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 위해…양념치킨 창시자의 통 큰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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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은 누군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다. 새로운 발명품을 만든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키기 위해 특허를 낸다. 특허권을 가진 사람은 그 특허기술로 만든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로열티를 받는다. 발명품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수록 로열티 수입도 늘어난다. 그러나 제때 특허를 내지 못해 로열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발명품 특허로 막대한 돈을 번 사람과 특허를 받지 못해 큰 돈을 벌 기회를 놓친 사람들을 알아봤다.

◇ 연예인들 한 번씩 이 모자 썼지만

가수 아이유가 팬싸인회에서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를 쓰고 있다./’아이유는 아이가 아니에유’ 페이스북

모자 양 옆으로 길게 늘어진 손잡이를 누르면 모자에 달린 귀가 올라간다.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는 트와이스, 아이유 등 연예인들도 썼던 인기 아이템이다. 이 토끼 모자를 처음 만든 사람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완구 가게 ‘월리샵’의 권용태 대표다. 캐릭터 매니아였던 그는 2017년 9월에 공기 펌프를 이용한 토끼모자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바로 중국 공장에 생산을 맡겼다.

토끼모자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2018년 인기 검색어 15위를 차지했다. 지금도 인스타그램에서 ‘토끼모자’를 검색하면 6만5000여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그렇다면 권용태씨는 토끼모자로 대박을 냈을까? 아니다. 권용태씨는 토끼모자가 이런 인기를 얻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특허도 내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이 토끼모자와 유사한 상품을 쏟아냈지만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는 잡스엔에 “지금까지 판 토끼모자는 1만2000개 정도”라고 말했다. 토끼모자의 최종 가격은 7500원이었고, 제작 단가는 처음 1000개를 주문했을 땐 개당 5000원이었으나 나중엔 3500원까지 떨어졌다. 비슷한 제품을 만든 한 업체는 2018년 11월 한 달 동안 13만개를 팔았다고 발표했다. 만약 그가 특허 등록을 해 개당 1000원 정도 로열티를 받았다면 해당 업체에서만 1억3000만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고객이 제품을 사랑해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토끼모자는 더 이상 제작할 생각이 없어요. 앞으로는 아예 새로운 제품으로 승부할 계획입니다.”

◇ 외국에서도 인정받은 양념치킨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배우 서현진이 양념치킨과 치킨무를 먹고 있다./tvN ‘식샤를 합시다2’ 캡처

KFC란 단어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미국의 패스트푸드 업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이고, 다른 하나는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Korean Fried Chicken)’이다.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은 우리나라의 양념치킨을 말한다. 일본, 대만 등에도 간장 등으로 양념한 치킨이 있지만 고추장으로 양념한 치킨은 한국이 원조다. 우리가 즐겨먹는 양념치킨은 1980년대에 등장했다. 양념치킨을 만든 사람은 대구의 작은 점포에서 치킨 장사를 하던 윤종계씨다. 윤종계씨는 치킨이 식으면 퍽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치킨에 양념을 묻혀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양념치킨이 성공하자 그는 1989년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맥시칸 치킨’을 만들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2018년 ‘19~34세 식생활 및 식문화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8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치킨을 사기 위해 연간 1인당 평균 14만7000원을 썼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양념치킨이다. 쇼핑검색서비스 네이버쇼핑에서 ‘양념치킨소스’를 검색하면 나오는 관련 상품은 3만7000개가 넘는다. 그러나 윤종계씨가 양념치킨으로 얻을 수 있는 로열티는 없다. 윤종계씨는 양념에도 특허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특허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씨는 특허를 내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누군가 특허를 냈다.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이 윤씨 몰래 특허를 낸 것이다. 양념치킨을 만들었다는 증거를 내면 직원에 대한 처벌과 특허 출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는 직원이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특허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후 윤씨의 설득으로 직원도 특허권을 포기했다. 만약 윤씨가 특허를 고집했다면 특허료 때문에 양념 치킨 가격이 더 비쌌을지도 모른다.

◇ 우물정(#)과 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참가자들이 문자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tv조선 ‘미스터트롯’ 캡처

“응원하는 가수의 번호나 이름을 문자로 보내주세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이 멘트를 들어봤을 것이다. ‘단문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한 통합 메일 서비스’는 투표 문자들을 빠르게 분류해 결과를 바로 생방송에 반영하는 기술이다. 경기도 판교의 벤처기업 ‘인포뱅크’가 1998년 이런 기술과 시스템을 처음 만들었다.

국내 방송에서 쓰이는 문자투표는 모두 인포뱅크를 통해 이뤄진다. 사용자가 100원 정도의 사용료를 내고 문자 투표를 하면 방송사와 통신사, 인포뱅크가 이윤을 나눠 갖는다. ‘K팝스타’ 등 문자투표를 활용한 TV 프로그램이 쏟아진 덕분에 인포뱅크는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미스터트롯’ 결승전 때 시청자들이 보낸 투표문자로 발생한 수익금만 3억3900만원이 넘었다.

문자투표 기술은 전세계 주요 방송사들이 쓰고 있다. 이 시장 규모는 약 6조원. 인포뱅크는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받는 로열티는 없다.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국제출원제도는 1국 1특허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특허권을 얻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특허를 내지 않았다면 그 나라에서는 자신의 발명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인포뱅크는 해외에서는 특허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방송국에서 문자투표 기술 사용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 볼펜 하나로 매출 40억원 달성

콘서트장에서 팬들이 야광봉을 들고 가수를 응원하고 있다./SBS ‘SBS 뉴스 캡처’

‘반디펜’으로도 불리는 라이트펜은 볼펜 앞부분에 발광다이오드를 붙인 발명품이다. 라이트펜을 만든 사람은 발명품전문생산기업 ‘길라씨앤아이’ 김동환 사장이다. 그는 라이트펜, 야광봉 등 특허만 300개 이상을 낸 발명가다.

김동환씨는 야간에 근무하는 교통경찰관이 목과 어깨 사이에 손전등을 끼고 메모하는 모습에서 빛나는 볼펜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라이트펜을 개발하는 데에만 2년 동안 6억원이 들었다. 김동환씨는 라이트펜을 시장에 내놓은 첫 해인 1995년 매출 40억원을 달성했다. 1996년에는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 은상과 미국 발명전시회 금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라이트펜 특허를 냈다. 길라씨앤아이는 2001년 상반기에만 40여개국에 반디펜 200만달러 가량을 수출했다.

◇ 국내 최고 발명품 6위는

웹예능 프로그램 ‘오마이 갓팁’에 출연한 가수 경리와 켄이 이태리타월로 때를 밀고 있다./MBC MBig TV ‘오마이 갓팁’

2018년 특허청이 조사한 ‘누리꾼이 뽑은 국내 최고 발명품’ 6위는 이태리타월이었다. 이태리타월은 부산의 직물공장인 ‘한일직물’에서 1967년 처음 개발했다. 이태리타월을 처음 만든 이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지만, 이태리타월의 특허권을 가졌던 김필곤씨가 발명자라는 것이 두루 알려진 내용이다. 당시 한일직물은 옷을 만들기 위해 ‘비스코스레이온’이라는 원단을 수입했다. 그러나 원단 질감이 너무 거칠어 정작 옷을 만들지는 못했다. 김필곤씨는 원단으로 때를 밀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시 비스코스레이온을 생산한 나라가 이탈리아였기 때문에 이태리타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태리타월의 가격은 1973년 기준 30원이었다. 김필곤씨는 이태리타월 특허로 대박이 나자 1977년 부산 아리랑 관광 호텔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편 이태리타월의 특허권 존속 기간은 1976년에 끝나 지금은 누구나 이태리타월을 만들어 팔 수 있다.

글 CCBB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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