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유튜브 뜰거다’ 예언한 여성,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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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1인 창작자다. 그중 뷰티 분야는 다양한 연령대의 수많은 여성이 열광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국내 대표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227만명에 달한다. 1세대 뷰티크리에이터 ‘씬님’의 유튜브 구독자 수도 157만명이다. 이들은 유튜브뿐 아니라 방송과 CF, 해외 뷰티 쇼 등을 넘나들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10여년 전 영상 플랫폼과 유튜브 시대를 예상하고 먼저 움직인 사람이 있다. 씬님, 라뮤끄 등 1세대 뷰티 크리에이터를 직접 발굴·육성했다. 당시만 해도 크리에이터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전이었다. 현재 이사배의 사업을 전담해 여러 비즈니스를 돕고 있다. 또 뷰티크리에이터의 축제 ‘커밋뷰티 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다. 뷰티 크리에이터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아이스크리에이티브의 김은하(46) 대표의 이야기다.

아이스크리에이티브의 김은하 대표./아이스크리에이티브 제공

대학에서 디자인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게임업체인 네오위즈의 세이클럽 사업부에서 일했다. 한창 미니홈피, 아바타 열풍이 불 때였다. 관련 상품 디자인 일을 하면서 콘텐츠의 영향력을 느꼈다. 이후 2009년 온미디어로 자리를 옮겨 투니버스, 온스타일에서 콘텐츠 사업, 온라인 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 ‘렛미인’ 등 방송 콘텐츠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서비스했다. 

2013년 CJ E&M의 MCN(Multi Channel Network·멀티채널네트워크)사업팀에서 뷰티 분야를 담당하면서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발굴에 나섰다. 뷰티 정보를 전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뷰티인미’ 기획 등을 이끌었다. 블로그의 화장품 정보나 후기 등을 디지털화해 앱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하는 일을 했다. 오랜 시간 뷰티 업계에서 일하면서 머지않아 영상의 시대가 올 거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엔 화장품 소개나 사용 후기 등을 적은 블로그 리뷰가 대부분이었어요. 사진이나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전부였죠. 그런데 글과 사진만으로는 더는 콘텐츠가 재밌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워블로거가 작성한 글이나 뷰티 카페에 올라오는 후기 등을 보고 분석해봤어요. GIF 등 애니메이션 효과에 사람들이 반응하더라고요. 단순히 화장품을 찍은 사진이나 손등에 바른 후 찍은 사진보다는 제품 텍스쳐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콘텐츠에 반응했습니다. 곧 영상 서비스 분야가 뜰 거라고 확신했고 그쪽으로 눈을 돌렸어요. 그때만 해도 유튜버나 뷰티크리에이터와 같은 개념이 생겨나기 전이었죠.

뷰티 제품은 영상으로 전달했을 때 더 정확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걸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일반인이 많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인 ‘스타킹’ 등을 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였던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섰어요.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만의 개성이 있고, 스타일링을 잘하는 친구를 찾기도 했고요. 오프라인에서도 캐스팅 제안을 하기도 했어요. 화장품 매장을 지나가다가도 메이크업에 관심 있어 보이고 매력적인 사람 같다면 무작정 말을 걸었죠. 이들에게 뷰티 콘텐츠를 담은 유튜브 영상을 찍자고 설득했어요. 각자의 개성을 살려 영상을 찍었습니다. 이후 업로드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당시 발굴한 크리에이터는 씬님, 라뮤끄, 깡나, 로즈하, 다영 등 1세대 크리에이터로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김은하 대표와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아이스크리에이티브 제공
김은하 대표는 패션·뷰티 분야의 확장 가능성을 보고 뷰티 크리에이터 전문 매니지먼트사 ‘아이스크리에이티브’를 창업했다./아이스크리에이티브 제공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왼), 라뮤끄(오)./유튜브 영상 캡처

-크리에이터를 발굴할 때 특정 기준이 있나요.

“직감이에요.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해요. 메이크업 스타일이 좋거나 자신을 잘 포장하는 능력을 갖춘 경우가 그렇죠. 뚜렷한 개성이 있으면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요. 예쁘기만 해서 되는 건 아니에요.” 

초기 MCN 시장이 게임 등을 중심으로 확장해나갈 때 김 대표는 패션·뷰티 분야의 확장 가능성을 봤다. 독자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017년 뷰티 크리에이터 전문 매니지먼트사 ‘아이스크리에이티브’를 창업했다.

“과거엔 소비자가 TV에서 송출하는 것만 보고 셀럽의 굿즈나 콘텐츠를 소비했어요.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대중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요. 크리에이터의 미디어를 보고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고 싶어 합니다. 수많은 상품과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안목을 가진 사람이 자기 대신 테스트해주고 알려주길 원하죠. 크리에이터가 현재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요. 크리에이터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거라고 확신했죠.”

김은하 대표와 뷰티 크리에이터들./아이스크리에이티브 제공

‘아이스크리에이티브’는 뷰티·패션 크리에이터 전문 관리 소속사다. 현재 윤쨔미, 새벽, 홀리, 된다, 김다영, 걸그룹 애프터스쿨 레이나 등 40여명의 크리에이터를 전속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50만~9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패션 전문 크리에이터다. 전속은 아니지만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일하는 크리에이터는 100여팀이 있다. 국내 대표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도 여기에 속한다. 김 대표는 이사배가 대표로 있는 이사배아트의 사업을 전담해 광고, 모델 활동, 방송 출연 등 일정 관리뿐 아니라 여러 비즈니스를 돕고 있다. 

김 대표는 각 크리에이터의 개성을 살려 활동 역량을 넓히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여러 크리에이터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새벽, 연두콩, 써니, 민새롬 4명의 뷰티 크리에이터가 글로벌 뷰티 브랜드 ‘크리니크’와 협업해 색조 제품을 출시했다. 또 이사배, 새벽 등은 다양한 방송 활동뿐 아니라 뷰티 광고 모델로도 활약 중이다.

국내 최대 뷰티 인플루언서 페스티벌 ‘2019 커밋뷰티페스티벌’./아이스크리에이티브 제공

또 뷰티 페스티벌인 ‘커밋뷰티 페스티벌’을 매년 열고 있다. 유명 크리에이터와 관객이 소통하는 자리다. 이사배, 씬님, 윤쨔미 등이 찾아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작년에는 이틀간 3만명이 찾았다. 

최근엔 커머스 사업에 나섰다. 온라인 숍 ‘커밋스토어’를 오픈해 크리에이터와 함께 뷰티·패션 제품을 기획·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유튜버 ‘된다’와 함께 선크림, 가방, 키링, 스티커 등 굿즈를 제작해 판매했다. 그의 굿즈를 모은 ‘된다박스’는 5분만에 2000개를 완판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인 ‘밥은 먹고 다니냐-강호동의 밥심’에 출연한 유튜버 새벽은 ‘주인공’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립스틱, 립오일 등을 출시했다. 유튜버 다영은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핸드폰 그립톡을 만들었다. 하루 만에 1만개를 완판하면서 일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이밖에도 맨투맨, 스킨 등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성을 인정받아 ‘아이스크리에이티브’는 최근 국내 대표 MCN 중 하나인 샌드박스로부터 60억원을 투자 받았다.

“크리에이터의 캐릭터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어요. 유튜브뿐 아니라 뷰티 클래스, 책 출판, 방송·모델 활동, 해외 이벤트, 제품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나설 수 있게 돕습니다. 크리에이터에게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요.”

김은하 대표./아이스크리에이티브 제공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크리에이터와 합작 회사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어요. 그들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사업 등에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2년 안에 10여 개의 합작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여러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크리에이터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고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또 ‘커밋몰’에 자체 PB((private brand) 제품을 만들어 자사 경쟁력을 높여나갈 예정입니다. 크리에이터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지식재산권)를 확장해나가면서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11월19일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2020’에 참가해요. 크리에이터 관련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많은 사람이 주목했으면 해요. 인플루언서를 하나의 셀럽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유튜버잖아’라는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을 브랜드로 인식하고 고유한 가치를 알아줬으면 해요.”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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