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을 장바구니로 쓰는 여성,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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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한 태국 남성이 수레를 끌고 마트에 등장했다. 수레 안에는 장 본 물건이 한가득이다. 올해 초 태국 정부가 비닐봉지 제공을 중단하자 태국인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장을 보는 모습을 SNS에 인증한 것이다. 이외에도 빨래집게, 그물망, 항아리뿐만 아니라 수백만원에 이르는 명품 가방까지 장바구니로 이용한 모습이 SNS에 등장했다.

rovmaira 페이스북 캡처, badassfalin 트위터 캡처, natbaygroup 인스타그램 캡처

태국인들은 하루 평균 비닐봉지 약 8개를 사용한다.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노점을 가도 밥, 국물, 반찬 등을 비닐봉지에 담아 판다. 태국 환경질향상국은 태국이 하루 평균 비닐봉지 약 5억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비닐봉지를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바다 쓰레기의 16%를 차지한다. 유엔환경계획(UNEP)는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800만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재미는 인간이, 피해는 동물이 

이미 바다에는 플라스틱이 천지다. 지난 5월에는 태국 바다거북 전문 수의사가 바다거북 항문을 통해 비닐봉지를 빼내는 영상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바다거북 배 속에는 50~60cm나 되는 대형 비닐봉지 2개가 들어있었다. 수의사는 “바다거북을 검진하다 항문에 비닐 조각이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며 “바다거북 배 속에 더 이상 쓰레기가 없기를 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바닷속을 둥둥 떠다니는 비닐봉지를 바다거북이 먹이로 착각해 삼켰다 죽는 일이 빈번하다. 비닐봉지 같은 플라스틱에 플랑크톤이 쌓이면서 특유의 ‘먹이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비닐봉지가 다른 음식물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왼)수의사가 바다거북 항문에서 비닐봉지를 빼내는 모습, (오)바다거북 뱃속에서 나온 두 번째 비닐봉지./อะไรอยู่ในท้องเต่า 페이스북 캡처

육지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런던 해링게이에서는 비닐봉지를 물어다 둥지를 짓는 다람쥐의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을 촬영한 영국 사진작가 헨리 제이콥스는 “다람쥐가 먹지도 못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어디론가 가져가는 이상스러운 광경에 순간적으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다람쥐들은 나뭇가지나 이파리 대신 비닐봉지, 담배꽁초 등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둥지를 만들고 있다. 인도 마이소르 대학교 메와 싱 박사의 연구팀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닌 순수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둥지는 4개 중 1개 정도뿐이라고 밝혔다. 

인간이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막지 못하자 일본에서는 동물이 먹어도 무해한 봉투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울타리 없는 공원 내에서 사슴 1200여마리와 산책할 수 있는 일본 나라현의 나라공원이다. 사슴들이 종종 관광객들이 버린 음식물 포장지 등을 삼킨 뒤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2019년에는 사슴 한 마리의 뱃속에서 무려 4kg의 쓰레기가 나오기도 했다. 관광객들에게 일회용 비닐봉지 등을 최대한 적게 사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공원 측은 동물이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우유 성분과 쌀겨를 이용한 종이봉투를 만들었다. 사슴 친화적 종이봉투는 1100원으로, 현재 6개 지역의 관광지와 은행, 약국 등에 3500장 정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관광객이 주는 먹이를 다 먹고 비닐봉지까지 물어가는 사슴, (오)사슴의 위에서 나온 비닐봉지가 3kg가 넘는다./KBS 뉴스 영상 캡처, 나라사슴공원 트위터 캡처

◇’친환경’에 빠진 기업들 

환경을 지키기 위해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 ‘메이퇀’은 지난 8월 중국 전역에서 포장재를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메이퇀은 2017년부터 환경 가치망을 구축하고 포장재 재활용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촉진하는 ‘푸른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푸른산 프로젝트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중국 정부의 비닐봉지 사용 감축 프로젝트에 호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오염 배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는 중국 주요 대도시의 슈퍼마켓과 쇼핑센터는 물론 음식 배달 서비스에서 화학적으로 분해할 수 없는 비닐봉지는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 정부도 2018년 5월 오는 2022년까지 일회용 컵, 비닐봉지 사용량을 35% 줄이고 2030년까지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기로 했다. 이에 국내 배달음식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2019년 4월 업계 최초로 ‘일회용품 덜 쓰기 옵션’을 도입했다. 일회용 수저, 포크 등의 수령 여부를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9월에는 업주 식자재 쇼핑몰 ‘배민 상회’를 통해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친환경 포장 용기를 20% 할인한 가격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친환경 코팅 소재를 쓴 종이 용기와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 비닐봉지를 선보였다. 우아한 형제들은 배달 플랫폼 업체 중 처음으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 상위그룹으로 선정됐다.

배달의 민족 어플 캡처

카카오의 쇼핑 자회사 카카오 커머스가 운영하는 주문 생산 플랫폼 ‘카카오 메이커스’는 친환경 자체 상표(PB) 브랜드인 ‘메이커스 프라임’을 선보였다. 소재 선정에서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소비자들의 의식 있는 의류 소비) 브랜드다.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한 ‘보틀니트’와 나일론을 재활용한 ‘에코 나일론 팬츠’,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바이오 슬랙스’ 등이 있다. 또 데님 의류에는 물이 아닌 레이저 워싱을 사용해 일반 데님보다 80% 물 사용을 절약한 ‘레스워터 데님’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의 녹색 행보는 MZ 세대(밀리니 얼+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가치소비에 호응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식물성 고기를 먹고 환경친화적인 옷을 입으며 비건 화장품을 바른다. 일상에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하기보다는 ‘가치’를 구매한다. 그래서 공정하지 못한 기업은 불매 운동으로 응징하고, 조금 비싸거나 번거롭더라도 가치소비를 유도하는 기업을 지원한다. 기업들이 윤리적 소비의 가치를 중시하는 MZ 세대에 맞춰가는 이유다. 

글 CCBB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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