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막자 ‘여기’로 다 몰렸다, 어딘가 보니…

160

코인노래방은 금지, 멀티방은 괜찮아
모호한 기준에 혼란스러운 사람들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하루 최대 6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꺾기 위해 방역 당국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올렸다. 2단계+a에서 집합금지 및 영업 제한 시설을 추가 확대한 조치다. 이번에는 클럽, 감성주점 등 유흥시설 5종 외에도 직접 판매 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체육시설, 학원(교습소 포함)을 집합금지 대상으로 확대했다. 집합 금지시설 12만9000개, 운영 제한 시설 46만3000개 등 총 59만2000개 시설이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였다.

더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애매한 영업 제한 기준에 사업주는 물론 이용객은 방역 당국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디는 9시에 문을 닫아야 하지만 비슷한 업종의 다른 곳은 밤새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형평성에 어긋나고 거리 두기 단계 격상이 소용없다는 것이다.

리프트를 타기 위해 줄 선 사람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빈 공간 없이 줄 선 스키장 결국…

20·21 시즌을 맞이한 스키장이 문을 열었다. 벌써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람들은 거리 두기는 안중에도 없는 듯 리프트를 타기 위해 빼곡하게 줄을 서 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상승으로 이용객 수 제한을 두거나 밤 9시에 문을 닫는 곳과 달리 야간에도 운영하는 모습에 논란이 일었다.

수용 인원 제한, 영업 시간 단축 등의 지침을 따라야 하는 건 일반관리시설이다. 이에 놀이공원과 워터파크는 수용 가능 인원이 기존의 3분의 1로 줄었다. 폐점 시간은 밤 9시다. 스키장은 실외체육시설이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방역 당국은 2.5단계 실행 전 스키장을 일반관리시설로 지정하고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방역수칙을 정하는 건 중앙대책본분(중대본)이지만 구체적인 업종을 적용하는 것은 각 부처 소관이라는 게 중대본의 설명이다. 스키장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스키장은 실외체육시설이라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스키장 운영 업체 또한 정부에서 따로 받은 공식 지침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각 스키장은 자체적으로 방역을 강화했다.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리프트 탑승 인원은 2인으로 제한했다. 강원도 정선의 한 스키장은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 밤 9시면 영업을 종료한다. 그러나 스키장 및 방역 당국에 대한 비판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일반인이 보기에 놀이공원과 스키장은 다를 게 없다. 스키장 안을 돌아다니고 시설을 이용하고 음식을 먹는 게 놀이공원과 똑같다. 다른 기준을 적용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년 스키장을 방문한다는 스노보더 박모(33)씨는 정부의 명확하지 않은 기준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한다. 박씨는 “방역 당국에서는 집합금지 시설이 아니라고 하니 가도 될 것 같았는데, 다른 집합금지 시설과 다를 게 없는 모습에 스키장을 보니 망설여진다”고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중대본은 12월9일 회의를 통해 동계스포츠 시설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빙상장과 같은 실내 시설은 1단계 시설 면적 4㎡(약 1.2평)당 1명으로 인원 제한, 2단계 밤 9시 이후 운영 중단, 2.5단계 운영 중단을 적용했다. 스키장 등의 실외 시설은 1단계 마스크 쓰기 및 출입자 관리 의무화, 2단계 이용객 수 수용 가능 인원 3분의 1로 제한, 2.5단계 밤 9시 이후 운영 중단으로 변경됐다. 

코인노래방과 다를 것 없지만 영업할 수 있는 멀티방. 멀티방 복도는 각 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로 가득해 마치 코인노래방에 온듯했다. /jobsN

코노는 안 되지만 멀티방에서 노래하는 건 가능

방역 당국의 모호한 기준은 스키장만이 아니었다. 노래방도 마찬가지다. 노래방은 다중이용시설 분류체계를 보면 중점관리시설 9종 중 하나다. 노래방은 좁은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고 공용 마이크 사용으로 비말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노래방을 포함한 중점관리시설은 2.5단계에서는 집합금지 조치에 따라야 한다. 영업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노래방과 비슷한 속성을 가졌지만 중점관리시설이 아닌 일반관리시설에 포함돼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바로 멀티방이다. 멀티방은 여러 방으로 나뉘어 있고 이용객이 방 안에서 보드게임을 할 수도 있고 TV를 볼 수도 있다. 또 TV에 게임기를 연결해 비디오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마이크와 리모컨이 갖춰져 있어 노래방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PC방, 보드 게임방, 노래방 등을 합친 셈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공용 마이크를 사용해 비말 감염 위험이 높다는 건 노래방과 같다. 그러나 멀티방은 일반관리시설 14종 중 하나로 2.5단계에서도 밤 9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있다.

코인노래방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멀티방으로 몰렸다. 인터넷에는 ‘2.5단계에 코노(코인노래방)갈 수 있는 방법’으로 멀티방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각 업종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다중이용시설 분류를 해야 했던 것 아닌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이모(27)씨는 “얼마 전 코인노래방 주인이 2.5단계 격상으로 올해 마지막 장사를 마쳤다는 기사를 봤다. 주인 아들은 ‘엄마 노래방 가게 힘드니까 도넛을 안 먹겠다’고 하더라. 마음이 아팠다. 조금 더 신중하고 공정한 방역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방학 때문에 학원은 문 닫지만 PC방은 열어

학원은 일반관리시설이지만 이번 2.5단계에는 집합 금지시설에 포함됐다. 겨울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의 외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 학교는 방학 전일뿐더러 시험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의 한 보습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양모(28)씨는 “zoom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평소라면 조금 불편한 정도겠지만 시험을 바로 앞둬 비대면 수업을 하게 돼 불편한 점이 상당하다. 그리고 아직 방학 전이다. 아이들이 많이 가는 PC방은 영업하면서 학원은 왜 안 되는 지 혼란스럽다”고 호소했다.

PC방은 일반관리시설로 밤 9시까지만 운영한다. 지침을 보면 좌석을 한 칸 띄워 앉아야 하고 음식 섭취는 금지돼있다. 그러나 좌석별 칸막이가 있는 경우에는 붙어 앉을 수 있고 음식도 먹을 수 있다. 대부분 PC방은 소음 차단을 위해 칸막이를 설치해 놓는다. 운영 시간 제한만 생겼을 뿐 사실상 전과 달라진 점은 없는 것이다.

이에 학원업계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12월9일 수도권 학원·교습소 집합금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11일에는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이유원 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학원만 3단계를 적용하는 것은 행정남용이다. 학교처럼 2부제나 3부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지 무조건 운영을 중단하라니 막막한 상황” 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형평성 문제 제기하는 자영업자들

이외에도 홀 영업이 중단된 일반 카페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홀 영업이 가능한 브런치 카페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영업장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이 계속해서 방역 지침 형평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2월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에 대해 섬세한 재검토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에서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는 원장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집합금지 시설 재검토를 요청했다.

필라테스 학원은 실내체육시설로 헬스장, 에어로빅 학원, 스크린 골프장 등과 함께 2.5단계에서 집합금지 대상이다. 그는 “왜 실내체육시설은 그 규모와 운영 형태에 따라 고려되지 않고 무조건 집합금지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모든 체육시설을 마치 여러 명이 모여 환기 안 되는 시설에서 운동하는 곳처럼 취급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이어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식당과 목욕탕은 운영이 가능하고 마스크 잘 쓰고 있는 체육 시설업은 닫게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목욕장업, 영화관, 오락실, 멀티방 등처럼 면적당 인원 제한을 두고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스크린골프장 업주가 모인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조합은 “밀폐된 좁은 공간에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PC방과 오락실 등은 3단계에서 영업 정지를 한다. 반면 가족이나 지인 등 신원과 동선 파악이 확실한 출입자가 2~3명씩 소수로 이용하는 스크린골프장은 2.5단계에서 영업정지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착오다.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CCBB 하늘

img-jobsn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