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기사 댓글 막자 악플러들 이곳으로, 어딘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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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뉴스 기사 연예 댓글 중단 후
‘풍선효과’ 터져 나온 나무위키·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반인 향한 악플도

‘포지션: 살찐돼지.’ 지난달 나무위키에서 SM 신입 걸그룹 에스파 멤버 중 한 명을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적은 북한, 출생은 평양이라고 나와 있었으며, 소속사도 평양냉면엔터테인먼트로 나오는 등 악의적인 비방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현재는 내용이 수정된 상태다.

SM 신인 걸그룹 에스파(왼쪽)와 지난달 나무위키에서 에스파 멤버 중 한 명을 검색했을 때 나온 화면. /에스파 인스타그램·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10월 카카오가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가수 겸 배우 설리와 가수 구하라 등 악플에 시달렸던 연예인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플랫폼 기업인 포털이 자정 노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네이버와 네이트 등 주요 포털 사이트들도 연예 뉴스 댓글 폐지에 동참했지만, 악플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나무위키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장소만 옮겼을 뿐이다.

◇나무위키, 이용자 많은 만큼 허위 정보 파급력 커

포털 댓글이 막히자 악플러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나무위키였다. 나무위키는 한국판 위키피디아로 불리는 곳이다. 위키(Wiki)는 사용자들이 공동 문서에 자유롭게 내용을 추가·수정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웹 서비스방식을 말한다. 집단지성을 활용해 각종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등록된 지식과 정보를 수정·보완할 수도 있다. 나무위키도 네이버·카카오·구글 계정이 있다면 누구나 정보를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문제는 누구나 정보를 추가하거나 수정·보완할 수 있는 만큼, 악성 내용이나 허위 정보가 올라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욕설도 마찬가지다.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장치 또한 없다. 사후 조치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무위키는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문서를 발견하면 게시 중단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를 본 당사자나 대리인이 직접 신고해야 한다. 즉 당사자가 인지하기 전까지는 허위정보나 비방이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이다.

나무위키 메인에 보면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가 나와 있다. /나무위키 캡처

이처럼 악플이나 허위 정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수단은 부재하지만, 나무위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난해 7월 글로벌 온라인 트래픽 조사 사이트인 시밀러웹의 조사 결과, 나무위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찾는 사이트 8위에 올랐다. 이는 나무위키에 올라온 정보의 파급력이 상당히 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한 지식 백과라는 이미지가 있어 비방을 목적으로 작성한 내용이 사실로 오인받을 가능성도 있다. 

◇SNS에도 넘쳐나는 악플···스타들 직접 대응하기도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도 악플 문제가 심각하다. 일부 이용자들이 게시글에 악플을 남기거나 DM(다이렉트 메시지) 기능으로 악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12월 7일에는 근황 사진을 올린 제시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제시 점점 ‘성괴'(성형 괴물 줄임말)되는 것 같아. 성형 그만해”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러자 제시는 “성형할 시간이 없는대요(없는데요)….”라고 직접 대댓글을 남겨 응수했다.

악플에 직접 대댓글을 남겨 응수한 제시. /제시 인스타그램 캡처

개인 SNS 공간에 직접 찾아와 악플을 남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제시처럼 악플에 직접 대댓글을 남기는 스타들이 많아졌다. 더 이상 악플을 감내하지 않고,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송인 박미선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X 묻은 개가 X 묻은 개 나무란다”는 댓글에 “내가 뭐 묻었나요?”라는 대댓글을 달았다. “눈가 주름이 방송과는 좀 다르네요. 아쉽. 나이를 드시는군요. 한때는 미녀 개그우먼으로 참 이쁘셨는데”라는 댓글에는 “나이를 먹으면 주름이 생기는 게 당연합니다. 저는 제 나이가 좋아요. 아무튼 감사합니다”라고 대응하기도 했다. 가수 선미도 유튜브 채널 원더케이 ‘본인등판’에 출연해 가슴 성형 루머에 대해 직접 반박한 바 있다.

스타들이 직접 응수하고 나설 만큼, 이들을 향한 악플은 도가 넘고 있다. 최근 가수 겸 방송인 김송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다이렉트 메시지 언제까지 참고 삭혀야 할까요? 제가 맨날 웃는 거 같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라는 글과 함께 받은 악플 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사망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냐”, “동반XX 하시는 건 어떠신지?” 등 무분별한 욕설과 도를 넘어선 내용이 가득했다. 

박미선 인스타그램·유튜브 ‘1theK Originals – 원더케이 오리지널’ 캡처

악플이나 악성 DM이 문제가 되자 인스타그램도 내부적으로 악플과의 전쟁에 나섰다. 인스타그램은 10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 악성으로 여겨지는 댓글을 자동으로 숨기는 기능을 테스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격적이라고 간주되는 댓글을 여러 개 게시한 이용자에게는 경고창을 띄우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댓글을 숨김 처리하거나 계정을 삭제한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에도 댓글 작성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악성 댓글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제한 기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악성 게시글이나 댓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 역시도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인 향한 악플도 심각한 수준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을 향한 악플도 심각하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서 글쓴이를 공격하는 내용의 댓글을 다는 것이다. 지난달, 대학생 A씨는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우울 증상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일부 이용자들이 “죽을 거면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 “말로만 죽는다 하지 말고 좀 죽어” 등의 댓글을 남겨 A씨를 조롱했다. A씨는 결국 “에브리타임에서 온갖 악플에 많이 괴로웠다. 꼭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왔던 A씨를 조롱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들. /SBS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악플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대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적절한 게시글이나 댓글을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관리자는 신고가 많이 들어온 게시글을 삭제할 뿐 선제적으로 삭제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조치도 법적 강제력이 없는 시정 요구나 권고 정도에 불과하다. 

그사이 악플로 인한 피해는 커지고 있다. 실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도 많아지면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신고 건수도 늘었다.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6633건에 달했다. 2014년 8880건이었는데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악플이 타인에 폭력을 가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식해 개개인이 악플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곽 교수는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단순히 글을 한 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피해자가 받는 고통은 때리거나 칼로 찌르는 고통보다 훨씬 심하다고 지적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격받아 대인·광장공포증이 생길 수 있고, 정신장애나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개개인의 노력과 함께 플랫폼과 사회의 적극적인 행동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사이트 내에서 반복적으로 악성 게시글을 남기는 ID는 차단 조치하고, 법적으로도 악플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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