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세상에 이런 일이’ 드럼 신동,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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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신동 김태현 군
최연소 버클리 음대 입학생이자 졸업생
드럼으로 국악장단 연주하며 판소리 
재즈, 힙합, 가요에 국악 접목, 세계화가 꿈

9년 전 화려한 손놀림으로 드럼을 치는 초등학생이 화제였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드럼이라는 서양 악기로 국악 장단을 내며 판소리까지 하는 모습에 ‘드럼 신동’이라고 불렸다. ‘스타킹’, ‘세상에 이런 일이’, ‘코리안 갓 탤런트’ 등에 나와 이름을 알린 주인공은 바로 김태현(20)군이다.

이후 버클리 음악 대학에 합격하면서 최연소 입학생, 최연소 졸업생 수식어를 얻었다. 지금은 세계 명문 음대 중 하나인 ‘뉴 잉글랜드 음악원(New England Conservatory·NEC)’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김태현 군에게 음악 이야기를 들었다. 

김태현 군 / CJ문화재단 제공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죠” 드럼 신동 김태현

김태현 군이 드럼 스틱을 처음 잡은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교회에서 드럼 치는 사람이 나가면서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매주 연주할 곡을 일주일 전에 받아 아버지에게 배웠다. 드럼은 팔과 다리를 따로 움직여야 해 처음 배울 때 쉽지 않다. 그러나 김태현 군은 바로 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 배우는 건데 무리 없이 바로 칠 수 있었어요. 몸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맞춰 움직였죠. 조금만 연습해도 실력이 금방 늘어 신나서 더 연습했습니다. 어렸을 때 춤추는 모습이나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영상이 있는데 그걸 보면 부모님께서 음악적인 재능을 발굴해주신 것 같아요.”

드럼 입문 3학년 차, 경남 사천 세계타악축제 전국타악 경연대회에 출전했다. 항상 교회에서 드럼을 치다 생애 처음으로 참가한 음악 대회였고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입상은 물론 대회 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각종 방송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드럼 신동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 ‘스타킹’ 등에 출연했다. 방송 출연도 재밌었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던 기회였다.

“경연 대회 출전 당시에는 부모님과 함께 패널이었던 조용필 위대한 탄생 드러머 출신 김희연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드럼을 배우고 싶다고 했죠. 선생님께서도 흔쾌히 수락하셨어요. 교회 음악만 하다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그중 재즈도 있고 국악도 있었어요. 스타킹에서는 사물놀이의 대가 김덕수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선생님께서 전통악기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장구를 시작했죠. 그때 국악의 멋을 알게 됐습니다. 국악의 매력에 빠져 이것을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친숙한 서양 악기와 국악을 합치기로 했죠. 드럼으로 국악 장단을 연주하고 소리를 하면서 드럼을 쳤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했을 때 백두산과 합주했던 김태현 군. 당시 유현상, 김도균 씨는 김태현 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좌). 코갓텔에 출연했을 때 박칼린 씨는 드럼을 치면서 판소리를 하는 김태현 군을 보고 “존재자체가 즐겁다”며 극찬했다(우). / 세상에 이런 일이, 코갓텔 방송 화면 캡처

◇한국예술종합학교, 버클리 음악 대학 최연소 합격

음악에 집중하고 싶었던 김태현 군은 2013년 2월 초등학교 졸업 후 집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24시간을 쪼개 드럼과 장구를 연습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검정고시 공부를 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재즈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하면서 버클리 음악 대학 빈(BIN·Berklee International Network)트랙 과정에도 지원했다. 빈은 버클리 음악 대학이 정보공유, 학점 인정 등을 위해 협약을 맺은 음악 교육 기관의 네트워크를 뜻한다. 한국에서는 서울재즈아카데미가 유일하다. 정규 과정을 이수하면 버클리 음대 입학 시 59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매년 가을 버클리 음대 교수진과 입학 사정관이 한국에 방문해 입학 오디션을 본다.

“2014년에 저도 빈 트랙 과정에 지원했어요. 오디션 때는 전공인 드럼을 쳤습니다. 또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전통 악기 장구를 보면 뒤집어지지 않을까 싶어 장구도 꺼내서 쳤습니다. 2015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일반전형으로 응시도 했습니다.” 

김태현 군은 버클리 음대와 한예종 연희과에 동시에 합격했다. 버클리는 연 2만달러를 받는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그는 우선 한예종 연희과에 입학해 한 학기 정도 배웠다. 당시 민속 음악, 마당극 등을 배웠고 그중에서도 동해안 별신굿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서양 음악은 박자가 딱딱 끊어진다. 반대로 국악은 박자가 둥글게 굴러가는 느낌이다. 박자보다는 호흡이다. 국악을 제대로 배우며 더 국악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후 2016년 가을에 미국으로 떠나 버클리 음악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온라인 공연을 펼친 김태현 군. / CJ문화재단 제공

◇버클리 최연소 졸업생…”어렵지 않은 날 없었다”

17살이 되던 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부모님 울타리 밖 생활을 시작했다. 걱정되기도 했지만 세계 각국에서 모인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또 본격적으로 재즈를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제게 드럼을 가르쳐준 분도 재즈를 하셨던 분이고 공부를 할수록 재즈에 빠졌습니다. 재즈에는 한계가 없어요. 항상 새로운 음악을 접목하려는 시도하는 장르죠. 또 즉흥 연주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악을 접목해 매력을 뽐내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였어요.”

버클리에서 좋은 친구들 그리고 교수진에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연주할 기회가 많은 것이 가장 큰 도움이었다. 김태현 군은 “버클리에서 가장 큰 무대인 버클리 퍼포먼스 센터에서는 물론 보스톤, 뉴욕에 있는 재즈 클럽에서 크고 작은 연주를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년 후 2018년 최연소 졸업생으로 졸업했다. 졸업하고 나서는 바로 석사 과정을 위해 뉴 잉글랜드 음악원에 진학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지금은 잠시 한국에서 머물고 있다.

항상 신동,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지만 힘든 날도 많았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는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업을 하셨는데 잘 안돼서 제가 어렸을 때 접으셨어요. 어머니께서는 항암치료를 받으셨는데, 저를 위해서 지금까지 일을 하고 계십니다. 힘들지만 지원해주는 가족과 도움을 주셨던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CJ문화재단, 영재교육원 등 다양한 재단에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줬다. CJ문화재단의 음악장학사업 장학생으로 뽑혀 뉴 잉글랜드 음악원에도 무사히 진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공연을 지원해줘 한국에서 재즈와 국악을 섞은 김태현 군만의 공연을 열 수 있었다. 이렇게 자신이 받은 도움을 또 다른 ‘김태현’에게 돌려주고 있다. 초등학생 때 협연을 위해 찾았던 완도의 ‘청해진 관현악단’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계속해 온 일이다. 최근 8월에도 대취타를 알려주러 완도에 다녀왔다.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지니”

이런 김태현 군의 목표는 하나다. 국악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음악인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일단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국악을 접목한 음악은 계속할 거예요. 제가 꾸준히 연구해 나가야 할 과제죠. 재즈만 아니라 힙합, 가요 등 다양한 곳에 접목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이런 음악 생활을 통해 국악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또 재능은 출중한데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이 더뎌지고 있는 친구들도 많을 거예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지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재능을 가졌다고 다 되는 건 아니에요. 주변에 찾아보면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회에 많이 나가는 등 스스로 찾아서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하는 만큼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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