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동물 취급하고, 죽도록 일만 시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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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을 강제징용해 혹독한 노동을 시킨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자산 압류가 12월30일부터 가능해진다. 매각 명령 신청에 의한 심문서 공시송달이 11월10일 효력을 갖게 되면서다.

대전지법은 양금덕(91) 할머니 등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압류자산 매각 명령 신청 사건 심문이 11월10일 0시부로 종료했음을 미쓰비시 측에 공시송달했다. 공시송달은 상대방이 서류를 받았다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실어 당사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법원은 매각 명령에 앞서 미쓰비시중공업의 의견을 듣는 심문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이 계속 응하지 않자 ‘심문서를 보낸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공시송달 결정을 내렸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 사건 관련 4차례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심문서 공시송달 효력이 생긴다고 해서 곧바로 현금화 명령을 하지는 못한다. 실제 매각 명령을 내리려면 미쓰비시중공업이 압류명령결정문을 먼저 받아야 해서다. 대전지법은 공시송달과 별개로 압류명령결정문 공시송달도 진행했다. 법원은 압류명령문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하는 12월30일 0시 이후 현금화 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예정이다. 양 할머니 등이 압류명령 신청한 것은 국내 화력발전소 주요 부품 등에 대한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 6건과 상표권 2건이다. 법원은 압류명령문 효력이 발생하면 매각 등을 거쳐 현금화 여부를 결정하지만 미쓰비시가 이의제기하면 항고심을 진행할 수도 있다.

양금덕 할머니가 쓴 자필 편지(좌), 양금덕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 피해자다. 10대 때 끌려가 어느덧 92세다./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YTN

양금덕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다. 양 할머니는 작년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께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에서 “일본 교장과 헌병은 일본에 가면 중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지만 다 거짓이었습니다”라고 했다. 또 “미쓰비시는 우리를 동물 취급하고 죽도록 일만 시켰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해방 후 돌아와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일본에 갔다 왔다는 말을 듣고 나를 때리고 외면했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지금까지 흘린 눈물은 배 한 척 띄우고도 남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양 할머니 등은 2012년 10월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미쓰비시는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승소하자 작년 3월 22일 특허청이 있는 대전지법에 미쓰비시 특허·상표권에 대한 압류 매각 명령 신청을 냈다. 채권액은 별세한 원고 1명을 제외한 4명분 8억400만원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대표적인 전범 기업 중 하나다. 전범 기업이란 군납 물품 제조나 강제 징용으로 이익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을 뜻한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전범기업은 조선인들을 끌고 가 강제 징용해 노역을 착취했다. 이러한 전범기업은 현재까지도 재벌 기업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한국에 진출해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 노역에 앞장 선 일본기업에 대해 알아봤다.

도시바, 미쓰비시 등이 일본 전범 기업 299개에 속했다./JTBC 방송 캡처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제작소로 끌려간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의 신사참배./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일본기업 조사해 전범 기업 명단 299곳 발표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2012년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강제 징용하고 수탈한 일본 전범 기업 299개를 발표했다. 도시바, 미쓰비시, 히타치, 가와사키, 스미토모 등이 속해 있다.

강제노역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는 미쓰비시는 해운, 항공, 전자, 부동산, 중공업 등 40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일본의 재벌그룹이다. 국내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기린 맥주나 카메라, 렌즈로 유명한 니콘도 미쓰비시 계열사 중 하나다.

미쓰비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에 항공기, 전투기, 전함 등을 제조해 납품하면서 군수 기업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이때 미쓰비시는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일하게 했다. 당시 전쟁 물자 생산에 강제 동원한 한국인만 10만명으로 추산한다.

군함도에 끌려간 조선인은 하루 12시간 이상 노역에 시달렸다./ 영화 ‘군함도’ 캡처

국내에선 ‘군함도’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하시마섬도 미쓰비시가 소유했었다. 해저탄광이 있던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은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일했다. 지하 1km가 넘는 곳에 있는 해저탄광 안은 비좁았다. 온도는 45℃가 넘었고 유독가스까지 수시로 나왔다. 기본적인 주거나 의료 제공은 물론이고 봉급도 받지 못했다. 하루 12시간 이상 채굴 작업을 하면서 질병, 영양실조, 폭행 등으로 고통받았다. 수많은 조선인이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와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한 책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을 보면 “일본군은 아무 이유도 없이 조선인들을 두 사람씩 나무에 매달아 때렸다. 조선인이 조선인을 때리게 하면서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했다. 죽으면 다른 조선인에게 구덩이를 파서 묻게 했다”라는 증언이 있다. 2016년 배우 송혜교는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의 중국 내 광고 모델을 제안받았지만 전범 기업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를 관광지로만 홍보한다./서경덕 교수 SNS
멀리서 본 섬의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로도 불린다./TV조선 방송 캡처

◇조선인들 강제 노역에 동원해 이익 창출

미쓰이 그룹도 일본의 3대 재벌로 꼽히는 거대 기업 중 하나다. 미쓰이 그룹 계열사로는 미쓰이화학, 미쓰이부동산, 미쓰이물산뿐 아니라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도요타, 삿포로 맥주 등이 있다. 미쓰이 그룹은 군수물자로 쓰이는 석탄을 생산하기 위해 미이케 탄광을 운영했다. 이곳은 일본 석탄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큰 탄광이었다. 당시 조선인 4700여명이 강제로 끌려가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징용한 조선인들은 도망칠 수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노역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마쓰시타 전기(현 파나소닉)도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해 노동력을 착취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세운 마쓰시타 전기는 조선인 강제노역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룬 전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보수·우익 정치인을 다수 배출한 일본 정치학교 ‘마쓰시타 정경숙’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작년엔 인천 미추홀구청 청사의 구내 아침 방송에서 마쓰시타 고노스케을 ‘경영의 신’으로 소개하는 인생관을 다룬 영상을 내보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일본제철, 신일철주금의 전신인 야하타 제철소(현 일본제철)도 대표적인 전범 기업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1만2000여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 1997년 피해자 4명은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거짓말로 꾀어 끌고 가 노예처럼 부렸고,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피해자 4명에게 1인당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최종 확정판결을 내렸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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