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 사망 소식에…견인차처럼 달려와 말초신경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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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들통나서 팬들 다 떠난 연예인 TOP3’, ‘방송에 그대로 나와버린 여자연예인 살벌한 기싸움 순간’…. 최근 유튜브에선 이런 제목을 단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이버 렉카’라고 불리는 이들이 연예계의 사건·사고 등 화젯거리와 관련해 만든 영상이다.

사이버 렉카는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생기면 마치 견인차처럼 달려와 관련 영상을 만들고 조회 수를 올리는 일부 유튜버들을 말한다. 이들은 때로 무분별한 폭로전을 벌이거나 자극적인 루머를 만들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이 적지 않아 최근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회 수 올리기 위해 자극적 제목·썸네일 내세워

11월2일 개그우먼 박지선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유튜버들은 고인과 관련된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물을 올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이윤지 인스타그램 캡처

11월2일 개그우먼 박지선씨가 사망한 이후 유튜브에는 ‘사망 원인’, ‘유서 공개’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 영상물이 잇달아 올라왔다. 사이버 렉카들이 영상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최근 화제가 된 고(故) 박지선씨를 검색 키워드에 넣은 것이다. 이들은 영상 내용과 관련 없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그중에는 ‘쥐띠 박지선 햇빛알레르기 지병은 신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를 홍보한 유튜버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이버 렉카로 꼽히는 ‘○○○○연구소’는 ‘화장 못 하는 박지선(의료사고 피해자)’이라는 제목으로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영상을 대표하는 이미지인 썸네일로는 박지선씨의 사진을 내걸었다. 그러나 1시간 남짓 진행된 방송에서 고인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분량은 10분에 불과했다. 방송 대부분은 독감 백신 위험성 등 고인의 죽음과 관련 없는 주제들로 채워졌다. 이에 한 누리꾼은 “조회 수가 중요하다고 해도 남의 죽음으로 클릭을 유도하다니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하지 않겠냐”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알 권리 앞세우며 허위사실 퍼뜨리기도

인기 먹방 유튜버 ‘쯔양’은 탈세·사기 의혹 등 허위 사실이 퍼지자 그동안 올린 모든 영상을 삭제하고 개인방송 은퇴를 선언했다./쯔양 유튜브 캡처

사이버 렉카는 시청자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유명인에 대한 제보를 받거나 의혹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내용을 과장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가 많아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지난 7월 사이버 렉카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던 소재는 유튜버들의 ‘뒷광고’였다. 뒷광고는 기업의 협찬을 받은 제품을 본인이 직접 산 것처럼 속이고 홍보하는 허위 광고를 말한다. 당시 몇몇 사이버 렉카는 인기 유튜버 ‘쯔양’이 지속적으로 뒷광고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쯔양이 탈세를 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에 쯔양은 “혼자 방송을 하던 초창기 때 몇 개 영상에 광고 표기를 하지 않았다. 명백하게 잘못된 바이며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탈세·사기 의혹 등 뒷광고와는 상관없는 허위 사실이 퍼지자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광고가 아닌 영상에도 의혹이 계속됐고 탈세 등 허위사실이 퍼지는 인터넷 문화에 지쳤다”며 그동안 올린 모든 영상을 삭제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사례도 있어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2′ 출연진들이 훈련을 받는 모습. 가짜 사나이2는 10월 방영 중단을 결정했다./’피지컬갤러리’ 유튜브 캡처

사이버 렉카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이버 렉카 중 한 명인 C씨는 지난 10월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가 인기를 끌자 가짜 사나이 출연자 A씨가 퇴폐 성매매업소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A씨로 추정되는 남성의 몸캠 피싱 사진을 공개했다. 몸캠 피싱은 피해자를 속여 스스로 음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게 한 후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받아내는 범죄다.

사진 속 남성이 A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C씨가 A씨의 몸캠 피싱 사진을 공개한 것은 불법 촬영물 유포 범죄에 해당한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싱 사진을 유포했다는 점에서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있었다.

A씨는 C씨를 불법 촬영물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C씨는 현재 해당 영상을 내리고 자숙 중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사이버 렉카는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을 담으려 하다 보니 불법 행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목적은 결국 돈…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 마련해야

사이버 렉카는 영상 조회 수를 올려 수익을 얻기 위해 유명인을 상대로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픽사베이

사이버 렉카가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것은 조회 수를 올려 수익을 얻기 위함이다. 유튜브에서는 구독자가 1000명을 넘고 연간 동영상 시청 시간이 4000시간 이상이면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 ‘녹스 인플루언서’는 C씨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로 얻는 월수입이 최소 599만원에서 최대 1042만원이라고 밝혔다. 방송 중 시청자들에게 받는 후원금을 합하면 수입은 더 늘어난다. 다른 사이버 렉카인 유튜버 E씨와 B씨의 월수입도 각각 2824만~4911만원, 4698만~8171만원 정도다. 이처럼 자극적인 영상으로 얻는 수입이 적지 않다 보니 무분별한 폭로와 루머 생산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튜브 특성상 누구나 영상을 쉽게 올리고, 로그인 없이도 영상을 볼 수 있다. 유튜브가 유해한 영상을 차단했을 때는 이미 문제 영상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유한 후다. 유튜브는 해외 사업자이기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규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사이버 렉카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겐 직접 유튜버를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고발을 하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사례를 보면 2016년 기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전희정 변호사는 “실형 비율이 낮고 실제 선고되는 벌금도 500만~1000만원 선이다 보니 고소를 감수하더라도 자극적인 루머 생산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 선고하는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불법 영상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일부 환수하는 등 실질적으로 이들을 제재할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 CCBB 최유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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