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남성 공무원들 불만, 결국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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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직 근무 중인 여성 공무원./KBS News 유튜브 캡처

대구광역시청에서 일하는 남성 공무원 장모씨가 11월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장씨는 대구시(권영진 시장)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양성평등기본법을 어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여성이 일직(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 남성이 숙직(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근무)을 전담하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현재 대구에서는 일직 근무는 여성이, 숙직 근무는 남성 공무원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장씨는 “성별 기준으로 일직과 숙직 근무자를 정한 탓에 대구시청 본관에서 여성 공무원은 7~8개월에 한 번 일직을, 남성은 1.5~2개월에 한 번 숙직 근무를 선다”고 했습니다. “숙직 근무 전담도 문제지만, 남성 공무원 당직 순번이 4~5배 빨리 돌아온다”는 설명입니다.

장씨는 대구시가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를 지키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 조항에서는 양성평등을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장씨는 “대구시는 청사가 열악해 여성 공무원 휴식공간이 없고, 야간에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대처가 힘들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당직근무 제도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여성 공무원 늘면서 남성 숙직 부담 커져

최근 남성 공무원의 숙직 부담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직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지면서 남자 공무원이 숙직 근무를 하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2020년 9월 기준 대구 공무원 1만3291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38.3%(5094명)입니다. 2015년 31.2%에서 2017년 34.3%, 2019년 37.2%로 꾸준히 올랐습니다. 남성 공무원은 2~3개월에 한 번 숙직 주기가 돌아온다고 합니다.

대구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도 여성 비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자료를 보면 서울시 공무원(본청·사업소·자치구 포함) 여성 비율은 1999년 2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36%, 2018년 47%까지 20년간 약 2배 올랐습니다. 신규채용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이미 남자보다 여자가 많습니다. 2017년에는 신입직 여성 비율이 64.4%, 2018년에는 56.1%였습니다. 앞으로도 남성보다 여성 공무원이 신규로 더 많이 들어온다면 여성 비율이 더 높은 여초 조직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청은 2019년부터 여성도 숙직 근무

서울시도 대구처럼 그동안 남성 공무원이 숙직 근무를 전담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성 비율이 오르고 성평등 인식이 퍼지면서 2018년 12월 시청 여성 공무원 숙직 근무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또 당직근무 제외 대상자 기준을 임신(출산)자에서 성별 불문 만 5세 이하 양육자, 한 부모 가구 미성년자 양육자로 확대했습니다. 

2019년 여성 공무원을 숙직 근무에 투입한 부산시./MBCNEWS 유튜브 캡처

본청이 아닌 자치구는 구마다 숙직제가 다릅니다. 2020년 1월 기준 서울시 자치구 25개 가운데 여성 공무원 숙직제를 도입한 곳은 강북·강서·구로·마포·영등포·양천·성동·용산 8개 구입니다. 가장 먼저 여성 공무원 숙직제를 실시한 곳은 강북구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 여성도 숙직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중앙부처도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은 곳은 통합 당직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여성가족부는 2012년, 법제처는 2015년부터 여성 공무원도 숙직 근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조직을 뺀 대다수 부처에서는 여전히 남성 직원만 숙직 근무를 합니다. 일부 남직원 사이에서는 “육체노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남자만 숙직을 시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옵니다. 당직 근무자는 전화 민원을 응대하거나 방범·방호·방화 등 보안 상태를 점검합니다.

◇직원 대신 숙직 전담 기간제근로자 뽑기도

밤을 지새워야 하는 숙직 근무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공직사회에서는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 구시대적인 당직 근무 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대구 수성구청은 직원 숙직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4월 숙직 근무를 전담하는 기간제근로자를 뽑았습니다. 5월부터는 기간제근로자 2명과 직원 2명이 숙직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숙직 주기가 2개월에서 3~4개월로 길어져 직원 부담이 줄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간제근로자 채용을 불필요한 예산 낭비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결국 여직원을 투입하는 대신 세금을 들여 숙직만 서는 계약직을 뽑은 게 아니냐”라는 것입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여론과 다른 지역 상황을 보고 여성 공무원 숙직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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