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5억…한번도 뵌적 없는 수지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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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반 패션 신발 기업 다울앤하울
지역 상생 고려해 중국 아닌 부산에서 생산
‘수지 공항 패션 운동화’로 이름 알리기도

신발 유통회사에서 7년 동안 일했다. 주로 중국에서 만든 신발을 수입해 동대문, 도매상들과 거래했다.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후에는 물류 관리부터 포장, 제품 발송, CS까지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직원이 늘어난 이후에는 온라인 MD 업무를 맡았다. 각종 기획전을 준비했고, 직접 중국을 오가며 제품 기획과 유통, 판매를 담당했다. 그러다 문득 ‘중국이 아닌 부산에서 신발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울앤하울 정성옥(41) 대표의 이야기다.

다울앤하울 정성옥 대표./다울앤하울

“오픈마켓이 활성화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해졌어요. 중국 제품 수입이 많아진 후로 무한 가격 경쟁이 시작됐죠. 가격은 당연히 낮아졌지만, 품질과 서비스 부문은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었죠. 그때 과거 신발산업의 메카였던 부산에서 나만의 신발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두 아이 이름 합쳐 브랜드명 지어

2014년 여름 퇴사한 후 2015년 다울안해울을 창업했다. 큰 딸인 다울이와 둘째 아들인 하울이의 이름에서 따왔다. “다 함께 사는 우리, 하나로 사는 우리라는 뜻을 살려 회사를 운영하고, 사업하면서 자식들 이름에 욕보이지 말자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브랜드명은 제 이름에 들어가는 알파벳 J와 다울을 합쳐서 제이다울로 지었어요.”

제품 디자인은 물론이고 인솔(깔창)과 아웃솔(밑창) 개발도 직접 하고 있다. 디자인과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신발 유통업에 종사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웠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직접 손으로 그리면서 제품 디자인을 하고, 완성되면 디자이너에게 도식화 작업을 맡긴다.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은 아웃솔이다. 부산에서 아웃솔 공장을 운영하셨던 아버지께 조언도 많이 구했다. 

정 대표가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는 과정./다울앤하울

“요즘에는 겉가죽 디자인만 화려하게 만들어서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브랜드들이 많은데 저는 사실 신발은 패션보다는 공학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발은 모든 신체 기관과 연결되어 있고, ‘제2의 심장’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부위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발이 편한 신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신발은 디자인을 떠나서 발이 편해야 한다고, 발이 불편하면 아무리 예쁜 신발이라도 멀리하게 된다고 누차 강조하셨어요.”

편안한 신발, 착화감이 좋은 신발을 만들기 위해 아웃솔 개발에 공을 많이 들였다. 주원료인 고무 배합을 달리해가며 샘플을 만들고, 착화감을 테스트하는 과정을 오래 거쳤다. 그렇게 10개월 만에 첫 제품인 ‘스퍼브’(bit.ly/33a7d8a)가 탄생했다.

제이다울 첫 제품인 스퍼브(왼쪽)와 제품 분해 컷./다울앤하울

◇새벽까지 SNS 문의 직접 응대하며 브랜드 알려

생산은 부산에 있는 신발 공장에 맡겼다. 전 직장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중국에 있는 공장도 많이 알고 있었지만, 지역 상생을 고려했다. 공장주도 정 대표를 믿고 제품 개발에 많은 도움을 줬다. 신생 기업인 점을 고려해 제품을 소량으로 제작해줬고, 대금 결제도 선결제가 아닌 후결제 방식으로 배려해줬다. 정 대표는 “좋은 공장 사장님을 만난 덕분에 창업비용 9000만원으로 사무실을 얻고, 아웃솔 몰드 개발부터 제품 생산까지 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첫 제품부터 소비자 반응은 좋았다. “2015년 브랜드를 런칭하고, 처음으로 오픈마켓에 상품을 등록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첫 제품 스퍼브는 기본 컨버스화인데 대형 브랜드의 컨버스화 제품 가격이 3만~4만원대였어요. 저희 제품은 6만원대였죠. 가격 차이가 나다 보니까 ‘팔릴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주문이 1개 들어와 있는 걸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이틀째에는 7개, 사흘째에는 18개, 나흘째에는 20개 이런 식으로 주문이 늘었습니다.”

기본 컨버스화인 스퍼브는 현재 제품 색상이 30여 개로 늘었다./다울앤하울

넉넉하지 않은 자본금으로 창업하다 보니 거의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했다. 창업 초기 마케팅도 직접 했다. 브랜드 타깃을 20대 초·중반으로 잡았고, 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활용했다. 마케팅 책으로 공부해가면서 홍보했다. “한 번은 새벽 4시쯤 인스타에 댓글이 달렸길래 바로 답글을 달았더니 그분이 무척 신기해하셨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바로바로 응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밤낮 가리지 않고 SNS를 운영하면서 홍보했습니다. 당시 잠을 거의 못 잤는데, 그래도 제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 뿌듯했죠.”

시장 공략도 쉽지 않았다. 컨버스, 반스 등 기존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해야 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주 타깃층인 MZ세대의 특성에 주목했다. “20대 초·중반의 신발장에는 분명 다른 브랜드 신발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매일 똑같은 신발만 신을 수는 없잖아요. 다른 신발도 신을 수밖에 없고, 저희 신발이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또 개성이 강한 MZ세대는 자신이 찾아낸 브랜드, 자신만 아는 브랜드를 좋아해요. 그런 부분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했습니다.”

◇신고 만들고 파는 사람, 모두를 위한 신발 만들고 싶어

정 대표의 노력은 통했다. 창업 후 2달이 채 안 된 시점부터 매일 주문이 100개 이상씩 들어왔다. 2018년에는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제이다울의 가죽 스니커즈인 ‘코니플레인’(bit.ly/33a7d8a)을 신고 공항에 나타났다. 이후 ‘공항 패션 운동화’로 알려지면서 해당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 협찬도 아니었다. 

2018년 수지가 제이다울 스니커즈를 신고 공항에 온 모습과 해당 제품./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다울앤하울

“아마 스타일리스트가 자체적으로 구해서 신은 것 같은데 어떻게 저희 제품을 알게 됐는지 자세한 내막은 저희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특정 제품 매출이 늘어서 나중에 알고 봤더니 수지님이 화보 촬영차 해외로 출국할 때 저희 신발을 신고 있는 사진이 찍혔더라고요. 사실 가죽 제품이어서 생산량을 줄이고, 봄 신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1월 2월 급하게 다시 재생산에 들어갈 정도로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항상 수지님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창업 6년 차인 현재 제품은 100여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연매출 15억원을 달성했다. 2016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시작으로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자주 열었고, 신세계와 롯데백화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했다. 현재는 코로나로 오프라인 매장 운영이 어려워져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제품성과 지역 상생을 추구하는 가치를 인정받아 여러 차례 상을 타기도 했다. 2016년에는 부산광역시가 주최하고 신발산업진흥센터가 주관한 부산국제신발전시회에서 1등상을 받았다. 이듬해 부산시장으로부터 지역산업발전 감사패를, 2019년에는 표창장을 수상했다. 같은 해 ‘2019 세계기업가 정신 주간행사(GEW KOREA 2019)’에서 청년기업인 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부산국제신발전시회 1등상과 부산시장 감사패,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장 등 각종 상을 받았다./다울앤하울

“처음 창업했을 땐 어려운 게 없었던 거 같아요. 아무것도 없었으니 겁날 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사업이 조금씩 잘되고 사람들이 알아주면서 욕심이 생기더군요. 욕심때문에 3년 차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제이다울이라는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이다울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브랜드로 키우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다 함께 사는 우리’라는 순우리말 다울의 뜻대로 신발을 신고 만들고 파는 사람, 모두를 위한 신발을 만들겠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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