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비린내’ 리뷰에 “여친 100& 임신” 조롱한 사장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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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리뷰 하나로 신상 공개·협박
안 좋은 글 하나 남기면 “허위사실 유포” 
외국 게스트하우스 갔다가 목숨 위협까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배달 음식 리뷰에 대한 사장의 대응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9월30일 서울 동대문구 식당에서 배달을 주문한 A씨는 음식 맛을 보고 배달 앱에 글을 남겼다. 그는 “뚜껑을 열기 전부터 고기 비린내가 봉투 밖으로 진동하고 데리제육은 소금 맛만 났다”고 적었다. 또 “고기 조금 먹고 새벽까지 화장실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여자친구도 냄새를 맡고 기겁했다”는 등 실망스럽다는 후기를 썼다.

손님 리뷰에 여자친구가 임신했다고 받아친 사장과 며칠 뒤 올라온 사과문./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음식 상태를 비판하는 후기를 본 사장은 곧장 답글을 남겼다. 첫 문장은 ‘OO호 OO씨 축하드려요. 여자친구가 임신하셨나 보네요’였다. 사장 B씨는 “고기도 안 넣은 미역국에서 비린내가 나고 소금이 안 들어간 데리제육에서 소금맛만 나는 걸 보면 여자친구분 100% 임신”이라고 적었다. 이어 “음식이 이상하면 전화해서 보여주든 신고를 하지 왜 비겁하게 키보드 뒤에서 이딴 짓거리를 하느냐”라고 받아쳤다.

B씨의 답글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추가 답글에서 “내가 갈 테니 어떤 낯짝인지 보자”, “더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연락을 주든 인터폰을 켜두라”라며 신상 공개에 이어 협박성 문자까지 남겼다. 또 “OO에 사는 OO님께서 리뷰 장난질을 해서 OO동은 배달료 500원을 올렸다”고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B씨는 A씨를 ‘일베 악플러’라 부르기도 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배달 앱 리뷰란에 남긴 사장의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네티즌들은 해당 업체에 별점 1점을 주면서 “맛없고 냄새난다고 솔직히 말했다는 이유로 여자친구가 임신했다고 조롱하고 일베로 몰아가느냐”, “나도 별 하나 남겼는데 집으로 찾아올지 궁금하다”는 등의 후기를 썼다. 

네티즌들의 반응이 격해지자 사장 B씨는 “인상한 배달비 500원을 다시 내렸다”고 했다. “앞으로 자만하지 않고 음식 하나하나에 더 철저하게 신경을 쓰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평점 테러가 멈추지 않자 결국 10월 4일 “경솔했다”고 사과하며 당분간 영업을 쉬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대로 조리해서 나갔는데 일부러 악성 댓글을 단 줄 알았다”고 했다. 또 “장사한 지 아직 얼마 안 되는 초보 사장이라 한심한 짓을 벌였다”고 적었다. 그는 “맞대응하면 댓글을 지울 줄 알았다”고 했지만, 결국 자신이 가게 영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됐다.

한 치킨집 사장이 손님에게 남긴 답글./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맛없다’ 적으면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살해 협박까지

A씨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최근 배달 플랫폼에서는 리뷰 하나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거나 소송전을 치르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예를 들어 ‘고기 잡내가 엄청 심하다’는 말에 사장이 곧장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할 예정입니다’라는 답글을 남기는 것이다. 한 치킨집에서 음식을 주문한 C씨는 ‘배달이 한 시간이나 걸렸다’는 후기를 적었는데, 사장은 ‘항상 1시간 걸린다. 적응해달라. 아니면 부적응자 된다’와 같은 답변을 남겼다.

억울한 자영업자도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손님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별점 테러를 했다는 고민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일회용 젓가락이 고급스럽지 않다고 1점을 받았다”, “실수로 다른 메뉴를 주문했는데 진짜 다른 메뉴가 왔다고 혹평을 남겼다”, “냅킨 재질이 거칠다는 이유로 악플을 받을 때는 장사를 접고 싶었다”라며 고충을 토로한다. 이성적으로 리뷰 답글을 쓰는 법에 대한 조언을 담은 글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2018년에는 베트남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리뷰를 썼다가 살해 협박을 받은 사건이 일어났다./스브스뉴스 유튜브 캡처

배달업계뿐 아니라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음식보다 변수가 많고 평가 요소도 다양한 숙소 특성상 손님과 주인의 감정싸움이 격해지는 일도 일어난다. 2018년 10월에는 한국인 여성이 베트남 나트랑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고 리뷰를 썼다가 신상 공개에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작성자는 욕을 쓰지 않고 최대한 상세하게 후기를 적었지만, 업주는 손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리뷰를 그렇게 X같이 남기면 어쩌냐”라고 따지며 폭언을 내뱉었다. 사장은 세계 각지에 지인이 있다면서 “인맥을 총동원해 너를 죽이겠다”는 말까지 했다.

리뷰로 인한 업체와 손님의 갈등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2020년 7월 태국에서는 한 리조트에서 미국 여행객 웨슬리 반스가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리뷰를 남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반스는 숙박 예약 플랫폼에 별점 1점을 남기면서 ‘직원이 손님에게 무례하다’, ‘아무도 웃지 않는다’는 등의 글을 썼다. 그러자 리조트 측은 손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입국 경찰에 붙잡혔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반스는 재판을 앞두고 있다. AFP통신은 9월 28일 “재판부가 반스의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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