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원샷’한 그녀의 소주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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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도화’
독도·울릉도 형상화한 섬잔 선보여
기념품·선물용 시장 노리고 고급화 전략

“술자리에서 가볍게 하는 얘기일지라도 섬잔이 독도나 한글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0월25일은 독도의 날이다.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독도를 울릉도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2000년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이날을 독도의 날로 정했고, 2010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16개 시·도 교총, 한국청소년연맹·우리역사교육연구회·독도학회 등과 연합해 독도의 날을 선포했다. 이와 별개로 경상북도 의회는 2005년 7월 매년 10월을 독도의 달로 정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독도, 나아가 한글과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특별한 소주잔을 만들고 나선 세 청년도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도화’의 강민석(CEO·26), 손치현(최고 브랜드 관리자(CBO)·28), 조정한(마케팅 최고경영자(CMO) ·27) 공동대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들은 13학번 동기로 처음 만났다. 팀 프로젝트와 외주 작업을 하면서 합을 맞춰온 이들은 2018년 11월 도화를 창업했다. 창업 후 이들이 선보인 첫 제품이 섬과 한글을 결합해서 만든 소주잔인 ‘섬잔’이다.

(왼쪽부터)도화의 공동대표인 조정한 CMO, 강민석 CEO, 손치현 CBO./도화

◇아랫면에 섬 이름 새기고, 모양도 섬 형상화해

섬잔은 섬 이름과 모양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섬잔을 기획하기 시작한 건 2017년 6월이다. 한글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술 마시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한글과 섬을 접목한 소주잔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조) “소주를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에 소주잔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와인이나 사케 등 다른 주류는 그에 걸맞은 잔이 있는데, 소주잔은 거의 비슷했어요. 최근에는 화요나 일품진로 등 프리미엄 소주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아진 만큼 소주를 색다르게 마실 수 있는 잔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죠.”

(손) “바닷가에서 먼바다를 보면서 회에 소주 한 잔 마셨던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것 같아요. 저희도 그랬고,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소주와 바다, 섬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마침 빈 자리에 식기구를 세팅해놓은 모습을 봤는데 술잔이 뒤집어져 있었어요.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였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섬을 모티브로 한 술잔(bit.ly/31oaEXJ)을 떠올렸습니다.”

잔을 거꾸로 세팅해놓으면 섬 모양처럼 보이고, 잔 아랫면에는 ‘독도’라고 새겨져 있다./도화

섬잔은 입을 대고 마시는 부분이 넓고, 식탁과 닿는 아랫면이 좁아지는 형태다. 소주잔을 뒤집어 놓으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소주잔 아랫면도 섬 모양과 비슷하게 디자인했고, 그 안에는 독도와 울릉도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조) “실제 섬 모양을 그대로 고증해 만든 건 아니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처음 참가했던 공모전에서는 안타깝게도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2017년 11월 대구 디자인전람회에서 대상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2018년 10월 하이트진로 청년창업리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중소기업벤처부 창업진흥원과 한국디자인진흥원 등의 지원을 받아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각종 수상실적./도화

◇수정·보완 거치고, 생산 공장 찾느라 전국 돌아다녀

(조) “처음에는 독도와 울릉도를 포함해 9개 섬으로 디자인을 했고, 형태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시제품을 만들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섬이라 할 수 있는 독도와 울릉도(bit.ly/31oaEXJ)로만 만들었어요.”

사업화를 시작하자마자 위기의 연속이었다. 제품을 만드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 가장 먼저 소주잔 아랫면에 글자를 새겨 넣어도 제품이 기울지 않고 평형을 유지하도록 디자인을 수정·보완해야 했다. (조) “누가 봐도 글자를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한 디자인을 만들어야 했고, 그러면서도 울퉁불퉁하지 않아 잔을 내려놓았을 때 잔이 바로 설 수 있게 해야 했어요. 정형화된 모양이 아니다 보니 균형이 맞지 않아 잔을 똑바로 세우는 작업이 오래 걸렸습니다.”

독도잔과 울릉도잔./도화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하기 전에 3D 프린터로 샘플을 만들어보면서 디자인을 수정·보완했다. 소주잔을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을 고려해 샘플을 만들고, 파기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일반적인 소주잔의 모양과 다르다 보니 제품 생산 자체도 난관이었다. 제품을 만들어주겠다는 업체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수차례 거절을 당하고,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금성유리를 찾았다. 30년 경력의 유리공예가 이영찬 장인이 운영하는 공장이다. (손) “생산 공장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기존 소주잔은 기계로 찍어 만들고 있는데요. 섬잔은 유리물을 녹여 금형 틀에 부어 전체 틀을 찍어내고 나면, 기술자가 붙어 수공예 방식으로 작업을 해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 사업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샹들리에나 크리스탈 조명, 와인잔 등에 주로 사용되는 무연 크리스탈을 원료로 쓰고, 수동 유리 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원료나 생산 방식을 바꾸는 대신 이들은 관광 상품, 선물용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선물하기 좋게끔 고급스러운 패키지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이영찬 장인이 운영하는 금성유리에서 섬잔을 만드는 모습./도화

(손) “제품 정가는 2잔에 4만4000원이고, 현재 크라우드 펀딩 가격은 3만1000원입니다. 일반 소주잔이라고 하면 비싸게 느껴지는 것 같지만, 공예품·관광상품으로 봤을 때는 비싼 편이 아니에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글과 독도를 알리고, 한국의 특성을 보여줄 좋은 기념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몰(bit.ly/31oaEXJ)에서도 인기입니다.”

◇기획 의도 좋으면서 예쁘고, 품질 좋은 제품 만들고 싶어

-현재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만 판매하고 있다고.

(조) “자체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 중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사실 독도 관련 재단이나 경상북도 지역 지자체, 굿즈나 기념품 업체에서도 입점 연락이 많이 오고 있는데요. 사업에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제 막 제품을 만든 만큼 대량 납품은 차근차근 논의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반응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1·2차 펀딩에서 각각 목표 금액의 1021%, 1221%를 달성했어요. 현재 진행 중인 3차 펀딩에서는 새로운 유리물 배합법을 적용해 기존 섬잔과 달리 녹색빛을 띠지 않고 완전 투명한 잔으로 바꿨습니다. 또 입이 닿는 잔의 윗부분에 수금을 입힌 골드림 섬잔을 새로 선보이기도 했어요.”

패키지 디자인에도 신경써 선물하기 좋게 나온다. 최근에는 잔의 윗부분에 수금을 입힌 골드림 섬잔을 새로 선보였다./도화

-친구에서 동업자가 됐는데, 사업을 같이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손) “물론 서로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친구니까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피드백도 바로바로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이 전에는 만날 때 마냥 즐거웠다면, 지금은 일 얘기만 하다 보니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죠. 그래서 밖에서 밥 먹거나 술 마실 때는 일 얘기를 하지 말자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조)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좋은 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회의가 잘 안 풀리거나 의견이 충돌하면 감정적으로 대응할 때도 있는데, 친구니까 그 이후에 또 잘 풀고 있어요. 서로 성격이나 일 처리 방식 등도 잘 알아서 역할을 분담하기도 쉬웠어요.”

-목표는.

(조) “의도만 좋은 제품이 아니라 디자인도 예쁘고, 품질도 좋은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습니다. 독도와 울릉도뿐 아니라 관광지와 접목해서 다양한 섬잔을 만들고, 도자 라인으로도 제품을 확장할 계획이에요. 섬잔으로 시작해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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