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중 마사지샵, 제주 여행 가도 훈계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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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로 근무지 벗어난 공공기관 직원들
집 아닌 카페에서 근무하는 것도 원칙상 안 돼
감염확산 막기 위한 내부 지침 어긴 곳도 있어

재택근무. 회사 사무실로 통근하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보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던 기업이 많았다. 정부도 나서서 시차출퇴근제와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직장 등 밀집한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일반 사기업뿐 아니라 정부 기관·공공기관도 예외는 없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한 회의·보고 등이 줄어 업무에 더 집중하게 됐다”며 재택근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최근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의 재택근무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재택근무 도중 마사지샵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가는 등 ‘재택’을 벗어나 재택근무를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재택근무를 신청해놓고, 근무시간 내 일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공기업 직원들의 비위 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마사지샵 근무 직원, 징계는 견책에 불과

금융감독원 직원 A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탄력근무(올해 3월 16일~4월 29일) 기간 여러 번 마사지숍에 방문했다. 금감원에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분쟁조정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던 3~4월 세 차례에 걸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피부관리업체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금감원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맞춰 재택근무를 도입했던 시기이고, A씨가 마사지숍을 방문한 시간은 근무시간인 오후 1시였다. 당시 금감원은 근무 중 장소 무단이탈 및 개인 사무를 보는 행위를 주의하라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A씨는 허가도 받지 않은 채 근무지인 자택을 이탈해 개인 사무를 본 것이다.

A씨가 마사지숍을 방문했던 당시는 정부가 나서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하던 때였다./고양시

금감원은 내부 제보를 통해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해 감찰에 착수했다. 자체 감찰 결과, A씨는 마사지숍에서 금감원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업무까지 처리한 사실이 밝혀졌다. A씨는 전화 상담이나 분쟁 처리 등의 업무를 했다. 근무지를 이탈, 다중이용 시설을 방문해 스스로 감염의 위험에 노출 했을 뿐 아니라 보안 사항이 노출될 위험도 초래한 것이다. 금감원도 이를 인정했다. 금감원은 A씨에 대한 조치보고서에 “금감원이나 재택근무지가 아니라 일반 사업장(여의도 마사지숍)에서 업무용 컴퓨터로 공적인 업무를 수행, 보안 사항이 노출될 위험마저 초래했다”고 적었다. 

금감원은 근무지 무단이탈 등은 취업규칙·인사관리 규정을 위반한 것이므로 징계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받은 징계 처분은 ‘견책’에 불과하다. 견책은 서류상 기록만 남기는 훈계 조치로, 징계 수위가 가장 낮은 경징계에 해당한다. 게다가 3년간 징계기록만 남을 뿐, 3년 후에는 징계 기록조차 말소된다. 금감원은 “미용 목적이 아니라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완화를 위한 도수치료 목적이었던 점을 고려해 경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근무에 집중하기 위해 방문 앞에 ‘근무 중’이라는 쪽지를 붙여 놓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시기에 A씨는 마사지숍을 방문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의 비위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탄력근무 기간에 출근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32일 간의 탄력근무 기간 18일만 금감원으로 출근했고, 모두 지각(18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전 신고 없이 외부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감찰실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재택근무 기간 제주도 여행 간 수출입은행 직원도 있어

재택근무 기간 근로자가 임의로 근무지인 집을 벗어나는 행위는 근무 규정 위반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9월 16일 발간한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에도 나와 있다. 매뉴얼에는 사전 승인을 받지 않거나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집을 벗어나면 근무 규정에 어긋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집 외의 장소에서 일하고 싶다면 미리 승인을 받거나 회사 취업 규칙 등에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 기간 임의로 근무지를 이탈한 공공기관 직원은 A씨뿐만이 아니었다. 수출입은행 본점 직원 B씨는 7월 말 서울 집에서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놓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수은은 재택근무자들이 신고한 근무지와 업무용 노트북이 실제로 접속된 위치를 대조하던 중 B씨가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서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은은 8월 말 복무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B씨에게 징계를 내렸다. 

수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봐 걱정이 많았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단호히 처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중징계를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B씨가 받은 징계 처분은 견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징계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수출입은행은 표창을 받은 직원이 징계를 받게 되면 그 수위를 낮춰주는 ‘징계 포상 감경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의원은 “수출입은행 전 직원 중 65%(1216명 중 793명)가 징계 감경이 가능한 표창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근무 중 제주도 여행을 가 견책 처분을 받은 수출입은행 직원./유경준 의원실

재택근무 기간 출퇴근 접속기록이 없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배 의원은 공사 직원들의 업무 태만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이 의원실에 제출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내부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재택근무 제도를 허술하게 운영·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재택근무 신청자임에도 근무시간 내 출퇴근 접속기록이 아예 없거나 근무 시간을 지키지 않는 등 근태 이상이 1~3월에만 1003건에 달했다. 해당 센터는 이후 자체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감염확산 막기 위한 지침 어긴 사례도 다수

한편 코로나19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내부 지침을 어긴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SRT 운영사인 SR(에스알)은 분산 근무지 근태·안전 관리를 위해 관리기록부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명 등이 빠진 사례 13건을 발견해 시정 조치에 나섰다. 이외에도 출장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권고했지만, 이를 어기고 본사로 출장을 간 직원도 20명 있었다. 출장 기록을 남기지 않은 직원이 6명 있었다.

또 다른 철도 관련 공기업인 코레일유통은 발열 점검 등 방역 수칙을 어겼다. 코레일유통은 2월24일 이후 내부 관리지침으로 하루에 3회 이상 직원 발열 여부를 점검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무실에 비접촉 체온계를 비치하지 않거나 하역작업장 내 발열 체크 점검표를 작성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또 감염 위험이 높은 체력단련실을 폐쇄하지 않고 운영해 자체 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는 방역 지침을 어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시기에 공기업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내부 방역 지침을 어긴 것이다./조선DB

이종배 의원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비상 재난 상황 속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 직원들의 기강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불시감찰, 직원 교육 등 기강 확립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 CCBB 라떼
디자인 플러스이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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