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왜 ‘버거’라고 부르느냐” 업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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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고기 인기 끌자 육류업계 반발
유럽선 유제품 없이 ‘치즈’, ‘우유’ 못써
3~5일 숙성 위스키 등장해 화제 모으기도

식물성 고기 업체에 투자한 빌 게이츠./스브스뉴스 유튜브 캡처

최근 유럽에서 ‘버거(burger)’ 용어 사용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유럽의회가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 고기 식품에 육류를 떠오르게 하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법안 지지자들은 ‘채식 버거’, ‘베지 버거(veggie burger)’ 등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식품은 버거라는 이름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고기가 아닌 데다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반대파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대체육 소비를 늘리려면 소비자에게 익숙한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유럽의회는 10월23일(현지시각) 대체 고기 식품에 육류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못 붙이게 하는 법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유럽연합 회원국 식당이나 상점 등에서 ‘채식 버거’ 같은 이름을 쓸 수 있게 하기로 했습니다. 채식주의자나 환경단체 등은 유럽의회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다만 의회는 같은 날 유제품 성분이 없는 제품에 치즈나 우유 등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기존 규정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통과시켰습니다.

롯데리아도 식물성 패티를 넣은 미라클 버거를 이벤트성으로 선보였다./롯데 유튜브 캡처

◇대체육 뜨면서 축산·육가공업계 반발

유럽에서 버거 용어 사용에 관해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19년 4월입니다. 유럽의회 농업위원회가 대체 고기에 버거·스테이크·소시지 등 고기와 관련한 명칭을 못 쓰게 하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농업위원회 소속 의원 80%가 ‘전적으로 동물의 식용 가능한 부위에 이 같은 용어를 쓸 수 있게 한정한다’는 법안 마련에 찬성했습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채식 버거를 쓴다고 소비자가 혼란을 느낀다는 증거가 없고, 육류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법안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식물성 고기 수요가 늘면서 유럽의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지난 5년간 유럽에서만 식물성 대체육 매출이 73% 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2019년 5월 식물성 육류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가 기업공개(IPO)에 나섰는데요, 당일 하루 만에 주가가 두 배 이상 뛰기도 했습니다. 비욘드 미트는 제품에 ‘채식’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지만, ‘식물성 육류’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합니다. 비욘드 미트의 경쟁사 임파서블버거도 ‘버거’, ‘미트’ 등 관련 용어를 씁니다.

미국에서도 축산업계와 육가공업체를 중심으로 용어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2019년 2월 미국 목장주연합은 농무부에 고기나 쇠고기 등의 정의에서 대체육 상품을 빼 달라고 청원했습니다. 미주리·미시시피·루이지애나 등 일부 주에서는 대체육 상품에 육류 관련 용어를 못 쓰게 하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식물 단백질로 달걀 맛을 구현한 ‘저스트 에그’./잇저스트 제공

◇첨단 기술 활용한 ‘대체 달걀’, ‘대체 위스키’ 등장

식물성 고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푸드테크 기업이 늘면서 기존 식음료를 대체하는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투자한 미국 잇저스트는 녹두에서 추출한 식물 단백질로 달걀 맛을 구현한 제품 ‘저스트 에그’를 선보였습니다.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17년 출시한 저스트 에그는 그동안 미국·중국·싱가포르 등에서 3000만개 이상 팔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SPC삼립이 잇저스트와 손잡고 자체 제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류업계에서는 최근 ‘3일 숙성 위스키’가 등장하면서 위스키협회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비스포큰 스피릿이 기존 위스키 제조법과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똑같은 맛을 내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원래 위스키를 만들려면 술의 성분인 주정을 목재나 금속으로 만든 대형 통에 넣고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숙성시켜야 합니다. 비스포큰 스피릿은 오크통 2만5000분의 1 크기인 마이크로 스테이브에 증류주를 넣으면 3~5일 만에 전통 위스키와 같은 맛을 내는 위스키 제조법을 개발했습니다. 맛뿐 아니라 과학을 활용해 성분까지 똑같게 만들었는데요, 위스키 전문가조차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기존 위스키와 비스포큰 스피릿 제품 맛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가격도 한 병에 35달러로 저렴한 편입니다.

5일 만에 21년산 위스키와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는 비스포큰 스피릿./비스포큰 스피릿 제공

비스포큰 스피릿이 제품을 출시한다는 소식에 스카치위스키협회는 “영국과 유럽을 포함해 많은 시장에서 이 제품이 ‘위스키’로 팔리려면 3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른 기술로 만든 양주는 위스키 평판을 부당하게 악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라벨을 붙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스코틀랜드에서 3년 이상 숙성한 제품만 스카치위스키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마틴 야누섹 비스포큰 스피릿 CEO는 이 같은 업계의 반응에 “환경을 위해서라도 대체 위스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배럴 하나를 만드는 데 100년 된 참나무 한 그루가 필요한데, 엄청난 자원 낭비”라는 것입니다. 마틴은 “기후변화로 위스키 숙성 환경을 이전처럼 맞추기 어려워졌는데, 비스포큰 제품은 나무 사용량을 97%까지 줄일 수 있다”고 조선일보에 말했습니다. 위스키 업계의 반발과 달리 소비자들은 새롭게 등장한 위스키를 시음해보고 싶어 하는 분위기입니다. 주류 카페 등에서는 “전통적인 위스키와 새로운 위스키가 경쟁하면서 업계가 발전하면 좋겠다”, “결국 맛이 있는 술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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