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이 LG의 성장 비결을 공부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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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을 수식하는 여러 수식어 중 하나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알록달록 단풍이 드는 가을은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읽기 딱 좋은 계절이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야외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집에서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는 이들도 많다. 일부 대기업 총수들도 임직원들에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고 나섰다. 과연 그들이 어떤 책을 추천했을까. 회장님이 고른, 일명 회장님 ‘픽’ 책을 알아봤다.

◇신동빈, LG생활건강 성장 비결 분석한 ‘그로잉 업’ 추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9월 말 임직원들에게 ‘그로잉 업’을 추천했다. 이 책은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15년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LG생활건강의 성장 비결을 분석한 책이다. 그 중심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의 추천 책인 ‘그로잉 업’./조선DB, 네이버 캡처

홍성태 교수는 ‘그로잉 업’에 차석용 부회장이 직접 밝힌 경영철학과 임직원의 목소리를 담아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전략을 담았다. 차 부회장은 2004년 말 LG생활건강의 CEO로 스카우트됐다. 코카콜라 인수부터 시작해 약 30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고, LG생활건강은 사드 보복 사태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신 회장이 다른 그룹의 성공 사례가 담긴 책을 추천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차 부회장처럼 CEO급 인사 스카우트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코로나로 인한 저성장 시대에서 임원들이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찾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있다.

◇정용진은 직접 구매한 책 SNS에 올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9월7일 자신의 SNS에 책 3권 사진을 올렸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의 ‘초격차: 리더의 질문’과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쓴 ‘투자의 모험’,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의 ‘빅체인지, 코로나19 미래 시나리오’다. 정 부회장은 책 사진과 함께 “추석에 읽을 도서 구입”이라고 적었지만, 직원들은 사실상 추천 도서로 받아들였다.

추천 책 중 하나인 ‘초격차: 리더의 질문’에는 권오현 상임고문이 반도체 산업 현장과 경영 일선에서 활동한 경험이 담겼다.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삼성에 입사한 후 삼성전자 회장 자리까지 오른 권 상임고문은 자신의 조직 경영 전략을 담은 ‘초격차’를 발간했고, 책은 20만 부 이상 팔렸다. 2년 후 권 고문이 다시 한번 리더들의 실질적 고민과 현실적 문제에 답하기 위해 집필한 책이 ‘초격차: 리더의 질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그거 직접 구입했다며 SNS에 올린 책 3권./조선DB,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 외에 ‘투자의 모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투자 비법을 담고 있는 책이고, ‘빅체인지, 코로나19 이후 미래 시나리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망을 담은 책이다. 3권의 책 모두 경영과 관련된 서적을 추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 부회장이 코로나19로 닥친 위기 속에서 조직을 어떻게 이끌고, 앞으로 어디에 투자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름휴가 때 직원들에게 책 4권 선물한 정몽규

임직원들에게 직접 책을 선물한 오너도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다. 정몽규 회장은 올해 여름휴가 때 직원들에게 4권의 책을 선물했다. 제프리 페퍼의 ‘파워’, 로버트 앨런 아이거의 ‘디즈니만이 하는 것’, 대니얼 J. 레비틴의 ‘석세스 에이징’, 라이언 홀리데이의 ‘스틸니스’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책은 로버트 아이거 월트 디즈니 컴퍼니 회장의 자서전인 ‘디즈니만이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디즈니가 왜 픽사·마블·루카스필름·21세기폭스 등 대규모 M&A를 추진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틀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이 경영 전략을 재정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그가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 중 1권인 ‘디즈니만이 하는 것’./HDC그룹 홈페이지, 네이버 캡처

정 회장이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 회장은 5월 신입사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책을 선물했다.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다. ‘팩트풀니스’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10가지를 밝히고, 세상이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와 통계로 증명한 책이다. 2018년 빌 게이츠가 미국 모든 대학 졸업생에게 선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사실에 근거해서 세계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습득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앞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HDC의 주역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자열, 매년 신임 임원에게 책 선물해

매년 신임 임원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회장도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은 2013년 LS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매년 신임 임원들과 대화 시간을 마련하고, 이 자리에서 책을 선물하고 있다.

2017년에는 임원들에게 일본 교세라 창립자이자 명예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불타는 투혼’을 선물했다. 일본항공 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교세라와 KDDI, 일본항공 경영자로 지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경영과 경영자의 자세를 짚은 책이다. 구 회장은 책을 선물하면서 “새로 임원이 된 사람들이 꿈의 배포를 한층 키워 스스로 오너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해달라”고 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그가 2017년 신임 임원들에게 선물한 책인 ‘불타는 투혼’./조선DB, 네이버 캡처

2018년 말에는 ‘논어를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최고의 질문’ 두 권을 선물했다. 그는 “유언실행, 즉 말을 했으면 행동으로 지킴으로써 신뢰를 쌓고, 그를 통해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리더로서 인정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에는 홍의숙 인코칭 대표의 ‘리더의 마음’과 이나모리 가즈오의 ‘살아가는 힘’,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을 선물했다.

◇정의선은 아마존 경영 전략 담은 책 추천사 쓰기도

직접 책의 추천사를 쓴 CEO도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7월 아마존의 경영 전략을 담은 ‘포에버 데이 원’ 추천사를 썼다. 이 때문에 임직원들에겐 CEO의 추천 도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불황 속에서 오히려 급성장하면서 현재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포에버 데이 원’은 아마존의 여섯 가지 경영 전략을 담고 있다. 고객 집착 비즈니스 모델, 인재풀을 확대하는 촘촘한 채용 시스템, AI 기반 데이터 및 측정 지표 시스템, 언제나 Day 1 문화 등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그가 추천사를 쓴 ‘포에버 데이 원’./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 캡처

정 수석부회장은 추천사에서 “모든 일이 고객에게서 시작돼 고객으로 끝나는 회사. 하루하루를 `Day 1`으로 시작하는 설렘과 생동감이 충만한 조직. 아마존의 이러한 조직문화는 오늘날과 같은 격변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가릴 것 없이 흔들리지 않고 지켜내야 할 경영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창업기의 건강한 조직 문화를 되살리고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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