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명품 롤렉스가 LG에 소송 건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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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가 1년째 법적 분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유는 상표권 때문이었다. LG디스플레이가 소유한 ‘ROLED’라는 상표권에 대해 롤렉스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10월12일 뉴스1의 단독보도를 보면 2018년 LG디스플레이는 국제가전전시회(CES)에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특허청에 ‘ROLED’라는 상표권을 출원했다. 7개월 뒤 롤렉스는 이의를 제기했다. ‘ROLED’가 회사 영문 사명인 ‘ROLEX’와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최근 LG전자가 세계 최초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국내 시장에 본격 출시했다./조선DB

그러나 특허청은 롤렉스의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9년 4월 LG디스플레이의 ROLED 상표 등록을 결정했다. 롤렉스는 바로 이의 제기를 했다. 2019년 7월 특허심판원에 LG디스플레이 소유로 등록된 ROLED 상표를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상표나 특허 등에 대해 산업재산권 분쟁을 해결할 목적으로 설립한 특별행정 심판기관이다.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는 LG디스플레이의 ‘ROLED’라는 상표권에 문제 제기를 했다./조선DB
가수 지코가 양 손목에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다./JTBC ‘아는형님’ 방송 캡처

약 1년 만인 지난 8월 특허심판원은 롤렉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ROLED와 ROLEX는 영문 대문자 5자로 구성된 표장이라는 점과 앞글자 4개가 똑같은 것 외에 외관은 유사하지 않다”고 했다. 또 양측의 상표권이 사전에 있지 않은 조어라서 특별한 관념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발음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ROLED는 ‘롤드’나 ‘로레드’로 불리는데, ROLEX는 ‘롤렉스’나 ‘로렉스’로 불려 소비자가 들을 때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또 롤렉스는 명품 시계 브랜드로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데다 타깃 시장도 달라 소비자가 오인하거나 혼동할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롤렉스 측은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9월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이 내린 심결을 취소해달라는 심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특허법원에서도 롤렉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있어 법적 분쟁이 길어질 조짐이 보인다. 

오리엔트의 갤럭시(왼),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오)./각 홈페이지 캡처

기업 간 상표권 분쟁의 경우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법정 싸움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상표권 존속기간은 10년이다. 한번 상표등록을 하면 권리 범위 내에서 10년간 독점적 사용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셈이다. 또 상표권 침해로부터 민·형사상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기업이 쉽게 상표권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상표권을 두고 국내 시계업체 오리엔트와 오랜 시간 소송전을 벌였다. 2018년 오리엔트 시계는 삼성전자가 그해 8월 내놓은 ‘갤럭시워치’가 자사 시계 상표인 ‘갤럭시’를 침해했다면서 서울중앙지법에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8월 스마트워치 브랜드 ‘기어’를 ‘갤럭시워치’로 변경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의 통합성을 위한다는게 이유였다.  

오리엔트는 1984년부터 갤럭시, Galaxy, 갤럭시 Galaxy, Galaxy Gold(갤럭시 골드) 등의 상표를 등록하고 사용해왔다. 오리엔트의 갤럭시 시계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시계로 지정될 만큼 인지도가 있었다. 또 당시 결혼을 앞둔 젊은층 사이에서 예물시계로도 인기였다. 

2018년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9와 함께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를 공개했다. 기존 웨어러블 스마트 워치 ‘기어S’ 시리즈 명을 버렸다./삼성전자

사실 알고 보면 ‘갤럭시’라는 브랜드 이름은 삼성전자가 2010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S’를 출시하면서부터 계속 사용 중인 브랜드명이다. 8년간 말이 없다가 왜 문제 제기를 한 걸까. 이는 삼성 갤럭시 워치가 시계 시장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서였다. 오리엔트는 갤럭시워치가 부정경쟁방지법과 상표법을 위반해 자사 상표인 ‘갤럭시’를 말살한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 측이 갤럭시워치를 광고하면서 ‘진정한 시계의 새로운 정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계 기능을 강조한 만큼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가 스마트폰 외 여러 IT 기기에서 사용된 이름이고, 스마트워치와 일반 시계는 다른 분야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리엔트가 가지고 있던 14류 ‘갤럭시’, ‘GALAXY’ 상표권에 대해 불사용 취소심판을 제기했다. 갤럭시 공방으로 법정 싸움을 이어가던 두 회사는 최근 상표권을 양수하는 데 합의하면서 분쟁을 끝냈다. 오리엔트는 가지고 있던 갤럭시 상표권을 모두 삼성전자에 넘겼다. 

분쟁 중 한쪽이 먼저 상표권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길게 끌어봤자 얻는 게 없다고 판단했을 때다. 지난 1월 신세계백화점은 ‘BTS’ 상표권을 모두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한류 문화를 대표하는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해외에서 주로 BTS로 불린다.  

신세계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표권 공방은 2017년부터 시작했다. 빅히트는 BTS 데뷔 한 달 전인 2013년 5월 방탄소년단의 영문 표기인 ‘BTS’에 대한 문구, 음반 등에 대한 상표권을 처음 출원했다. 그러나 2015년 4월 의류에 대해 신청한 ‘BTS’ 상표권 출원은 기각됐다. 신한코퍼레이션이 2001년부터 이미 ‘BTS BACK TO SCHOOL’이라는 상표를 등록해 사용하고 있어서였다.  

신세계는 2017년 자사 편집숍인 분더샵(BOON THE SHOP)의 약자가 BTS라면서 의류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하고자 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빅히트 때와 같은 이유로 신세계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신세계는 신한코퍼레이션이 소유한 ‘BTS’ 상표권을 사들였고 의류 영역에서 ‘BTS’ 상표권을 확보했다.  

이에 빅히트는 “‘BTS’가 방탄소년단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신세계가 ‘BTS’ 상표권을 보유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면서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BTS 보편적 소유권은 빅히트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특허청은 빅히트 측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였고 2018년 12월 신세계의 BTS 상표 출원을 거절했다. 그러자 신세계는 이 결정에 불복하고 작년 2월 재심사를 요청하면서 분쟁을 이어왔다. 그러나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신세계가 BTS 상표권을 공식 포기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분쟁을 계속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려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업종에서 같거나 비슷한 제품명을 쓰고 있지만 모두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같은 시장 영역을 침범한 경우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해 상표권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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