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마다 생명 연장…저희는 불쌍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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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경험자 대상 1인 미디어 교육 ‘Going on Studio’
콘텐츠 기획과 영상 촬영·편집 등에 대한 교육 제공
50개 팀 중 5팀 선발해 일대일 맞춤 멘토링도 진행
교육 과정 등 담은 영상으로 장관상 받기도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3개월 연장을 축하합니다!”

지난해 1월 유튜브 채널 ‘암환자뽀삐’에 올라온 영상 중 일부다. 채널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영상 속 주인공인 조윤주(32)씨는 난소암 3기 환자다. 24살에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고, 4년 6개월 만에 암이 재발했다. 현재는 항암치료를 끝내고 3개월마다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 조씨는 이런 상황을 “3개월마다 생명 연장”, 3개월마다 새 인생 갱신” 등 재미있게 표현하면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조씨는 유튜브를 통해 ‘암 환자는 불쌍하고, 위로해줘야 하는 존재’라는 편견을 깨나가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암 환자라는 사실을 공개한 조윤주씨./유튜브 ‘암환자뽀삐’ 캡처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누적 암 환자는 186만7405명으로 인구의 3.6%를 기록했다. 한 해 20만명 이상인 암 발생자 수를 고려하면, 현재는 2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주변에서 암 경험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인 83살까지 산다고 볼 때, 암에 걸릴 확률도 35.5%에 달한다. 그러나 암 경험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암 경험자는 여전히 ‘약하다’라거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서울산업진흥원(SBA)이 나섰다. SBA는 서울 내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실행기관으로 중소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7년부터는 1인 미디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크리에이티브 포스’라는 1인 창작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튜디오 제공, 장비 대여 등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중소기업과 연계해 1인 창작자들에게 콘텐츠 제작 기회도 제공하고, 코로나19 예방수칙, 코로나19로 인한 혐오차별 방지 등 공익 콘텐츠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올해는 대한암협회, 올림푸스한국과 함께 암 경험자들이 1인 미디어를 통해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활동 ‘Going on Studio(고잉온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크리에이티브 포스를 운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콘텐츠 제작과 유튜브 채널 운영에 대한 교육을 담당했고, 노력을 인정받아 11월26일 ‘함께하는 기업 어워드 & CSR 필름 페스티벌’에서 재능 나눔 부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고잉온 스튜디오를 기획 및 운영한 SBA 전략산업본부 미디어콘텐츠산업팀 정재선(39) 책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SBA 전략산업본부 미디어콘텐츠산업팀 정재선 책임./SBA

◇암 발병·투병 과정에서 경력 단절되는 암 경험자들

-고잉온 스튜디오에 대해 설명해달라.

“대한암협회와 올림푸스한국이 함께 펼쳐 온 ‘고잉온(Going-on)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고잉온 캠페인은 ‘암 경험자들의 삶은 계속된다’는 의미로,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캠페인이에요. SBA는 1인 미디어 산업 전문 지원기관으로서 암 경험자들이 1인 미디어 창작자가 될 수 있도록 콘텐츠 기획과 영상 촬영·편집 등에 대한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고잉온 스튜디오를 기획한 계기가 궁금하다.

“암 경험자들은 발병 및 투병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경력이 단절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죠.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 생존율은 약 70%에 달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암 경험자들은 사회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암 경험자들에게 1인 미디어를 활용해 사회와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고 자아존중감 회복 등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암밍아웃’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는데요. 자신이 암 경험자라는 사실을 주위에 밝히는 일을 뜻하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암 경험을 밝히는 데 큰 용기가 뜻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고잉온 프로젝트를 계기로 암 경험자분들이 암 병력을 드러내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실제로 사단법인 대한암협회가 지난해 사회 복귀 의사가 있는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투병 경험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26.4%(226명)였다. 암 경험자들은 암 환자라는 편견 때문에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2018년 국립암센터가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57%가 ‘암 생존자의 직업 능력은 정상인보다 낮다’고 답했다. 암 경험자의 직장 복귀율이 30.5%에 불과하다는 국립암센터와 대한암협회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사단법인 대한암협회

◇유튜버이자 암 경험자 ‘암환자뽀삐’가 진행, 현직 유튜버들이 직접 교육

9월 시작한 1기 교육에는 암 경험자 또는 암 경험자와 가족·보호자로 이루어진 50개 팀이 참가했다. 당초 정원을 20개 팀으로 기획했지만,  코로나 사태에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 실시간 교육으로 대체하면서 50팀으로 늘렸다. 회당 3시간씩 총 5회에 걸쳐 미디어 콘텐츠뿐 아니라 촬영 및 편집에 대한 이론 교육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하는 법이나 자막을 다는 방법, 썸네일과 콘텐츠 구성 등 콘텐츠 제작과 유튜브 채널 운영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내용으로 교육 과정을 구성했다.

-현직 유튜버들이 직접 교육에 참여했다고.

“SBA 1인 미디어 창작자 커뮤니티인 크리에이티브 포스 소속 현직 유튜버들이 담당했습니다. 교육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처음부터 현직 유튜버들이 직접 교육할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또 암 경험자이자 유튜브 채널 암환자뽀삐 운영자인 조윤주씨가 직접 MC로 참여했어요. 조윤주씨가 참여해 준 덕분에 암 경험자의 상황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을 이끌어갈 수 있었습니다.”

고잉온 스튜디오 교육 사진. 코로나 탓에 오프라인 교육이 아닌 온라인 실시간 교육으로 진행했다. 유튜브 채널 ‘암환자뽀삐’ 운영자인 조윤주씨는 교육 과정 진행을 맡았다./SBA

-온라인 교육 특성상 실시간 소통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교육 내내 댓글을 통해서 참가자분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했습니다. 실습 결과물을 채팅창에 올리면 바로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유튜브 댓글 창 외에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활용했어요.”

참가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최근 1인 미디어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졌지만, 암 경험자를 대상으로 특화된 교육과정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한 참가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열심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주셔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CSR 필름 페스티벌에서 장관상 수상하기도

정식 교육을 마친 후 참가자 중 5팀을 선발해 일대일 맞춤 추가 멘토링도 제공했다. 멘토링 대상자는 온라인 교육을 마친 후 기획안을 받아 선발했다. 멘토링은 크리에이티브 포스 소속 유튜버들이 직접 참가자의 집 또는 촬영 공간으로 찾아가 진행했다. 촬영 기기나 장비 등 참가자들의 촬영 환경을 점검하고, 추가 장비를 사지 않고 있는 장비를 활용해 기획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끔 밀착 멘토링을 하기 위해서다. 교육과 멘토링 덕분에 몇몇 참가자들은 실제 유튜버로 거듭났다. ‘유방암 투병중인 깨면지의 챌린지’, ‘환도TV(환자의 도전 TV)’ 등이 멘토링 참가자들이 만든 채널이다.

멘토링 참가자들이 만든 유튜브 채널./유튜브 캡처

SBA는 고잉온 스튜디오 1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2기 교육을 진행 중이다.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이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려는 SBA의 노력은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SBA는 지난달 함께하는 기업 어워드 & CSR 필름 페스티벌에서 재능나눔 부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처음부터 CSR 필름 페스티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추후 프로그램 진행에 도움이 되고자 교육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고, 더 많은 사람에게 프로그램에 대해 알리고자 해당 영상을 필름 페스티벌에 출품했어요. 단순히 교육과정뿐 아니라 고잉온 스튜디오를 통해 암 경험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자세히 영상에 담았습니다. CSR 필름 페스티벌 취지 자체가 기부나 봉사활동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적인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것인데요. 단순히 ‘암 경험자들의 경력 단절이 심각하다’는 문제 제기가 아니라 이들을 도울 방안 등을 담은 사업이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0 함께하는 기업 어워드 & CSR 필름 페스티벌 시상식 사진./SBA

-목표는.

“고잉온 스튜디오는 올해 교육을 바탕으로 조금 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사후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기관·지원사업과 연계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입니다. SBA는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소속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꾸준히 공익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SBA, SBA 소속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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