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만 하고 절 못올리던 여성들에게 날아든 희소식

67

잘못 알고 있는 명절 예법들
조선때도 전염병 창궐하면 차례 건너뛰어
차례상에 놓는 음식도 정해진 것 아냐

8월 중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지면서 추석 풍속도 바꾸고 있다. 정부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 기간 동안 안정세로 돌아선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까 긴장하고 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최근 2주간 20%대를 유지하고 있고, 각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월27일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들도 귀향을 포기하면서 정부 방역 대책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서울시민 4명 중 3명이 추석 연휴 기간 서울에만 머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명절에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고, 예법상 맞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조상들은 전염병이 도는 상황에서도 함께 모여 명절을 지냈을까. 지금처럼 감염병이 퍼지는 시기에는 조상들도 차례나 제사를 건너뛰었다. 이처럼 잘못 알고 있는 명절 예법을 문답으로 정리해봤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석 이동 자제를 호소하며 “저를 파세요”라는 취지로 제작한 홍보물./정 총리 페이스북

◇조선 시대 때도 전염병 돌면 차례 안 지내

Q. 명절에 모이지 않는 것은 예법상 어긋난다?

정답은 X. 조상에 대한 예를 지키기 위해 꼭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차례를 지낼 필요는 없다. 형편이 되는 곳에서 차례를 지내면 되고, 여의치 않다면 건너뛰어도 된다. 굳이 차례를 지내기 위해 온 가족이 모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 조선 시대에도 전국적으로 역병이 돌면 차례나 기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한국국학진흥원은 15일 소장 일기자료 가운데 역병이 유행하는 탓에 설과 추석 등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이 담긴 일기를 다수 공개했다. 조선 중기 문신인 초간 권문해가 쓴 자필 일기를 보면 1582년 2월 15일 ‘역병이 번지기 시작하자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하였다’고 쓰여 있다.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유행하는 탓에 차례를 지내지 못해 조상님들께 송구스럽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조선 중기 문신 계암 김령 역시 계암일록에 1609년 5월 5일 ‘역병 때문에 단오 차례를 중단했다’고 적었다. 안동 풍산의 김두흠도 1851년 3월 5일 일록에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하여 제사를 행하지 못하였다’고 했다.

사진은 풍산김씨 참봉댁의 일록. 한국국학진흥원은 역병이 유행한 탓에 설, 추석과 같은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이 담긴 일기를 공개했다./한국국학진흥원

이처럼 예로부터 집안에 상(喪)을 당하거나 환자가 생기는 등 우환이 닥쳤을 때는 차례는 물론 기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조상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차례와 기제사는 정결한 상태에서 지내야 하는데 전염병에 의해 오염된 환경은 불결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전염의 우려가 컸기 때문에 사람 간 접촉을 줄여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국학진흥원 관계자는 비대면 방식으로 차례를 지내는 것도 예법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조선 시대 홍역과 천연두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파괴력이 강한 전염병”이라며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기 위해 조선 시대 선비들처럼 과감하게 추석 차례를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절 제사는 없어, 차례는 한 곳에서만 지내야

Q. 명절 제사? 차례? 헷갈리는 명칭 정답은?

정답은 차례다. 명절 제사라는 개념 자체도 없다. 유교에는 조상이 돌아가신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만 있다. 하지만 제철 음식을 후손들만 먹는 것이 죄송스러워 조상께도 음식을 올리면서 ‘차례’ 문화가 생긴 것이다.

Q. 차례를 큰집과 작은집, 두 곳에서 따로 지내도 되나?

안된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대신 간소하게 집에서 따로 차례를 지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차례에 불참할지언정 다른 곳에서 두 번 지내는 것은 피하는 것이 맞다.

Q. 장남 혼자 차례를 책임져야?

이는 오해다. 장남이 차례와 제사를 맡아서 지내야 한다거나 음식은 한 집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모두 잘못 전해진 예법이다. 과거 조상들은 각자 음식을 준비해 오거나 제사 일부를 나눠 맡기도 했다. 여자는 음식만 만들고 차례·제사상에 절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못 전해진 내용이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명절에 여성들만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MBC 캡처

◇차례상은 제철 과일 등으로 간소하게

Q. 차례상은 성대하게?

정답은 X다. 조율이시(대추·밤·배·감)나 홍동백서(붉은색 음식은 동쪽, 흰색 음식은 서쪽에 놓음), 어동육서(생선은 동쪽으로, 고기는 서쪽으로)··· ‘명절 상 차리는 법’은 해마다 명절 때면 빠지지 않고 인기 검색어에 등장한다. 하지만 예법상 올려야 하는 차례상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공식처럼 외우고 있는 조율이시·홍동백서 등 차례상 규칙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근거가 없는 규율이다. 공식적인 기록은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1969년에 발행한 ‘민속종합조사보고서’가 처음이다. 보고서에서는 이를 전남 지역의 일부 사례라고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록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차례상의 공식처럼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차례상 차리는 법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왼쪽)와 지난 설에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으로만 차린 차례상(오른쪽)./네이버 캡처, 조선DB

추석 차례상은 송편과 제철 과일 1~2종류만 올리면 충분하다. 율곡 이이가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편찬한 격몽요결을 보면 ‘차례상은 계절에 맞는 음식 몇 가지를 형편껏 올리라”고 나와 있다. 조선 예법의 뼈대였던 중국 주자가례, 이를 바탕으로 조선 시대에 편찬한 가례집람, 사례편람 등의 예서에서도 차례 상차림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조선 후기 너도 나도 양반 경쟁을 벌이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글 CCBB 라떼

img-jobsn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