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핵폭발 견디는 인류 최후의 날 창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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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10월15일 강낭콩과 제비콩, 좀돌팥 등 우리 토종 종자 1만 자원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국제종자저장고에 보냈다. 이번 기탁은 지난 2008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1만3000여 자원을 보낸 이후 두 번째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지구 대재앙에 대비하기 위해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 건설한 씨드 볼트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YTN 뉴스 캡처

◇식물판 노아의 방주, 씨드 볼트

씨드 볼트는 씨앗 금고라는 뜻으로 종자를 보관하는 저장고다. 기후변화나 전쟁, 핵폭발 등 예기치 못한 지구 대재앙에 대비해 종자를 영구적으로 보존함으로써 식물의 멸종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연구나 증식을 위해 중·단기적으로 종자를 저장하는 시설인 종자은행과는 다르다. 전 세계에는 종자를 영구 저장하는 씨드 볼트가 두 곳밖에 없다. 스발바르에 위치한 저장고와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백두대간 글로벌 씨드 볼트다.

◇세계 최대 규모 종자 저장고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혹시 모를 대재앙 이후 인류의 생존을 위해 씨앗을 보관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인류 최후의 날 저장고라고 불린다. 북극점에서도 1300km 떨어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다. 지반의 지질구조는 물론 미래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고려해 저장고의 위치를 정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더라도 저장고가 침수되는 일이 없도록 해발 130m 암반층 내부의 120m 지점에 저장고를 만들었다. 지진과 같은 외부 충격에도 버틸 수 있게 내진설계를 했다. 내진 설계가 제 역할을 못하더라도 천연 암반층이 최후의 보루로 저장고를 지키도록 했다.

스발바르 저장고는 노르웨이 유전자센터가 설립을 주도해 2008년 2월 28일 운영을 시작했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 공사에만 900만달러가 들었는데 이는 모두 노르웨이 정부가 지불했다. 북유럽유전자자원센터가 저장고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노르웨이 정부와 UN 산하의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이 부담한다.

스발바르 저장고 내부./YTN 뉴스 캡처

우리나라가 두 차례 종자를 기탁한 것처럼 세계 각국, 단체, 개인 등이 스발바르 저장고에 종자를 제공한다. 종자 보관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한다. 위탁자는 입고할 종자의 포장과 배송 관련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이 때문에 저장고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노르웨이 정부에 있지만 각 종자에 대한 소유권은 제공국이 갖는다.

◇보관 위해 까다로운 조건 유지해야

종자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산소와 물기를 먼저 제거한다. 이후 밀봉할 수 있는 봉투에 넣고 포장해 저장고에 넣는다. 저장고의 온도는 영하 18도를 유지해야 한다. 종자의 발아를 막고 신진대사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다. 만약 저장고 전기가 끊기거나 발전 시설에 고장이 나더라도 일정한 저온을 유지할 수 있다. 저장고가 영구동토층에 있어서 영하 3.5도로는 유지 가능하다.

저온을 유지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발아율을 유지하기 위해 20년마다 종자를 새것으로 교체한다. 이를 위해서 각 품종당 평균 500개의 씨앗을 보존한다. 저장고 내부 공기도 겨울마다 두 차례씩 갈아줘야 한다.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백두대간 글로벌 씨드 볼트./안동MBC ‘뉴스데스크’ 캡처

◇조선 시대 역사기록 보관할 정도로 안전

백두대간 글로벌 씨드 볼트는 2015년 12월 봉화군에 설립됐다. 한국수목원관리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작물 종자를 저장하는 반면 백두대간 씨드 볼트는 야생식물 종자를 저장한다. 산림 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물을 보존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약 4050종, 6만2000점을 보관하고 있다.

백두대간 씨드 볼트 역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립했다. 백두대간 씨드 볼트가 위치한 봉화군 춘양면은 태백산사고지가 위치한 곳이다. 태백산사고지는 조선 시대 5대 사고 중 하나로, 조선 후기에 나라 역사기록과 중요한 서적 및 문서를 보관하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 다섯 군데를 선정하여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관한 곳이다.

백두대간 씨드 볼트 내부./안동MBC ‘뉴스데스크’ 캡처

해발고도 600m에 설립했고 규모 6.9 지진에도 버틸 수 있게 내진설계를 했다. 자가발전기를 2대 운영해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했다. 영하 20도에 상대습도 40% 이하를 유지한다. 다만 바로 영하 20도에 종자를 저장하면 무리가 갈 수 있어 약 0도의 공간인 전실에 보관해 일정 기간 적응할 시간을 갖는다.

백두대간 씨드 볼트에 보관하고 있는 종자./안동MBC ‘뉴스데스크’ 캡처

스발바르 저장고와 마찬가지로 종자 보관 비용은 없다. 블랙박스 시스템을 운영해 기탁 기관이 보낸 종자가 담긴 박스를 개봉하지 않고 그대로 씨드 볼트에 저장한다. 스발바르 저장고보다는 늦게 설립했지만 야생식물 종자 영구저장시설로는 세계 최초다.

글 CCBB 박영선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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