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7000만원짜리 TV 사는 VVIP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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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다 비싼 TV는 도대체 누가 사냐” “이번 생에는 못 살 것 같다” 

세계 최초 롤러블 TV ‘LG시그니처 올레드 R’ 기사에 붙은 댓글이다. 평소엔 화면이 본체 속에 말려 있다 TV를 시청하면 펼쳐진다. 평소엔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제품 가격은 1억6667만원. 이런 ‘억 소리’ 나는 TV는 누가 살까.

세계최초 롤러블TV LG시그니처 올레드 R./LG전자 제공

◇글로벌 부자들 겨냥한 ’억’ 단위 가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가 책정한 초고가 TV 기준은 최소 2500달러(281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세계 TV시장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끔 정말 억 소리 나는 초초고가 TV를 내놓는다. 웬만한 전셋값 수준인 LG시그니처 올레드 R이 최근 나온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런 초고가 TV를 한국 일반 소비자들이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14년 출시한 LG전자의 105인치 곡면 울트라 HD TV(1억 2000만원)는 2년 동안 국내에서 단 4대만이 팔렸다. 그래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오래전부터 이런 초초고가 TV를 계속 출시한다. 누군가 사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LG전자 초대형 울트라 HD TV./LG전자 제공

국내 업체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비싼 TV를 처음 출시한 것은 2004년이다. LG전자가 그해 71인치 금장 PDP TV를 내놓았다. 홈시어터도 같이 주는 이 제품 판매 가격은 8000만원. 이 제품을 산 사람들은 주로 중동 부호들이다. 출시와 동시에 중동 지역에서 300여대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였다. 주요 국가 왕실에서 사들여 왕실 TV로도 불렸다. TV 베젤(테두리)을 24K 골드로 장식한 한정품 고급 모델인 이 제품은 페루 대통령궁에도 있다는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바로 다음 해 삼성전자가 LG전자보다 더 비싼 TV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2005년 업계 최초로 1억원이 넘는 80인치 PDP TV를 팔기 시작했다. TV와 장식장만 사면 1억3000만원, 홈시어터 풀 패키지를 포함하면 1억5000만원이다. 무형문화재 손대현 선생의 옻칠 수공예를 디자인에 담았고 제품에 고객 서명을 각인하는 서비스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몇 년에 한 번씩 가격이 1억원을 넘나드는 초초고가 TV를 꾸준히 내놓았다. 고객은 주로 아랍과 유럽 부호다.  

LG전자 71인치 PDP 금장 TV./LG전자 제공

국내 기업이 제품을 사서 해외 고객에게 판촉용 선물로 주는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비싼 선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손 큰 고객이 사 가는 물건값을 생각하면 크게 비싼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유럽 선주들은 국내 조선사에게 1척당 수천억원짜리 배를 사 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 관리 차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몇 대 팔리지 않은 초고가 TV를 선주들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14년 출시한 1억6000만원짜리 110인치 UHD TV의 첫 고객도 아랍에미리트(UAE) 왕족이었다. 출시하기도 전에 중동 부호들로부터 10대 선주문을 받기도 했다. 제품 크기는 가로 2.6m, 세로 1.8m로, 킹사이즈 침대(가로 2m, 세로 1.6m)보다 크다. 무게도 200kg이나 돼 크레인을 써서 옮겨야 할 정도다. 그렇다 보니 일반 가정집에는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중동 부호들이 거주하는 대저택에는 집안에서 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어 초대형 TV를 부담 없이 사들인다.

LG전자 미디어 플랫폼 캡처
삼성전자 110인치 울트라HD TV./삼성전자 제공

◇TV 사면 BMW 드려요

LG전자는 초초고가 TV에 최고급 차량을 끼워 파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2015년 중동 카타르 LG전자 지사에서 105인치 대형 TV에 고급 승용차를 묶어 싸게 살 수 있는 이색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 1억2000만원짜리 TV를 사면 5000만원 상당의 BMW 520i 자동차를 3000만원에 살 수 있도록 했다. 당시 LG전자는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중동 부호들을 겨냥했다”며 “최고급 TV와 최고급 자동차의 만남을 통해 중동 부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한 판촉 행사”라고 설명했다.

◇’억’ 단위 가격치곤 스펙이…

가격 1억 이상의 초고가 TV는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비싼 가격치고 부족한 ‘스펙’이다. 앞서 말한 LG전자의 롤러블 TV는 해상도 4K에 크기는 65인치다. 5000만원대인 88인치 초고화질 8K 올레드 TV와 비교하면 성능은 더 떨어지는데 가격은 3배 이상이다. 관련 기사에 “TV 화면이 둘둘 말리는 기능을 빼면 기존 올레드 제품과 다를 게 없다”며 “퍼포먼스 하나 보려고 1억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냐” 등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삼성전자 8K QLED TV 출시 행사./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비슷한 스펙을 가진 경쟁사의 신제품이 나오자 부랴부랴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98인치 8K TV를 9만9999달러(약 1억1900만원)에 내놨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서 가격을 6만9999달러(약 8300만원)로 내렸다. 소니가 98인치 8K LCD TV를 7만달러에 내놓는다는 소식이 들려온 직후 벌어진 일이다. 두 제품은 세부적인 사양의 차이는 있지만 초대형인 98인치, 초고화질 8K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이번 생엔 이런 제품을 못 산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2005년 1억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한 TV를 보자. 기본적으로 80인치에 풀 HD 해상도를 자랑하는 제품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를 보면 지금 80인치 이상이고 화질은 4K 이상인 제품이 200만원대에 나와 있다. 4K는 풀HD가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이다. 15년 전 1억을 훌쩍 넘었던 제품보다 훨씬 좋은 제품을 지금은 200만~300만원이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80인치 풀 HD PDP TV./삼성SDI 제공

게다가 기술 발전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1897년 처음 등장했던 브라운관 기술은 100년간 TV 산업을 지배했다. 그러나 브라운관을 밀어낸 PDP 기술은 이제 이미 낡아 사라졌다. PDP를 밀어낸 LCD 기술도 지고 있다. 불과 20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한 10년만 지나면 지금 1억7000만원이라는 롤러블 TV도 요즘 흔히 팔리는 TV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다. 

글 CCBB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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