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2700억, 롯데 4500억, LG 9215억…삼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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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별세에 상속세만 10조원 이상 전망
“삼성 상속세 없애달라” 청원도 등장하기도
상속세 많이 낸 재벌가 순위는?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0월25일 별세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및 자산에 대한 상속세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고, 국내 재계 총수 중 주식 갑부 1위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지분에 대한 상속세가 1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건희 회장의 영정과 보유 주식 평가액./조선DB,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현재 한국의 법정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재산에 최고세율인 50%를 적용한다. 다만 고인이 최대 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일 경우 주식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이 회장의 지분은 삼성전자 4.18%(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등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는 10조9000억원가량이 된다.

상속세 10조원은 최근 3년간(2017~2019년) 국세청이 거둔 상속세 합계(10조6000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건희 회장 상속세를 계기로 그동안 재계에서 주장해 온 상속세 인하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자녀들과 함께 이 회장의 빈소를 향하는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삼성 상속세 관련 청원. 10월29일 오전 기준 2만3000여명이 동의했다./조선DB,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LG 구광모, 최대 규모인 7200억원 납부 중

지금까지 조 단위 상속세를 낸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재벌가는 어디일까.

LG가(家)다. 2018년 고 구본무 회장 별세 후 유족이 신고한 상속세는 9215억원이다. 이 중에서 (주)LG 지분 8.8%를 상속받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납부해야 할 금액은 7200억원에 달한다. 구 회장은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연부연납제도를 택했다. 연부연납제도는 상속세가 2000만원이 넘으면 상속 결정 시 6분의 1을 내고, 나머지를 5년간 나눠 내는 제도다. 구 회장은 올해까지 절반인 3600억원가량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LG그룹

올해 초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약 1조원에 달하는 유산과 함께 상속세 4500억원을 남겼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 등 유산 상속인 4명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 상속세 약 45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 중 한국에 내는 상속세는 3200억원이다. 신 회장도 한 번에 상속세를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과 함께 분할 납부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019년 4월 유명을 달리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족이 3위다. 한진가는 지난해 10월 2700억원의 상속세를 신고했다. 세법상 피상속인은 상속인 사망 이후 6개월째 되는 달의 말일까지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조양호 전 회장의 유족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했다. 이들은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등을 바탕으로 1차로 45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회장 장례식 때 신동빈 회장(왼쪽)과 조양호 회장의 장례식 당시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선DB

4위는 상속세 부담으로 최대 주주 지위도 포기한 이우현 OCI 부회장이다. 2017년 고 이수영 OCI 회장 타계 이후 이 부회장은 지분 6.12%를 받은 대가로 약 20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이 부회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한때 3대 주주까지 내려왔었다.

◇상속세 부담에 국세청과 분쟁 벌이고, 경영권 포기하기도

교보생명 신용호 전 회장의 유족은 상속세 문제로 국세청과 분쟁 벌이기도 했다. 2003년 신 전 회장 별세 후 3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이후 주식을 물납(조세를 금전 이외의 것으로 납부하는 일)하는 방식으로 1340억원의 상속세를 신고했다. 하지만 국세청 상속세 조사 후 500억원이 늘어나 최종적으로 1840억원의 세금을 냈다. 이 과정에서 유족은 물납한 비상장주식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부과한 국세청의 결정에 불복해 국세심판원에 불복청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속세 납부 후 일부를 돌려받은 사례도 있다. 세아홀딩스 이태성 대표이사다. 고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 대표는 2013년 3월, 이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회사 지분을 물려받았고, 그해 9월 상속세 약 1373억원을 신고했다. 이 대표는 이 중 일부를 납부한 뒤 1094억원은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문제는 가산금(이자)이었다. 연부연납을 택하면 납부 기한을 연기받는 만큼 가산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대표는 2018년 ‘분할납부에 따른 이자를 더 많이 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신 전 회장 별세 후 유가족이 신고한 상속세는 1340억원이지만, 국세청 조사 후 500억원이 늘어났다./MBC 방송화면 캡처

과세 관청은 2013년 이 대표의 연부연납세액의 가산금에 대해 연 3.4%의 이자율을 적용했다. 2015년 2월 이 대표는 추가로 부과된 상속세 8억2500만원에 대해서도 연부연납을 신청했고, 과세 관청은 2.9%의 이율을 적용했다. 2014년 3월 국세환급가산금의 이율은 2.9%, 2015년 3월 2.5%로 개정됐지만, 이 대표는 연부연납을 허가받았을 때 이율을 토대로 산정한 가산금을 납부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 대표는 20억원 상당의 세금을 초과 납부했다. 1·2심 재판부 모두 이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초과 납부분을 돌려받았다.

상속세 부담에 가업승계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1967년 창업 후 국내 1위 종자 업체 농우바이오는 2013년 창업주 고희선 명예회장 별세 후 유족이 회사를 농협경제지주에 매각했다. 12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콘돔 제조사이자 한때 세계 1위였던 유니더스도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2015년 유니더스 창업주인 고 김덕성 회장 타계 후 아들인 김성훈 대표가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약 50억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고, 원자재인 라텍스 가격 인상, 중국 수출 감소 등 경영난이 겹치면서 김 대표는 경영권 매각을 선택했다.

◇편법 증여 사례 많아 성실납세 칭찬받아

상속세 성실 납부로 주목을 받은 오뚜기 함영준 회장과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오뚜기, 세아홀딩스

한편 오뚜기는 상속세 성실납세로 ‘갓뚜기’라는 애칭을 얻고, 착한기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6년 9월 함태호 명예회장 별세 후 지분을 상속받은 함영준 회장은 15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신고했고, 5년간 연부연납 하기로 했다. 1700억원의 상속세를 완납한 후 약 20억원을 돌려받은 세아홀딩스 이태성 대표도 상속세 성실 납부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2017년 “상속세 납부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인데 특별한 경우로 조명되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며 피하지 않고 성실하게 상속세를 납부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납세는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이지만, 세 부담이 높은 탓에 성실하게 상속세를 모두 낸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건희 회장도 공익법인을 통한 변칙 증여를 받았다. 이 회장이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 당시 총자산 11조5000억원이던 삼성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을 때 낸 증여·상속세는 약 181억원이다. 당시 세법상 공익사업에 기부한 재산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를 이용해 이병철 선대회장이 지분을 기부 형태로 공익재단에 넘기고, 이 회장이 이를 다시 되사는 방식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과세당국은 1990년 공익법인을 통한 변칙 증여를 제한하도록 관련 법을 고쳤다.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왼쪽), 2014년 73번째 생일연 겸 삼성사장단만찬을 마친 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홍라희 여사와 함께 파티장을 나가고 있는 이 회장./조선DB

한진가도 “총수 일가가 세금을 내지 않고 그룹 지배력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2002년 타계 직전 대한항공 주식 4.59%와 ㈜한진 주식 3.78%를 인하학원과 정석학원, 일우재단 3개 공익법인에 무상 증여했다. 이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공익법인 이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공익법인에 대해 지분율 5%까지 상속·증여세가 면제되는 조항을 악용해 그룹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외에도 조 전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 2세들은 조중훈 창업주의 해외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세청은 2018년 4월 한진가 다섯 남매에 상속세 852억원을 부과했고, 이들은 고의적 탈세가 아니라며 상속세 부과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2001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 등 범현대가 계열사들이 편법 상속 의혹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별세 후 유족이 신고한 상속세가 300억원가량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상속세가 너무 적어 눈길을 끌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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