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병원 좋아요?’ 늘 이런 질문받던 제약사 직원,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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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의료 정보 불균형은 정보량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에요. 의료 정보는 이미 차고 넘쳐요. 다만 일반 사람들 눈높이에 맞는 정보가 없을 뿐이죠.”

그가 의·약학을 처음 배운 건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뽑히고 나서였다. 의사와 약사를 찾아다니며 약을 팔아야 하니 뭐라도 알아야 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의·약학을 모르는 사람들의 불편은 커 보였다.​ 처방전 기반 의료기록관리 플랫폼 파프리카케어를 만든 어니언스 홍승용(47) 대표를 만나봤다.

◇ 첫째도, 둘째도 쉽게…의료장벽을 낮추다

제약회사에서 영업 사원으로 일했던 어니언스 홍승용 대표는 현재 헬스케어 앱 파프리카케어를 서비스 중이다./본인 제공

파프리카케어가 추구하는 가치는 ‘쉬움’이다. 앱을 실행하고 처방전이나 약 봉투를 찍으면 사용자에게 질병과 약에 대해 알려준다. 설명이 쉽고 자세해서 누구나 자신이 진단받은 질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처방전 왼쪽 상단을 보면 질병분류기호가 있습니다. 병명을 기호로 표기하는 거예요. 그런데 A090이라는 기호를 포털에 검색하면 감염성 및 상세 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이라고 나오거든요. 어렵게 보이지만 흔히 하는 말로 장염이에요. 일상에서 쓰는 말로 병과 약을 설명해주는 것이 우리 앱입니다.”

약도 마찬가지다. 만약 아로베스트정이라는 약을 처방받았다면 파프리카케어에선 “근육의 경련이나 경직 상태에 의한 증상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입니다”라는 설명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포털에선 “다음 질환에 의한 근긴장 상태의 개선- 경견완 증후군, 요통증”이라고 나오는 정보를 이해해야 한다.

처방받은 약을 누르면 요약설명, 약제특성, 처방 질병 순위를 설명해준다./파프리카케어 캡처

◇ 제약회사 영업맨도 아는 의약 지식…모르면 불편 커

홍 대표가 ‘쉽게’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 자신도 비전공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인하대에서 고분자공학을 전공하던 사람이었다. 제약회사는 답답한 실험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업일을 쫓다가 들어왔을 뿐이다. 의·약학은 3주간 진행됐던 신입사원 연수에서 처음 배웠다. 연수를 듣던 홍 대표는 내용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놀랐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마저도 몰라 고생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가 제약회사에 다니면서 제 주변 지인들한테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우리 어머니가 어디가 아프신데 어느 병원에 가야 하니’ 같은 질문을 되게 많이 해요.

저희 어머니는 중복된 약을 드셨어요. 한국은 전문의 제도가 활성화돼서 허리 아플 때 가는 병원과 무릎 아플 때 가는 병원이 다르잖아요. 그런데 전문의들은 환자가 먹는 모든 약을 알지 못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을 또 주는 거예요.”

이러한 불편함이 홍 대표가 사업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아이디어는 명함 저장 앱을 보고 얻었다. 명함 내용을 자동으로 인식해 저장할 수 있다면, 처방전에도 대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처방전이나 약 봉투를 찍으면 앱이 자동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분석해준다./파프리카케어 광고 영상 캡처

처방전 정보를 추출한 앱은 해당 질병을 주로 어느 진료과에서 담당하는지, 환자가 처방받은 약이 기존에 먹고 있던 약과 중복되지는 않는지 등을 분석한다.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 약이 작용하는 원리, 장단점 등도 알려준다. 이러한 기능은 만성질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다양한 병원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주도적으로 정보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희 앱을 쓰는 분 중에 이런 말씀을 주신 분이 계셨어요. 자신이 당뇨랑 가려움증 때문에 오랫동안 먹고 있는 약이 있는데, 예전에 다른 질병으로 동네병원에 갔다가 안 맞는 약을 먹어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다고요. 그런 경우에 본인이 스스로 ‘내가 어떤 약을 먹고 있다’고 의사한테 알려줄 수 있으면 부작용 있는 약들을 피할 수 있었을 거래요.”

파프리카케어는 2019년 6월에 출시된 후 현재까지 가입자 8만명을 모았다. 인터넷에서 일일이 검색해야 하는 것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구글 앱스토어 리뷰에는 쉽게 쓸 수 있어서 유용하다는 댓글이 주를 이룬다. 파프리카케어는 올해 3월 애플 앱스토어 ‘오늘의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프리카케어를 만든 어니언스 홍승용 대표./본인 제공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개발자가 잘 구해지지도 않았을뿐더러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었다. 우선 식약처에 등록된 의료기관 정보와 약 정보를 모두 DB화해야 했다. 의·약학 정보를 쓰기도 쉽지 않았다. 설명은 일일이 전문 약사에게 검수받아야 했다. 개인 정보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필요했다. 이러한 작업을 거치는 데만 9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에 별다른 수입이 없어 직원들 월급 주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홍 대표는 고백했다.

◇ 이타적인 마음 엿볼 때 따뜻함 느껴…목표는 업계 선두주자 되는 것

환자의 절박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최근에 어떤 분이 저희한테 이메일을 보내셨어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병을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는 많이 발생하는 질병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이분이 요청하신 질병은 10만명 중에 9명한테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었어요. 자문해주시는 약사님께서는 무서운 병이라고도 하셨죠.

그 메일을 보면서 저희끼리 ‘그분은 자기 질병에 대해서 이미 다 알고 계실 텐데 왜 굳이 우리한테 설명을 요청하실까’하고 곱씹어 봤어요. 추측하건대 아마 누군가는 본인과 똑같은 질병을 겪게 될 테니 그분을 위해서 연락하신 게 아닐까 해요. 이런 사례를 통해 저희도 좀 더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처방전만 찍어서 의료기록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아프신 분들께 위로와 도움을 드리는 앱으로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홍승용 대표가 가진 꿈이다./본인 제공

홍 대표는 내년을 도약의 해로 삼고 있다. 이제서야 자체 서비스에 기반한 첫 수익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11월 중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와 2억원짜리 정보 제공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다. 정보는 해당 약제품을 처방받은 사람에게만 노출한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은 의료법상 자사 홈페이지에조차 설명을 올릴 수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러한 모델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2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게 홍 대표의 목표다. 좀 더 장기적인 목표도 있다.

“지금은 의료기관에 다녀온 후에 이뤄지는 사후적인 기록관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미래에는 이보다 더 다양한 의료기록을 담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최종적인 꿈입니다.”

글 CCBB 원단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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