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북극여우·캥거루, 사람에게 치명적이라는데…

273

북극여우, 자칼…희귀동물 앞세운 야생동물카페
감염병 전파·생태계 교란 위험도

홍대입구역 인근 카페. 커피를 마시는 고객 옆으로 북극여우가 지나간다. 반대편에는 캥거루들이 모여있다. 실제 홍대 인근에 있는 야생동물카페다. 여기서 야생동물이란 동물보호법이 제시한 반려동물 6종(개·고양이·토끼·페럿·기니피그·햄스터)을 제외한 동물이다.

왈라비(좌)와 몽구스(우)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복지국회포럼이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에 야생동물카페는 48곳에 달한다. 이곳에는 작은 동물원처럼 보일만큼 희귀한 동물들이 있다. 라쿤이나 미어캣은 이제 흔하다. 홍대 인근의 야생동물카페 테이블에이에는 몽구스·자칼·쿠시만스 등이 산다. 근처 야생동물카페 미어캣프렌즈에는 캥거루과의 왈라비·여우·코아티 등이 손님들을 기다린다. 이외에도 앵무새카페부터 양카페까지, 도심이지만 이색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카페가 많다.

감염병 전파 위험, 사람·동물에게 치명적

야생동물카페가 인기 있는 건, 쉽게 접할 수 없던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위험한 점이기도 하다. 감염병 때문이다. 스페인독감·사스·메르스·조류인플루엔자 등 과거 유행한 전염병 대부분이 인수공통감염병이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 퍼지는 전염병이다. 동물이 사람에게 옮기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코로나19도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학계 주장이 있었다. 박쥐와 천산갑이 중간숙주로 지목받았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고양이 같은 동물은 인류와 수천 년 동안 같이 살아왔기 때문에 병원체가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야생동물은 다르다”고 말했다. “알지 못하는 병원체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병원체란 감염증을 일으키는 기생생물이다.

원숭이가 야생동물카페 고객들에게 둘러싸여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좁은 실내 공간에 많은 야생동물과 사람이 함께 모이는 야생동물카페와 실내동물원은 그래서 위험하다. 종별 사육장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 동물은 구획을 나누지만, 방문객이 사육장에 들어가 동물을 만지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 간 경계가 없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야생동물카페 동물이 인수공통감염병에 걸린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 수도권 한 실내동물원에서 폐사한 코아티 한 마리가 우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체의 표본을 국립환경과학원이 검사해보니, 폐·간·심장 등에서 ‘미코박테리움 보비스(우결핵균)’가 나왔다.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병이다. 같은 사육장에 있던 코아티 두 마리는 안락사당했다. 코아티는 실내동물원보다 동물과 사람 간 거리가 더 가까운 야생동물카페에서도 볼 수 있다. 야생동물카페를 통한 감염병 전파,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전염병 환자가 추위에 떨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생태계 교란 위험도

2019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인도주의 수의사 모임 휴메인벳은 ‘2019 전국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야생동물카페에 가장 많은 동물 종은 라쿤이었다. 라쿤은 외모가 귀엽고 사람처럼 손을 사용해서 인기있다. 하지만 라쿤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쿤은 국립생태원이 올해 실시한 생태계 위해성 평가에서 2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 생태계 위해성은 보통이지만, 앞으로 생태계 위해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2급 생물이면, 확산 정도와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관찰해야 한다. 환경부도 2020년 6월 라쿤을 생태계위해우려 생물 1호로 지정했다. 환경부는 라쿤을 두고 ‘유기되어 생태계에 유출될 경우 생존능력이 우수하여 국내 고유종인 삵, 오소리, 너구리 등과 서식지를 두고 다툴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래종인 생태파괴 5적(뉴트리아·배스·블루길·붉은귀거북·황소개구리)처럼 고유종을 위협해 생태를 교란할 수도 있다. 라쿤이 광견병 바이러스 감염원이라는 점도 위험하다.

성체 라쿤과 새끼 라쿤이 모여있다./게티이미지뱅크

그나마 실내동물원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동물들을 관리한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동물원은 문을 닫을 때 폐원신고서를 제출하고 보유생물 관리계획을 지켰음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동물카페는 사각지대에 있다. 동물 10종 미만 50마리 미만 사업장은 동물원 법에 포함되지 않는다. 동물카페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일반음식점이다. 폐업 시 동물들의 처분이나 관리를 파악할 길이 없다.

인터넷 반려동물 분양 커뮤니티 사이트 썸펫에는 홍대 인근 A 야생동물카페 운영자가 이미 수십마리 야생동물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한 흔적이 보인다. 해당 업자가 올린 야생동물 분양 게시글만 31개다.

이렇게 동물들을 분양받은 일반인들에게 야생동물 양육 전문지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야생동물의 파양이나 탈출 혹은 유기라는 또 다른 문제가 되기 쉽다. 생태계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라쿤을 유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도심과 교외 등지에서 포획한 라쿤만 7마리다.

◇ 명확한 관리 기준 마련 필요

야생동물카페를 관리할 뚜렷한 법적 기준이 없다. 동물보호법 제32조는 반려동물 6종으로 개·고양이·토끼·페럿·기니피그·햄스터를 지정했다. 이 동물로 동물판매업, 동물전시업 등을 운영하려면 영업 기준을 갖춰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이외 동물은 동물전시업 등록 대상이 아니다. 등록하더라도 판매·전시 금지 기준이 없다.

라쿤이 야생동물카페 의자에 엎드려 누워있다./엠빅뉴스 유튜브 캡처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동물카페를 철저히 관리한다. 미국 뉴욕 주의 경우, 동물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보건정신위생국(Department of Health and Mental Hygiene) 허가가 필요하다. 동물 종이나 수에 상관없이 사람과 직접 접촉 금지, 동물 종에 적합한 사육장 마련 등 조건에 어긋나면 허가를 받을 수 없다.

관리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조금씩 변화도 보인다. 환경부는 8월 12일 ‘동물원 외 시설에서의 야생동물 전시 금지 및 야생동물 판매업 허가제를 도입하고, 동물원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등 야생동물의 전시·판매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를 재정립해 건강한 자연환경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환경부 결정을 반겼다.

글 CCBB 이안기 인턴

img-jobsn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