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섭다” 6년째 논란 중인 2억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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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10월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맞은편 서울 도시건축전시관 옥상에 세워져 있던 첨성대 조형물을 철거했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히는 정동길 입구에 세워져 주변 경관을 해치는 데다 흉물스럽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내린 결정이다. 65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지 4개월여 만이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맞은편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경주 첨성대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조선DB

이 조형물은 설치미술가 한원석씨 작품 ‘환생(Rebirth)’으로 첨성대를 본 떠 만들었다. 높이 9.5m, 최대 너비 5.2m다. 시멘트로 모양을 낸 작품의 무게는 22톤에 달한다. 지난 2006년 제작해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전남 순천 순천만국가정원 등에서 전시하다가 지난 5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는 당시 “이 조형물은 폐자동차에서 뗀 헤드라이트 1347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조형물에서 내뿜는 빛이 코로나19 사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들을 위로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형물을 본 시민 대다수의 반응은 냉담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건물 1층짜리 옥상에 세워진 조형물이 주변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도시건축전시관 홈페이지에는 “첨성대 조형물 언제 해체하나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성당(첨성대 뒤편 서울 성공회성당)의 은은하고 고풍스러운 모습이 첨성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조형물이 빛 공해다” “눈부신 구조물을 건물 상부에 설치해야 했나” “다른 건물·풍경과도 조화를 이뤘으면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광화문에 있는 한 회사에서 일하는 A씨(28)는 “첨성대 하면 경주인데, 도대체 서울 한복판에 왜 지어놓은 건지 모르겠다. 의미는 더더욱 모르겠다. 오히려 덕수궁 돌담길, 성공회성당 등 주변 경관을 망쳤다”고 말했다.

조형물이 주변 경관을 해친다는 글이 올라왔다./서울 도시건축전시관 홈페이지 캡처

서울 도시건축전시관의 설계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 도시건축전시관은 덕수궁과 성공회 성당 등 주변 역사·문화 시설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낮게 지었다. 지상 1층부터 지하 3층 구조다. 그러나 1층 옥상에 우뚝 솟은 첨성대 조형물은 미관을 해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한복판에 뜬금없이 들어선 대형 조형물이 어색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혈세 낭비라는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결국 조형물을 4개월 만에 철수했다.

서울시가 세운 조형물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서울시 핵심 도시재생사업인 ‘서울로7017’ 개장 기념으로 설치한 황지해 작가의 작품의 ‘슈즈트리’도 흉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슈즈트리는 이름 그대로 신발을 서로 매어 나무 모양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서울로와 서울역 광장을 잇는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설치 미술품으로 버려진 신발 3만여 켤레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버려진 신발 3만여 컬레를 이어 붙여 만든 ‘슈즈트리’./서울시 제공
예술이냐 흉물이냐를 두고 논란이었던 ‘슈즈 트리’./서울시 제공

작품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업사이클링 작품이라는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세금이 아깝다’ ‘이게 예술이냐’ ‘쓰레기장 같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색바랜 헌신이 쌓여 있는 모습이 기괴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또 낡고 오래된 신발을 조형물로 설치한 건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라고 지적했다.

황 작가는 서울시청에서 흉물 논란이 커지자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그는 “신발에 대해 냄새나고 더럽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신발은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비한다. 우리 소비문화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차원에서 재료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해명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작품이 비를 맞자 냄새 논란까지 일었다. 3만 켤레 헌 신발에 물이 고였고 쾨쾨한 악취까지 풍긴 것이다.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1억4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슈즈트리는 9일 만에 철거했다.

많은 사람의 인기를 얻은 노래나 영화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들었다가 논란을 빚은 적도 있다. 2012년 발매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자 서울시 강남구는 2016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 ‘강남스타일 말춤 동상’을 세웠다.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말춤’ 안무를 형상화한 손목 모양 동상이었다. 높이 5.3m, 길이 8.3m 으로 청동 소재의 대형 동상으로 약 4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서울 강남구는 코엑스 앞에 강남스타일 말춤 동상을 세웠다./’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캡처
서울시 강남 코엑스에 있는 ‘손목‘ 동상./강남구청

당시 강남구의 설계설명서를 보면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 강남의 만남의 장소 및 포토존을 위한 좋은 소재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촬영지 코엑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세계인이 이미 기억하고 있는 좋은 아이템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이 아닐까”라고 설치 이유를 전했다.

강남구청 측은 손목 동상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손목만 덩그러니 있는 게 무섭다” “손목만 봐서는 어떤 것을 상징하는지 알 수 없다” “예술품도 아니고 기념비적인 동상도 아닌 수갑 찬 듯한 손목” “세금 낭비다”라는 혹평이 이어졌다.

싸이마저 한 인터뷰에서 “손만 해놓은 것도 뭔가 웃기다. 곡이 히트해서 다들 즐거웠던 건 사실이지만 직업이어서 하다가 잘 된 거다. 나라를 위해 한 것도 아니었는데 (강남)구에서 세금으로 동상을 세우는 게 정말 감사하지만,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4년 12월 서울시가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한 길이 10m의 ‘괴물’ 조형물도 여전히 논란이다. 시는 영화 ‘괴물’에 나온 캐릭터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괴물’은 서울 한강에 괴생명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2006년 개봉한 영화는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과 탄탄한 스토리로 호평받았고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서울 한강공원에 설치된 ‘괴물’ 동상./한강사업본부

이에 서울시는 ‘한강 이야기 만들기(스토리텔링) 사업’ 중 하나로 ‘괴물 조형물’을 세웠다. 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의 주 무대로 활용해 온 한강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문화·관광 자원을 지속해서 발굴해 서울의 랜드마크로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조형물은 높이 3m, 길이 10m의 크기로 제작에 1억9000여만원을 들였다. 한강의 트레이드마크로 삼겠다는 취지였지만 ‘흉물스럽다’ ‘기괴하다’ ‘밤에 보면 더 무섭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10년 전에 나왔던 영화를 이제 와서 동상으로 만든 것은 웃기다’는 반응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시가 조형물을 세워 성과를 내보이려다 여론의 비판을 받고 철수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형물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쓴소리를 듣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형물은 도시 속 환경이나 문화 등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의미가 있다. 공공미술인만큼 대중의 시각을 고려해야 한다. 공공조형물로서의 역사적 의미나 상징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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