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부터 영탁·김호중까지…“대기업 임원 정도 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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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작곡 팀 ‘알고보니 혼수상태’
4년 동안 장르 불문하고 약 300곡 작업
김호중 정규 앨범 총괄 프로듀싱 맡기도

영탁, 김호중, 이찬원, 홍진영······. 대세 트로트 스타들의 앨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알고보니 혼수상태’다. 알고보니 혼수상태는 김경범(35), 김지환(32) 작곡가가 2016년 구성한 팀이다. 팀을 구성한 지 4년 만인 2020년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작사·작곡 그룹으로 거듭났다.

알고보니 혼수상태를 수식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찐이야’ 작곡가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결승전 작곡가 미션에서 영탁이 부른 ‘찐이야’를 만든 사람이 바로 이들이다. 얼핏 보면 반짝 스타덤에 올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동안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 온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 ‘찐이야’ 외에도 ‘손가락 하트’, ‘눈물비’, ‘고맙소’ 등 이전에 작곡했던 노래도 자주 미스터트롯에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녹음실에서 만나 이들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알고보니 혼수상태 김지환(왼쪽), 김경범 작곡가./알고보니 혼수상태

◇‘샤방샤방’으로 데뷔한 김지환, 드라마 OST 주로 작업해 온 김경범

-각자 활동하던 두 사람이 어떻게 팀을 구성했나.

(김경범) “우연히 카페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당시 이루씨와 작업을 하느라 태진아 선생님과 통화 중이었고, 지환이는 송대관 선생님과 통화 중이었어요. 통화 중에 선생님들 성함을 부르는 것을 듣고 서로 신기해했죠. 그때 처음 인사를 했고, 이야기를 나눠 보니 너무 잘 통했습니다. 당시 인연이 이어져 이렇게 팀을 결성했어요.”

-팀 구성 전에는 주로 어떤 음악을 만들었나.

(김경범) “2006년 가수 페이지의 ‘다시 사랑해줘요’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주로 드라마 OST 작업을 많이 해 왔어요. ‘구가의 서’ OST인 ‘나를 잊지 말아요’, ‘왕가네 식구들’에 나온 ‘사랑인가 봅니다’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지환) “제 데뷔곡은 박현빈의 ‘샤방샤방’이에요. 샤방샤방은 사실 학교 과제물로 재미있고 위트있는 노래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든 노래였어요. 당시 ‘벅스·쥬크온 음악 장학금’ 프로젝트에서 1기 수상자로 선정된 후 관계자분들이랑 연결이 되면서 박현빈씨에게 곡이 갔습니다.”

2020년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즈 신한류 작곡가상을 수상했다./김지환 인스타그램

-데뷔곡부터 트로트였다. 왜 하필 트로트였나.

(김지환) “실용음악 하면 보통 재즈를 떠올리는데, 색다른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2007~2008년만 해도 세미 트로트가 인기가 많던 시기였습니다. 장윤정·박현빈 등 젊은 트로트 가수가 나오면서 트로트가 대중가요 중 한 장르로 사랑을 받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트로트를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도전했던 것 같아요.”

-팀을 결성한 후에는 주로 트로트 작업만 했나.

(김경범) “현재는 트로트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다양한 장르의 곡을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OST 작업도 하고 있고,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가수인 폴 포츠(Paul Potts), 국악 전영랑 명창과도 작업한 적이 있어요.”

◇가수에게 딱 맞는 ‘맞춤옷’ 만든다는 생각으로 곡 작업해

-팀을 구성한 후 처음 작업한 노래는.

(김경범) “송대관 선생님과 전영랑 명창의 듀엣곡인 ‘약손’으로 본격적으로 합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김지환) “저희 둘 다 할머니 손에 자랐는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작사·작곡한 곡이 ‘약손’이에요. 발매 직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미스트롯’ 결승전 인생곡 무대에서 정다경씨가 부른 후 1등을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의미 깊은 곡 중 하나죠.”

제대로 호흡을 맞춰 작업한 첫 노래였던 ‘약손’을 미스트롯에서 정다경씨가 부르는 모습./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작업 과정도 궁금하다.

(김지환) “어떤 곡은 제가, 어떤 곡은 형이 주도하기도 하면서 함께 완성물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파트 배분이 비교적 명확한 편인데요. 저는 흥, 형이 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경범) “보통 작곡하시는 분은 대부분 데모곡을 많이 갖고 계시는데요. 저희는 데모곡이 거의 없어요. 최근에 데모곡을 받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오는데, 정말 보내드릴 곡이 없어서 못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꼭 가수와 직접 미팅해보고, 그 친구와 얼굴과 이미지, 목소리에 맞는 맞춤 정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지환) “미리 곡을 만들어놓지 않는 이유는 무대 위에서의 가수와 실제로 보는 가수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노래할 때 목소리 말고 말하는 목소리도 들어보고, 이미지와 표정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곡을 만들고 있습니다. 노지훈씨의 ‘손가락 하트’도 마찬가지였어요. 지훈씨는 이국적인 외모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어요. 팝가수 리키마틴이 떠올랐고, 한국의 리키마틴을 한 번 만들어보자 해서 탄생한 곡이 ‘손가락 하트’입니다.”

-악상은 주로 어떻게 구상하나.

(김경범)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소재를 찾는 편입니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지만, 성인가요는 특히 아이템이 중요한 노래인데요. 그래서 이런 아이템으로 곡을 만들면 좋겠다 하는 아이디어들을 기록해두고, 가수와 미팅을 한 후에 저희가 모아놓은 아이템 중에 잘 어울리겠다 싶은 것을 찾아서 확장해가며 작업하는 편이에요.”

(김지환)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못 가고 있는데, 팀 구성 후 둘이서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는 여행 가서 좋은 가사도 생각해보고, 곡 작업도 하고 그랬습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발탁되기도

-‘미스터트롯’ 결승전 작곡가 미션에서 영탁이 부른 ‘찐이야’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지환) “미스트롯을 보면서 언젠가는 저 프로그램에 출연해 곡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바로 다음 프로그램에서 제안을 받아 꿈만 같았죠. 경연대회의 결승전 무대는 대한민국 최고의 쇼케이스 무대라고 생각했어요. 신곡으로 꾸미는 무대이기 때문에 한 번 듣고도 따라 할 수 있는 멜로디와 가사로 노래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샘플링한 이유도 대중들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였어요. 무대를 머릿속으로 상상해가면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미스터트롯 결승전 작곡가미션에서 영탁이 부른 ‘찐이야’를 만들었다./TV조선 방송화면 캡처

(김경범) “작곡가와 가수 미팅을 촬영하는 데 영탁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작업하면서 영탁씨가 부르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했었거든요. 노래와 딱 맞는 가수를 만났고, 가장 시청률이 좋은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무대를 저희 노래로 장식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또 이후 선거가 겹치면서 ‘찐이야’가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지훈의 ‘손가락 하트’, 조향조의 ‘고맙소’ 등 이전에 작업했던 노래도 자주 나왔는데.

(김경범) “트로트 붐이 불기 전부터 한 곡 한 곡 열심히 만들었던 게 빛을 본 것 같습니다. 한 곡 한 곡 작업할 때마다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어요. 발표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노래도 뒤늦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하루하루였고, 모든 게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영탁 외에도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이찬원, 김호중 등과 같이 앨범 작업을 했는데.

(김지환) “개인적으로 미스터트롯을 보면서 찬원씨를 응원했었는데요. 제가 신나는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까 저랑 닮은 부분이 많은 친구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에 드라마 OST ‘시절인연’을 함께 작업했는데 힘 빼고 발라드를 불러도 잘 부르고 나이에 맞지 않게 감성이 풍부한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다음에는 꼭 신나는 곡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김경범) “김호중씨와는 앨범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저희가 맡았는데 냇물이 흘러가듯이 걸림돌 없이 편하게 작업했습니다. 트로트뿐 아니라 성악과 국악 느낌의 곡, 발라드곡까지 15개 노래를 담았어요. 한 곡 한 곡 곡마다 장점을 잘 살려줘서 작업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성인가요 앨범으로 53만장이 팔리는 기록을 함께 세운 만큼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영탁뿐 아니라 이찬원, 김호중과도 곡 작업을 했다./김지환 인스타그램

-트로트 지역 대항전인 MBC ‘트로트의 민족’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고.

(김경범) “올해는 정말로 감사하게도, 저희가 꿈꿨던 일들이 하나둘 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심사위원도 그중 하나에요. 좋은 기회를 주신만큼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을 발굴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김지환) “저희 별명이 ‘뉴트로트 사냥꾼’인데요. 별명에 걸맞게 새로운 트로트 스타로 발전할 가능성을 중점으로 두고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추석 특집으로 특별편이 방송됐는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친구들이 나와서 녹화 내내 재미있었어요.”

‘트로트 민족’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고 있는 모습./MBC 방송화면 캡처

◇음악 재단 만들어 취약계층 아이들 돕고파

-저작권료 수입도 궁금하다.

(김지환) “저작권료도 종류가 많은데요. 현재는 코로나 여파로 영업이 중단되면서 노래방이나 유흥업소에서 나오는 저작권료가 확 줄었습니다. 대신 음원 스트리밍 저작권료는 늘긴 했어요. 1년 단위로 보면 제 또래보다는 많이 벌고 있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1년 단위로 보면 대기업 임원 연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편곡 작업만 하는 곡도 저작권료를 받나.

(김경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저작권료를 받긴 받습니다. 저작권 종류가 많은데 편곡자는 저작인격권을 갖지 않아 노래방 등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는 받기 어려워서 편곡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적습니다. 저도 편곡을 하고 있지만, 편곡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편곡자들은 저작권료를 많이 받지 못하는 만큼 편곡비는 꼭 주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 있다면.

(김경범) “코러스 세션으로 활동하다가 미스트롯으로 이름을 알린 김희진씨의 ‘차마’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별의 순간을 담은 곡인데 후반부에는 뮤지컬처럼 웅장한 느낌이 나거든요.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노래를 잘 소화해줘서 희진씨에게 딱 맞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지환) “홍진영씨의 ‘눈물비’입니다. 그 노래를 ‘미스터트롯’에서 정동원군이 불렀는데요. 미스터트롯 이전부터 동원군과 알고 지냈는데, 동원군이 ‘눈물비’를 부른 그 시점이 동원군 할아버지가 편찮으실 때였어요. 자신의 인생에서 우산이 되어주던 한 사람을 위해 노래하는 동원군을 보면서 마음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미스터트롯 방송 전에 다른 방송프로그램에서 정동원군을 만나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김지환 인스타그램

-목표는.

(김경범) “올해는 정말 저희가 그동안 꿈으로 간직해왔던 일들이 하나둘씩 이뤄지는 해인데요. 한 영화사에서는 저희의 노래로 스토리를 만들어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제안이 와서 현재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이름, 노래를 많이 알리고 트로트로 빌보드 차트를 진입해보고 싶습니다.”

(김지환) “최종적인 목표는 취약계층 아이들이 무료로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음악 재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목표가 같았기 때문에 저희가 한 팀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대전에서 보육원을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어요. 돈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나눔과 베풂에서 오는 행복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재단 설립이라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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