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패스 전부터 관심 많았죠” 정부가 꼽은 유망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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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5일 서울 은평구에서 검은 대형견 로트와일러가 흰색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책 중이던 로트와일러가 순식간에 스피츠에 달려든 것이다. 말리는 과정에서 스피츠의 견주도 다쳤다. 로트와일러종은 현행법상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맹견. 그러나 사고 당시 입마개는커녕 목줄도 착용하지 않았다. 피해 견주는 오래전부터 해당 로트와일러에 의한 개 물림 사고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입마개를 착용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사 소송뿐 아니라 민사 소송을 위해 동물 특화 변호사를 선임해 준비 중이다.

은평구 스피츠 사고 피해 견주가 올린 국민청원./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한국고용정보원이 작년 1월 유망 직업으로 꼽은 직업 중 하나가 동물 변호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많아지며 은평구 사고와 같은 동물 관련 분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동물 간 다툼, 동물이 사람에게 가하는 상해, 반려동물 상속 등 동물 변호사가 다룰 수 있는 사건 범위는 매우 넓다. 권유림 변호사에게 동물 특화 변호사는 어떤 사건을 맡고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동물 특화 변호사로 활동하게 됐는지.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신림동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조차도 유기 동물 지정병원에서 인공 수유가 필요한 동물을 데려와 사료를 먹을 때쯤 입양을 보낼 정도로 동물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난 2016년 변호사가 되고 나서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에게 먼저 연락을 드렸어요. 변호사인데 동물 관련해 법률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제공하고 싶다고요. 카라에서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단체를 소개해주셨고 이곳에서 동물을 위한 법률 활동을 하고 있어요.

동변은 동물단체와 함께 고발하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뿐 아니라 동물보호법 법령을 연구하고 법률지원메뉴얼을 만드는 활동을 해요. 특히 저는 실험동물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해 고발도 하고 법 개정을 위해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는 등 활동하고 있어요. 민사사건으로는 은평구에서 일어난 스피츠 사고도 제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기견 봉사에 다녀온 동변 소속 변호사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권 변호사./동변 인스타그램 캡처(좌) 동변이 만든 동물 법률지원 매뉴얼./동변 인스타그램 캡처(우)

-실험동물 관련해 어떤 사건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제가 작년 4월에 고발했던 이병천 교수 사건이 있는데요. 농축산물 검역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건강한 상태에서 은퇴한 메이라는 강아지가 있었어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이 2012년 만든 복제견이에요. 그러다 2018년 3월 서울대에서 실험에 활용하겠다고 메이를 데려가 8개월 뒤 보냈는데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 생식기는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는 등 처참한 몰골이었어요. 결국 폐사로 사망했죠.

메이처럼 사역견으로 활동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은 금지되어 있어요. 또 메이가 실험 후 건강이 나빠져 숨을 거뒀는데 실험 과정에서 학대 정황이 의심돼 고발했습니다.”

-법 개정을 위해서도 힘썼다고 하던데.

“동물 실험의 경우 은밀하고 폐쇄적으로 이뤄져요. 2018년 전까지만 해도 실험 후 동물들을 안락사했어요. 혹시 실험 관련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니 안락사 시켜 아예 은폐하고자 하는 목적이었죠. 한정애 의원에게 자료를 제출해 실험 후 죽는 동물들을 막아야 할 필요성을 알렸어요. 결국 2018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실험 후 동물 건강검진을 의무화했어요. 또 건강이 괜찮은 경우에는 동물을 분양을 할 수 있게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습니다.

또한 실험에 활용할 동물을 정식으로 등록한 공급업자에게만 받을 수 있게 공급업자를 제한하는 법도 의원님께 자료를 제출한 결과 만들 수 있었어요. 하지만 반쪽짜리 법이라 아쉽습니다. 우리나라 동물 실험의 70~80%는 대학교와 같은 교육 기관에서 이뤄지거든요. 그러나 지정 공급업자에게만 실험동물을 받아야 하는 법에서 교육기관은 적용대상에서 빠졌거든요. 사각지대가 큰 거죠.”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해 제출한 자료./CCBB(좌) 언론과 인터뷰 하는 권유림 변호사./KBS 뉴스 캡처(우)

-동물 특화 변호사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한민국 법체계에서는 동물은 아직 사물이에요. 그러다 보니 다른 동물이 내 반려동물을 물어 죽게 해도 내가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재물손괴죄로 해당 동물 시가를 받는 것뿐이죠. 다행히 이제는 정신적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위자료를 부과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동물을 사물로 여기기 때문에 한계가 큽니다. 얼른 동물에게 사람과 사물 사이 제3의 지위를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정식 동물 전문 변호사는 없어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전문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전문 분야를 등록할 수 있는데 아직 동물 분야는 없죠. 동물 영역이 생기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요. 동물이 사물로 취급받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적어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죠. 소송해봤자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변호사 선임료가 더 드는 경우도 많거든요. 소를 제기하시는 분들도 소송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기보다 억울한 마음이 커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법적 책임을 묻고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법이 동물을 사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면 훨씬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권 변호사와 그의 반려견./권 변호사 제공

-법의 미비한 점이 있다면.

“아직 처벌 수위가 낮은 편이에요. 키우는 강아지에게 폭행을 일삼는 학대 견주라도 소유권이 더 우선돼 소유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할 방법이 없어요. 현행법상 폭행당하는 반려동물을 주인으로부터 아예 격리하거나 해당 주인이 동물을 못 키우도록 강제할 방안이 없습니다. 동물 관련 범죄에서 실형이 구형된 것도 최근 들어서야 생긴 일이고 보통은 벌금형에서 끝납니다.

실효성이 약한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어 지자체에서 유기동물을 임시로 보호하다가 공고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해요. 이때도 동물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취 실시 후 심장정지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그러나 동물병원에서 어차피 죽을 동물이라는 이유로 마취하지 않고 안락사시키는 사례가 많습니다. 규정을 지키지 않고 고통사를 시행더라도 처벌 규정 없거든요.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맡은 사건 중 가장 기억 남는 사건은.

“애린원이라고 경기도 포천에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가 있었어요. 이름만 보호소지 약 1500마리의 개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 아픈 개들도 많았어요. 중성화도 하지 않아 자체 번식을 하며 새끼를 낳고 죽기를 반복하는 곳이었죠. 비글구조네트워크와 함께 애린원 철거를 위해 법정 싸움을 4년 가까이 진행하다 최근에서야 끝났어요. 강제철거를 하는 과정에서 소유권 분쟁, 명도소송 등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많았거든요.

2019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 농림부장관상을 받은 권 변호사./권 변호사 제공

긴 싸움이었지만 약 1500마리의 강아지를 구조해서 입양도 보내고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보호하게 돼 뿌듯합니다. 이 활동으로 작년 12월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 농림부장관상도 받았어요. 저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사건이에요.”

글 CCBB 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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