인 ‘패스트캠퍼스’는 2018년부터 IT 직무 관련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작년엔 요리, 미용, 웹툰을 업계 전문가에게 배우는 ‘콜로소’를 새롭게 론칭했다. 국내 유명 헤어디자이너, 미슐랭 유명 셰프, 웹툰 작가에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셰프 최현석, 웹툰작가 기안84, 주호민 등이 있다. 최현석 셰프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강권 가격은 약 19만9000원이다.

‘원더월’에서 강의 중인 배우 하정우. 그가 가르치는 수업 내용. /원더월 홈페이지 캡처
체조 선수 손연재의 수업 모습. /원더월 홈페이지 캡처

예술 교육 플랫폼 ‘원더월’은 강사를 인기 아티스트로 한정했다. 배우 하정우가 연기 수업을 한다. 배우의 삶과 철학,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법, 배우로서 겪는 슬럼프 극복 방법 등을 알려 준다. 이 밖에도 체조 선수 손연재, 어반자카파의 멤버 조현아의 싱어송라이팅 클래스, 래퍼 기리보이의 프로듀싱 클래스, 피아니스트 지용의 연주 클래스 등이 직접 노하우와 창작 과정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모든 아티스트 클래스를 1년간 무제한 수강할 수 있는 프리패스 수강권 가격은 25만9000원이다.

‘바이블’에서 연기를 지도하는 배우 이병헌. /바이블 홈페이지 캡처
영화감독 박찬욱, 가수 유노윤호, 메이크업 전문가 정샘물 등도 강의를 하고 있다. /바이블 홈페이지 캡처

작년 론칭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 ‘바이블’도 이병헌, 박찬욱, 유노윤호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앞세워 강의를 구성했다. 연기는 배우 이병헌, 영화 연출은 영화감독 박찬욱, 메이크업은 메이크업 전문가 정샘물, 문예 창작은 소설가 조정래, 작사는 작사가 김이나, 배드민턴은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 댄스는 가수 유노윤호 등에게 듣는 식이다. 1년간 모든 클래스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수강권은 19만9000원에 판매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프리미엄 온라인 강의 플랫폼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콘텐츠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뒤섞여서 확인할 수 없는 지식을 전하는 유튜브 등에서 배울 바엔 돈을 내고 검증된 유명인에게 수업을 듣겠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 시장에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프리미엄 인강이 초기엔 주로 그림 그리기, 쿠킹 클래스, 홈트레이닝 등 취미 위주 강좌를 내놓다가 최근 창업, 부동산, 직업 기술 등으로 영역을 넓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온라인 강의 시장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학원 강사, 학교 교사, 교수 등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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