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덥죽 표절’ 사건에 프랜차이즈 전문가들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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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다 싶으면 다 베낀다… 짝퉁 ‘떴다방’ 프랜차이즈들

가맹비로 돈 벌고 유행 시들해지면 나몰라라 ‘폭파’

망가진 프랜차이즈 업계 “자영업자들의 개미지옥 됐다”

가맹사업정보공개시스템 통해 가맹본부 정보 확인해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소개된 포항 덮죽의 레시피를 베껴 만든 프랜차이즈 ‘덮죽덮죽’의 이상준 대표가 10월12일 사과문을 올리고 사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포항 덮죽집 사장은 “내가 개발한 메뉴를 팔고 있는 프랜차이즈가 있다”며 덮죽덮죽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덮죽덮죽은 고개를 숙였다. ‘더바디랩’(건강음료 브랜드), ‘족발의 달인’ 등을 운영하던 이상준 대표는 지난 9월 ‘덮죽덮죽’이란 상표를 등록했다. 그리곤 한 달 남짓한 짧은 시간에 최소 5곳의 가맹점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준 덮죽덮죽 대표(오른쪽). /인터넷 화면 캡처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정말 궁금하다. 다른 이의 아이디어로 브랜드를 만든 것은 일단 그렇다고 치자. 비록 시작은 부끄러운 사업이지만, 이 업체 대표는 가맹점주들과 더불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오래도록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외식 브랜드를 만들 생각이긴 했을까?

◇물 들어올 때 배 띄운다! ‘떴다방’ 프랜차이즈의 세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에게 물어봤는데, 모두 “절대 그럴 리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흥미로운 신메뉴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니 대충 빨리 베껴서 한 철 돈 벌 생각으로 차렸을 것”이라고 했다. 외식업계에도 패션산업처럼 유행이 있다고 한다.

한 시대를 ‘반짝’ 풍미했던 조개구이집, 찜닭집, 불닭집. 다 어디로 갔을까. /인터넷 화면 캡처

2000년대 초반부터 살펴보자. 당시 골목마다 ‘조개구이집’이 성업했다. 조개구이집이 장사가 된다니까 비슷한 콘셉트의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생겨나 가맹점을 모집해서다. 그러나 조개구이집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찜닭집’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가 싶더니 그 또한 몇 년 못가고 ‘불닭집’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TV화면 캡처

2010년대 들어선 명멸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벌집아이스크림, 대왕카스텔라, 핫도그, 그리고 마라탕까지 우르르 생겼다 대거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2010년대 중반 간단한 안주와 저렴한 맥주를 제공하는 스몰비어 콘셉트가 인기를 끌었다. 가장 유명한 업체가 ‘봉구비어’였다. 그러자 상구비어, 용구비어, 달봉비어, 몽구비어 등이 생겨났다. 눈꽃빙수 ‘설빙’이 인기를 끌자 호미빙, 빙설, 빙스퐁이 문을 열었다. 2015년 생과일주스 브랜드 ‘쥬씨’가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커피만 마시던 직장인들은 오피스타운 한 켠 작은 점포에서 저렴하게 파는 생과일주스에 열광했다. 당시 쥬시에 근무했던 한 식품업체 임원은 “그로부터 3개월만에 정확히 35개의 짝퉁 브랜드가 생겨났다”고 회고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였지만, 생과일주스 만드는 것 자체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보니 쉽게 베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쥬씨에 가맹점주로 들어와 단기간 기술과 서비스, 인테리어 등을 배운 후 바로 짝퉁 프랜차이즈를 설립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떴다방에 걸리면 전재산 잃는다”

/인터넷 화면 캡처

쥬씨의 성공을 지켜본 뒤 첫 번째 짝퉁 브랜드를 만든 프랜차이즈 사장님의 심경은 어땠을까? “비록 한 발 늦었지만, 보다 저렴하면서도 신선한 과일을 이용해 쥬씨를 능가할 브랜드를 만들자”라고 생각했을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35번째 짝퉁 브랜드를 만드는 사장님에게도 일말의 선의가 있었을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생과일주스 열풍이 1~2년은 갈 것 같다. 쥬씨랑 로고 비슷하게 만들고 비슷하게 주스 만들어 팔면 돈 된다고 해서 가맹점 모집하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최근 떴다방 프랜차이즈의 베끼기 속도도 과거보다 한참 빨라졌다고 한다. 원조 식당의 메뉴만 베끼는 것이 아니라 로고, 인테리어까지 비슷하게 가져와 바로 시작을 한다. 조금이라도 발전시키거나 개선할 노력 따위도 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빨리 따라해서 원조의 가맹점이 생겨날 때 짝퉁의 가맹점도 같이 생겨야 소비자들이 더 헛갈린다나 어쩐다나.

떴다방 프랜차이즈들에게 가맹점주들은 먹잇감일 뿐이다. 가맹점주들의 성공 따위는 그들의 비즈니스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가맹점을 차릴 때 가맹점주가 본사에 내는 가맹비, 교육비, 인테리어 등으로 돈을 버는 것이니 이후 장사가 잘 안되도 알 바 아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누린 ‘무한리필 삼겹살’ 식당을 꼽는다. 당시 이러한 프랜차이즈의 대표 중에는 육류 도매업자도 많았다고 한다. 일시적인 돼지고기 수급 불균형으로 수입 냉동 삼겹살 재고가 쌓이자 이를 해결하려고 삼겹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재고가 소진되고 수급이 안정되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떴다방 프랜차이즈들은 곧 유행이 사라질 것을 알고도 가맹점주를 모집한다. 그리고 더 이상 가맹점주를 모집할 수 없는 시점에서 폐업을 한다. 이들 업계 은어로 ‘폭파’라고 한다. 상당수 업체들은 폐업 신고도 없이 사라진다. 한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요즘엔 가맹점주들도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어 아예 ‘창업 초기 반짝 특수를 누리고 권리금 받고 팔라’며 점주 모집을 하는 업체들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럼 그 가맹점을 권리금까지 주고 인수한 사람은 어떻게 되나. 폭탄 돌리기일 뿐이다.

◇가맹사업정보공개시스템을 잘 살펴보라

/인터넷 화면 캡처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국 4배, 일본의 2배에 달한다. 재취업이 어려운 한국의 고용시장 구조에서 어쩔 수 없이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서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특별한 기술이나 큰 자본이 없는 이들이 프랜차이즈 식당을 차린다. 그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떴다방들이 창업자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노린다. 프랜차이즈 전문가들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허위 과장광고를 조심해야 한다. 많은 프랜차이즈들은 ‘소자본 투자 고수익 보장’을 내세우지만, 절대 보장 따위 안해준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등록이 너무 쉽다. 때문에 위험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면 가맹본점 재무·사업 현황 등을 담은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예비 창업자들은 가맹사업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이 정보공개서를 열람할 수 있다. 떴다방의 광고와 달리 직영점 운영조차 안해본 검증되지 않은 업체라면 바로 돌아서야 한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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