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김정은…사람은 아니지만, 사람보다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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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종합편성채널 MBN 메인 앵커 김주하 아나운서가 16일 정오 뉴스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주하씨는 그때 스튜디오에 없었다. MBN 관계자는 “지금 김주하씨는 식사하러 나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리 녹화해 놓은 것도 아니다. 뉴스를 말해주는 김주하 앵커의 정체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다.

이제 AI가 인간만 할 수 있었던 일을 상당 부분 대신하기 시작했다. AI는 때로는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 매일 뉴스 진행하는 AI 앵커

김주하 아나운서의 모습을 본떠 만든 AI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MBN ‘MBN AI 앵커 뉴스’ 캡처

김주하 AI 앵커는 매일 정오마다 MBN 인터넷 뉴스 ‘MBN AI 앵커 뉴스’를 진행한다. 실제 김주하 아나운서와 똑같은 얼굴, 표정, 말투로 말하던 AI 앵커는 “지금까지 AI 앵커가 전해드렸습니다”라는 말로 뉴스를 마무리한다. 뉴스를 본 네티즌들은 “AI 앵커의 표정이 부자연스럽다”, “AI라고 말 안 했으면 끝까지 몰랐을 것 같다”는 등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러다 AI가 사람을 대처할 것 같아 무섭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AI 앵커를 김주하 아나운서와 똑같이 만들었다. AI가 영상 속 물체를 분석해 얻은 데이터를 저장해 같은 행동과 목소리를 내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AI 앵커에 대본을 입력하면 실제 앵커와 똑같이 뉴스를 진행할 수 있다. AI 앵커는 현재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AI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 정식 방송에 투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딥페이크 기술로 김정은 만들기도

AI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똑같은 생김새와 말투로 투표 독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presntUS 유튜브 캡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건 쉽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9월 29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인들에게 대선 투표를 하라고 독려했다는 영상이 화제였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김 위원장이 아니라 AI 기술을 이용해 만든 김정은 위원장 영상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리프리젠트어스(RepresentUs)는 대통령선거 투표 참여율을 늘리기 위해 이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영상은 AI로 특정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다. 김정은 위원장과 똑같은 얼굴과 말투로 메시지를 전하던 AI는 “민주주의의 존폐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며 씩 웃기도 한다. 실제와 똑같은 화면 속 AI의 모습에 한 네티즌은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건 알겠지만, 나는 이 가짜가 더 두렵다”는 댓글을 남겼다.

◇ 문화예술 분야에도 진출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의 동생인 가수 하연은 AI 작곡가 ‘마디’가 만든 곡으로 데뷔했다./하연 인스타그램 캡처

창작만큼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AI는 이제 문화예술 분야에도 발을 들였다. 6월 26일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 ‘비욘드 블랙’의 안무를 짠 건 AI 안무가 ‘마디(Madi)’다. 마디는 무용수들의 동작을 ‘빠르고 부드럽게’ 또는 ‘느리고 강하게’ 등의 데이터 형태로 바꿔 입력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안무를 만들었다.

10월 7일엔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의 동생인 가수 하연이 AI 작곡가가 만든 곡으로 데뷔해 주목을 받았다. 하연의 앨범 ‘아이즈 온 유(Eyes on you)’는 AI 작곡가 ‘이봄(EvoM)’이 작곡하고 하연이 작사한 노래를 담았다. 신인 가수가 AI 곡을 받아 데뷔한 것이다. 이봄은 학습한 음악 이론 데이터를 바탕으로 클래식, 오케스트라, 일렉트로닉댄스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 이봄이 작곡한 AI 음악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뮤지아(Musia)’는 채널 개설 1년 만에 구독자 수 6000명을 넘기기도 했다. 음악을 들은 네티즌들은 “듣기 편하다. 어색하거나 이상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는 평을 남겼다.

◇ 현직 운동선수 이긴 컬링 로봇

고려대학교 인공지능학과 이성환 교수가 세계 최초 컬링 로봇 ‘컬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BS ‘KBS 뉴스광장’ 캡처

두뇌 게임의 대명사인 바둑에서 AI는 그 능력을 증명했다. 알파고가 2016년 이세돌을 비롯한 세계 최고 바둑기사를 상대로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펼쳐지는 스포츠에서는 AI가 인간을 이기기 힘들다. 환경과 조건을 비교적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가상 환경과 달리 현실은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스포츠 경기에서 인간을 이긴 AI를 만들었다. 고려대학교 인공지능학과 이성환 교수팀이 2018년 개발한 AI 컬링 로봇 ‘컬리(Curly)’다. 컬리는 2018년 춘천기계공고 컬링팀과 한 경기에선 패배했다. 하지만 올해 9월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상비군을 상대로 4차례 컬링 경기를 벌여 3번 승리했다. 말 그대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컬링은 얼음 상태에 따라 스톤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에 스톤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신체 능력과 전략이 필요한 복잡한 스포츠다. 그런데 컬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프로 선수도 수 년에 걸쳐 훈련해야 얻을 수 있는 기량을 3~4일 만에 습득했다. 컬리의 투구 정확도는 목표 지점에서 평균 1.3미터 이내의 지점에 스톤을 놓을 수 있는 수준이다.

◇ AI 시대, 인간의 일자리는

드라마 ‘나 홀로 그대’에는 AI 홀로그램 비서 ‘홀로’가 나와 인기를 끌었다./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자고 일어나면 AI가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 성과를 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제 사람을 만나면 ‘안녕하십니까’ 대신 ‘당신의 일자리는 안녕하십니까’를 물어야 할 판이다. 전문가들은 개인과 기업, 정부가 AI 시대의 새로운 업무환경에 맞춰 달라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AI전략센터 이경은 부연구위원은 “AI의 발달이 직업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AI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와 산업계·학계가 협력해 인간과 AI의 협업 모델을 개발하는 등 AI 시대의 새로운 업무환경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 CCBB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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