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진 추궁당하고 ‘역겹다’ 소리까지 듣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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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해지는 교사 민원
외모 지적에 프로필 사진 관리까지
“노동자로 한 번 더 생각해주시면…”

아동학대 누명 쓰고 ‘역겹다’, ‘시집가서 너 같은 X 낳아’ 폭언에 시달린 어린이집 교사였던 저희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20년 10월5일에 올라온 청원은 한 달 만에 35만명이 넘는 사람에게 동의를 받았다.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 동의를 해야 청와대 측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훨씬 넘어섰다. 청원 게시자는 지난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동생이었다. 그는 또다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가해자 학부모의 처벌을 호소했다.

앞서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였던 A씨는 2018년 11월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원생 가족에게 폭행을 당했다. A씨가 근무하는 어린이집에 찾아온 가족은 “아이가 보육교사에게 맞았다고 말했다”면서 피해자를 밀치는 등의 폭행을 행사했다. 또 어린이집 원생과 교사가 다 보고 있는 와중 “웃는 것도 역겹다”, “싸가지 없는 개념 없는 것들 같으니” 등의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결과 학부모가 주장하던 아동학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혐의없음으로 수사가 끝났지만 가족의 괴롭힘은 계속됐다. 아이 엄마는 다른 학부모와 아파트 단지 병원 관계자에게 보육교사가 아이를 학대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 해당 교사의 생계를 끊을 목적으로 세종시청에 악의적인 민원을 계속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어린이집은 보육교사에게 퇴직을 요구했고 A씨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1년 6개월 동안 폭언, 악성 민원, 루머에 시달리던 A씨는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 2020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해당 학부모는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 각각 벌금 2000만원을 받았지만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국민 청원이 올라오고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자 항소를 취하해 벌금형을 확정했다. A씨가 사망하고 그의 사망과 가해자 모욕 간 상관관계에 대해 경찰 재조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한 민원에 취약한 보육교사 근무환경이 재조명 되고 있다.조선DB

조선DB

사진 속 남자 묻고 속눈썹 떼고 오라고 하기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아이를 교육하는 기관 특성상 보육교사는 학부모를 상대해야 한다. 아이를 맡길 때 얘기해야 할 특이 사항이나 전달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 교육에 상관없는 부분을 직접 지적하거나 어린이집에 민원을 넣기도 한다. 외모 지적이나 개인 메신저를 보고 사생활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한 보육교사는 육아 전문 매체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말에 개인 메신저로 사생활 관련 질문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부모에게 ‘프로필 사진 남자는 누구냐. 남자친구냐’는 질문을 받았다. 과한 사생활 침해다”라고 말했다. 해당 교사가 받은 황당한 민원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주임교사를 통해 받은 외모 지적도 문제였다. 그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속눈썹이 너무 길다. 당장 떼고 와라’, ‘머리는 왜 검은색이 아니냐, 어둡게 염색해라’, ‘왜 매일 치마를 입고 다니냐’ 등의 민원을 받았다. 아이에게 소홀한 것도 아니고 겉모습으로 민원을 제기했다는 게 억울했다”고 밝혔다.

이런 민원을 받는 보육교사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5세 반을 맡았던 보육교사 박모(28)씨도 외모 관련 지적을 받았다. 박씨는 “학부모에게 ‘화장이 너무 진한 것 같다. 어린아이를 봐주는 선생님으로서 화장 좀 지우고 출근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화장이 진한 것도 아니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출근하지 않을 때도 아이들과 마주칠 수 있으니 소소하게 입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아마 프로필 사진 속 사진을 보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사생활을 들추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교육과는 상관없는 민원을 받은 것이었다. 박씨는 “아이들에게 직접 피해가 갈 수 있는 손톱 같은 경우는 항상 짧게 유지한다. 그 밖의 것을 지적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근무했던 어린이집 원장도 “학부모님이 선호하는 외모가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자꾸 강요하는 건 당황스럽다.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드라마 속 학부모 갑질 모습. / KBS드라마 유튜브 캡처

초·중·고 교사도 마찬가지

이런 민원과 업무 외 메시지에 시달리는 건 어린이집과 유치원뿐 아니었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 1835명을 조사한 결과 약 64%가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수시로 학부모 등의 연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한 고등학교 교사는 퇴근 후에도 오는 학부모의 사소한 연락이 조금씩 쌓여 나중에는 정말 필요한 연락도 받기가 싫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진도 문제나, 친구와의 다툼 등 고등학생이라면 스스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학부모를 통해서 연락을 받았었다.  급하지 않은 연락을 업무 외 시간에 받는 게 상당한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학부모의 시도 때도 없는 연락은 학년이 낮을수록 더 심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준비물을 묻는 것 연락부터 아이의 상태를 밤늦게 확인하고 연락해 화를 내는 것까지 다양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밤에 한 학부모님에게 오늘 아이 약은 먹었냐고 연락이 왔다.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교사도 사람이고 생활이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결국 교육부와 교총은 작년 12월 ‘2018~2019년 본교섭·협의위원회 조인식’을 열어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 근무 여건 개선, 복지·처우 개선 등을 위한 합의서를 냈다. 교육부는 교원 전화번호 공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시·도 교육청에 권고했다. 퇴근 후 걸려온 학부모 민원 전화 등으로 사생활 침해를 겪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각 교육청은 해당 권고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 마련을 반가워하면서도 학부모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관계자는 “보육교사나 초·중·고등학교 선생님은 교육자인 동시에 감정노동자인 셈이다. 학부모께서 선생님들도 같은 노동자로 한 번 더 생각해주시면 선생님들은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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