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50억, 저희와의 식사엔 얼마 쓰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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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돈으로 사면 될 거 아냐. 얼마면 돼.”

20여년전 방송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극 중 원빈이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면서 상대 배우인 송혜교에게 소리친 말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대가를 주고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서다. 재화(상품)가 아닌 시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경매에 개인의 시간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돈으로 쉽게 누군가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유명인의 시간을 산 사람은 누구일까. 시간 경매에 대해 알아봤다.

◇유명인의 시간 판매하는 프로그램 등장

최근 유명인의 시간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12월 방송하는 웹 예능 프로그램인 ‘어바웃타임’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의 시간을 판매하는 국내 최초 경매 예능 프로그램이다. 최종 낙찰자는 게스트와 총 100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유명 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자신의 시간을 경매에 내놨다./유튜브 채널 ‘어바웃타임’ 캡처

10월8일엔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유명 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의 시간이 경매에 나왔다. 이상혁은 ‘게임계의 리오넬 메시’ 등으로 불릴 만큼 세계적인 e스포츠 스타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회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9회 우승 등을 기록했다. 이상혁은 모집 영상에서 “저와 함께 게임 한번 해보고 싶은 분, 식사하고 싶은 분,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이라면 지금 바로 신청해달라”고 말했다. 시간 경매 최종 낙찰자는 이상혁과 함께 게임, 식사, 대화 등 100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자신의 시간 100분을 경매에 내놓는 동방신기 유노윤호,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이상화./유튜브 채널 ‘어바웃타임’ 캡처

이상혁뿐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이상화, 동방신기 유노윤호, 스타 강사 김미경, 방송인 송해 등도 자신의 100분을 경매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팬들 사이에서 ‘열정 만수르’ ‘발명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유노윤호는 모집 공고 영상에서 “열정 수혈이 필요한 분들, 댄스배틀이 하고 싶은 분들, 발명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들’ 신청해달라”고 말했다. 이상화 선수는 “제2의 이상화가 되고 싶은 사람, 강철 멘탈이 필요한 사람, 고민 상담할 언니가 필요한 사람 등 함께 의미 있는 시간 보내고 싶은 분을 찾는다”고 했다. 현재는 참여자 모집 중으로 이들의 시간 경매 최종 낙찰자와 낙찰 금액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낙찰 금액은 게스트와 낙찰자의 이름으로 전액 기부한다.

◇점심 한 번 같이 먹는 데 50억

유명인의 시간 경매는 주로 공익 목적으로 진행한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 경매가 대표적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빈곤층을 돕기 위해 2000년부터 매년 ‘버핏과의 점심’을 자선행사로 열고 있다. 최종 낙찰자는 버핏 회장과 뉴욕 맨해튼의 스테이크 전문 식당 ‘스미스 앤드 월런스키’에서 2~3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 이 식당의 점심 메뉴 중 스테이크(약 730g)는 59달러(6만6800원), 칵테일은 한 잔에 18달러(2만원) 정도다. 식사 자리에서는 향후 투자처에 대한 조언 등 모든 종류의 질문이 가능하다. 최대 7명의 일행을 동반할 수 있다. 경매 수익은 빈민구제단체에 전액 기부한다.

워런 버핏과 저스틴 쑨 트론 대표(가운데)가 식사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저스틴 선 트위터

작년 워런 버핏 회장과의 점심 식사 시간을 산 사람은 중국의 가상화폐 사업가인 저스틴 쑨이었다. 저스틴 쑨은 시가총액 3조원을 자랑하는 암호화폐 트론(Tron·TRX) 개발자다. 낙찰가는 무려 456만 7888달러(약 54억 746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였다. 2012·2016년에 나온 기존 최고가(40억8000만원)보다 14억원 가량 비쌌다. 온라인 경매 업체 이베이에서 2만5000달러로 시작했고, 18번의 응찰을 거쳐 54억원에 팔렸다. 이는 작년 이베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품목으로 꼽히기도 했다.

쑨은 경매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바로 20주년 된 버핏과의 점심 식사 경매 낙찰자”라면서 “투자 거물을 만나는 자리에 다른 블록체인 사업가들도 초대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버핏 회장도 “그와 그의 친구들과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즐거운 점심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낙찰자는 버핏 회장과 뉴욕 맨해튼의 스테이크 전문 식당 ‘스미스 앤드 월런스키’에서 2~3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스미스 앤드 월런스키 홈페이지 캡처

두 사람은 지난 1월 식사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쑨은 자신의 트위터에 “워런 버핏과 만나 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 비트코인과 테슬라 등에 관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후 “버핏의 조언과 지도로 더 나은 트론 생태계와 비즈니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쑨 대표는 “워런 버핏은 블록체인 기술에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10년 후 블록체인이 결제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해했다”고 덧붙였다. 점심 식사 자리에는 찰리 리 라이트코인 창업자, 요니 아시아 이토로 대표, 크리스 리 후오비 거래소 최고재무책임자 등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조선DB

‘버핏과의 점심’은 초창기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만 경매를 진행했다. 낙찰가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2001년 낙찰자 2명은 1만8600달러(약 2200만원)에 버핏과의 식사 기회를 얻었다. 이후 이베이에서 입찰이 이뤄지면서 규모가 커졌다. 2008년부터는 낙찰가가 100만달러(11억3300만원)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낙찰자는 익명을 요구했다.

값비싼 점심 식사권을 두 번이나 따낸 사람도 있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일하면서 버핏의 후계자로 꼽히는 테드 웨슬러다. 그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연달아 ‘버핏과의 점심’을 낙찰받았다. 경매에만 500만 달러(56억6900만원) 가량을 썼다. 두 번째 점심때 버핏이 그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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