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 마시는 생수에 이런 게 들어 있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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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워터 권혁재 대표
일주일에 신용카드 1장의 미세 플라스틱 섭취
생수병 뚜껑에 끼워 걸러내는 생수 필터 개발

생수병 뚜껑을 연다. 병 입구에 생수 필터를 돌려 끼워 물을 따른다. 똑같은 물처럼 보이지만 다르다. 필터를 거친 이 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없다. 마이크로 필터가 모두 걸러내기 때문이다. 생수 필터는 리얼워터에서 만들었다. 리얼워터는 권혁재(34) 대표가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운영하는 제조 스타트업이다.

리얼워터가 만든 생수 필터는 0.005mm까지 여과 가능한 촘촘한 필터로 59~139㎛의 작은 미세 플라스틱을 전부 걸러낸다.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올해 6월부터 지금까지 펀딩으로만 6500만원 어치가 팔렸다. “까다로운 사람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제품을 개발한 권혁재 대표를 만났다.

권혁재 대표. /jobsN

◇두 번째 창업에 만난 생수 필터

학창 시절 광고와 기자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졸업하고 바로 창업했다. 권 대표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한 가지는 자신이 주체가 돼 일하는 것을 좋아해 회사보다는 사업이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머지 이유는 집에 빚이 많았는데, 직장에서 버는 돈으로는 평생 해결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창업이었나요.

“온라인에서 신발을 팔았습니다. 2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도매 시장에서 좋은 신발을 구해다 팔았죠. 사업이 잘돼 나중에는 직접 신발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5년 동안 운영하다가 2018년 6월 회사를 매각했어요. 대부분 만들어져 있는 제품을 팔다 보니 제가 하는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없었습니다. 회의감도 들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생수 필터였나요?

“‘생수 필터를 만들어야지’라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1년 동안 창업 아이템을 구상했습니다. 2019년 5월쯤 기사를 보는데, 생수 속 미세 플라스틱 검출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기사인데,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는지.

“어렸을 때 잔병치레도 많이 했고 피부가 민감해 평소에도 화학제품에 예민한 편입니다. 플라스틱은 화학제품으로 몸에 좋지 않은데, 매일 마시는 물에 들어 있다고 하니 걱정이 됐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주는 제품이 있는지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사업 아이템으로 정한 결정적 이유입니다.”

국가별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 오염 현황(좌),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 크기(우). /리얼워터 제공
리얼워터의 생수필터와 원리. 사용 기간은 하루 2리터 사용 기준 약 2개월이다. 흐르는 물에 헹궈서 사용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필터를 분리해서 건조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리얼워터 제공

◇10개월, 31번째에 완성한 제품

2개월 동안 검출 장소, 크기 등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조사했다. 또 시중에 어떤 필터가 있는지 알아보고 각 필터의 특징, 구멍 크기, 원리에 대해서 공부했다.

-미세 플라스틱 조사 결과 어땠나요?

“뉴욕주립대 연구를 보면 전 세계 259개 생수 93%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리터당 평균 325개, 최대 1만390개가 나왔다고 합니다. 또 사람이 일주일에 평균 2000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합니다. 이는 5g 정도로 신용카드 한 장과 동일합니다. 섭취 경로의 90%는 마시는 물이었어요. 필요한 제품이라고 느꼈습니다.”

-바로 제품 구상을 시작한 건가요.

“편리하게 생수병에 바로 끼워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죠. 조사하고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세디먼트 필터를 적용해 설계했습니다. 마이크로 세디먼트 필터의 구멍은 촘촘해서 5㎛까지 걸러냅니다. 국내 생수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 크기가 최소 59㎛에서 최대 139㎛였습니다. 필터 구멍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죠. 또 이 필터는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한 다른 불순물은 걸러내고 미네랄은 통과시킵니다. 미네랄을 거르면 물이 산성이 돼요. 산성이 된 물은 우리 몸에 해롭기 때문에 미네랄을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상한 걸 제품으로 만들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품 개발 기간만 10개월 이상 걸렸습니다. 필터 틀과 안에 들어가는 필터의 모양, 크기 등을 바꿔가면서 만들어 실험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나온 시제품을 3D프린터로 만들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죠. 생산 업체를 찾아야 했어요. 11군데를 직접 만났고 그중 우리 제품에 가장 공감해주셨던 공장을 찾았어요. 14년간 정수기 필터만 만든 전문 생산 업체라 믿고 맡겼습니다.”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크기인 50~140㎛의 활성탄 입자로 진행한 실험. 생수 필터가 모두 걸러냈다. /리얼워터 제공

◇해외 시장 진출 목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시험을 통해 ‘유해물질 불검출 인증’을 받았다. 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시험 결과 ‘비스페놀A 불검출’을 확인받아 ‘BPA FREE’ 인증도 받았다. 2020년 6월 첫 제품이 나왔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에게 선보였다. 반응이 좋았다.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다. 권 대표는 펀딩 오픈 전날까지도 아무도 안 살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우려와 달리 펀딩에 성공했고 세 번째 펀딩까지 마쳤다.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요.

“대부분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저희 제품에 공감해 주셔서 오히려 감사했죠. 또 가방에 넣어서 다니고 싶다고 케이스를 만들어달라는 요청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의견 반영해서 케이스도 함께 출시했습니다.”

-가장 뿌듯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펀딩이 끝났는데 따로 구매할 수 있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중년 남성이셨고 딸이 몸이 안 좋아 환경 호르몬에 민감하다고 하셨어요. 여행을 가는데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여쭤보셔서 보내드렸습니다. 이렇게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는 분이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불안할 때마다 마음을 잡아줬던 문구를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놓았다(좌). 생수 필터를 사용해본 고객의 후기(우). /리얼워터 제공

-개발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아무도 안 사면 어떡하지, 우리 제품이 필요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처음 이걸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이걸 누가 쓰냐’, ‘왜 필요하냐’는 반응이었어요. 많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권혁재 대표는 인터넷에 올라온 ‘미세 플라스틱 없는 생수 좀 알려주세요’와 같은 글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권 대표는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현재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도 문의가 들어와 수출을 준비 중이다. 

리얼워터를 이끄는 그의 목표는 먹거리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돕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회사 모토는 ‘진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만든다’입니다. 또 생수의 미세 플라스틱 이슈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심각합니다. 해외에서는 1리터에 미세 플라스틱이 1만개까지 나온 브랜드도 있습니다. 시장의 수요가 더 큰 만큼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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