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만원짜리 삼성 냉장고, 전 여기서 120만원에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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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한 번 뜯었을 뿐인데… 최대 90%까지 할인

흠 좀 있으면 어때? 리퍼브 시장 1조원대 성장

불경기에 코로나까지… 젊은층 실속형 소비 선호

이곳에 가면 정가 115만9000원짜리 LG전자 울트라 노트북을 50만원대에 ‘득템’할 수 있다. 345만원짜리 한샘 소파를 160만원대에, 240만원짜리 삼성전자 양문형 냉장고(306ℓ)를 120만원대에 살 수 있다. ‘리퍼브(Refurb)’ 매장 얘기다. 이렇게 환상적으로 저렴하게 파는 것은 판매 상품이 완전 새것은 아니라서다. 그럼 중고품? 그것도 아니다. 리퍼브는 ‘refurbished’의 준말이다. 우리말로 ‘손질한 상품’ 정도가 되겠다. 성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운송 과정에서 손톱만한 흠집이 생긴 냉장고, 매장에 전시됐던 TV, 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상품 등을 일컷는다. 이런 작은 하자나 이력 때문에 50% 할인은 기본이고 최대 90%까지도 깎아준다. 요즘 이런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리퍼브 매장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유통업계는 국내 리퍼브 시장 규모가 최근 1조원을 넘겼다고 보고 있다.

◇집에만 있다보니 필요한 것 천지… 저렴한 가전·가구 인기

유명 리퍼브 매장의 내부 전경. 박스조차 뜯지 않은 물품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조선DB

리퍼브 매장은 전형적인 불황형 콘텐츠다. 경제가 안좋으니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리퍼브 매장에 나온 상품들은 정상 제품과 성능에서 차이가 없다.(차이가 있으면 여기 못온다) 약간의 흠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어디에 흠이 있나’ 유심히 살펴야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정상제품’으로서의 상품가치는 훼손됐기에 저렴하게 판매되는데, 정상제품이란 것이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데 온전한 상품가치를 따질 여유가 없다.

코로나19 사태 역시 리퍼브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에 큰 몫을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자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직장인들도 재택근무를 한다. 식당 대신 집에서 삼시세끼 챙겨먹고, 헬스장 대신 거실에서 ‘홈트’하고, 극장 대신 TV로 영화를 본다. 매일 쓰는 각종 가구와 조명·벽지, 영상기기·주방기기 등 가전이 다시 보인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영민(37)씨 사례를 보면 리퍼브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영민씨는 최근 리퍼브 매장에서 75인치 TV를와 고급 사운드바를 ‘질렀다’. 초대형 화면으로 영화보는 것이 낙인데, 코로나 때문에 극장엘 못가서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물론 원두콩을 갈 때 쓰는 글라인더도 갖췄다. 역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그렇다. 혼술용 안주를 만들 때 쓰려고 에어프라이어와 수비드머신(저온조리기)도 갖췄다. 그는 “정상제품으로 사자니 돈도 많이 들고 언제 결혼할지도 몰라 리퍼브 매장에서 장만했다”고 말했다. 집콕 생활로 가구와 가전, 인테리어, 생활용품 등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는 것이다.

◇리퍼브 상품 인기에… 이월상품도 리퍼브 매장서 팔릴 정도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리퍼브 매장. /인터넷 화면 캡처 

AJ전시몰, 올랜드아울렛 등 리퍼브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2017년 100여개에서 지난해 400여개까지 확대될 정도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롯데쇼핑도 현재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이천점과 롯데아울렛 광교점, 롯데몰 광명점 등에서 리퍼브 전문점인 ‘프라이스홀릭’ ‘리씽크’ 등을 운영하고 있다.

리퍼브 상품이 인기를 누리다보니 리퍼브 상품이 아닌 단순 이월상품까지도 이 매장에 온다. 일종의 ‘하향지원’인 셈이다. 유통업계는 앞으로도 리퍼브 상품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층의 소비성향에 부합한다고 여긴다. 성능과 만족감만 준다면 신제품인지 리퍼브인지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리퍼브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 앞으로 리퍼브 매장의 인기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리퍼브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할인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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