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내고 잡일만 하는 한국 대학원생들이 안타까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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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컨설팅사 창업한 정시영 전 싱가포르경영대 교수

논문 지도는 못받고 교수 연구에만 동원되는 경우 허다

연구 우수한데 논문을 못쓰는 학생 위한 서비스 출시

고려대 학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사, 코넬대 박사, 싱가포르국립대(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교수… 정시영(51) 전 싱가포르경영대(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 교수의 스펙이다.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15년간 해외 명문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런데 정 전 교수는 학교를 떠나 지난해 대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논문 지도를 해주는 컨설팅업체 ‘에이스논문컨설팅’을 설립했다. 그 좋다는 교수 자리를, 그것도 해외 명문대 교수를 마다하고 대체 왜 이런 생소한 일에 도전한 것인지 궁금했다.

-논문컨설팅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

정시영 에이스논문컨설팅 대표. /에이스논문컨설팅

“말 그대로 논문 작성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다. 우선 논문 주제 선정을 돕는다. 실증 연구가 가능하고 학문적으로 의미가 있는 아젠다를 주제로 삼도록 한다. 이어 선정한 주제에 적합한 이론과 개념·공식을 제시해준다.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한 설문지 작성, 실험 디자인 등도 지도해준다. 또 학술 연구에 적합한 글쓰기와 인용도 지도해준다. 논문을 대신 써주는 대필 같은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방법론을 가르쳐주는 컨설팅을 한다.”

-어떤 계기로 논문컨설팅을 시작하게 됐나?

2017년 안식년을 맞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머물렀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부업을 찾다가 우연히 논문컨설팅을 알게됐다.

주로 한국 학생들의 학위 논문을 컨설팅해주고 영어로 윤필(潤筆)해주는 일을 도왔다. 이즈음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 중개 플랫폼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와이젠트(Wyzant) 같은 튜터링 플랫폼을 통해 논문컨설팅을 해주는 전문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 대학보다 그 수요가 더 컸다.”

-왜 한국 학생들이 컨설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인가?

2016년 싱가포르경영대 재직 당시 교내 저널 표지에 등장한 정시영 대표(가운데) /인터넷화면 캡처

“처음 컨설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를 찾아온 학생들이 능력이 부족해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나본 학생들의 모습은 예상과 너무도 달랐다. 공부에 대한 열망도 컸다. 그런데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면 당연히 배웠어야 할 사회과학 조사방법론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대학원 생활을 들어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지도교수가 한 학기 동안 논문 몇 개 던져주면서 읽어보라고 한 것이 다였던 학생도 있다. 이렇게 방치된 상황에서 지도교수의 업적 쌓기에 동원되거나 ‘잡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가르침을 받지 못했는데, 결과를 요구받는 것이다. 이밖에도 학교를 떠난지 오래돼 혼자 논문에 도전하기 어려운 30~40대, 국제학술지 등에서 선호하는 미국 데이터를 수집하고 싶은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 등도 우리를 찾는다.

-실제 컨설팅을 받은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우리는 일단 학생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부터 찾아본다. 그 관심사가 연구 가능하면서 유사한 연구가 거의 없는지 살핀다. 해당 분야의 우수한 최신 이론을 찾아서 매칭해준다. 논문이 계속 반려당하던 학생이 우리 컨설팅을 받은 후 한 번에 통과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 뿌듯하다. 분야는 주로 사회과학이 많지만, 교육학·경영학·예술학 분야 등도 컨설팅을 해준다.”

-컨설턴트로서의 목표는?

싱가포르경영대 교수 시절 제자들과. /에이스논문컨설팅 제공

“그동안 한국에도 논문컨설팅 업체가 있긴 했다. 그런데 컨설턴트의 자격이나 경력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다보니 묻지마식 컨설팅이 이뤄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심지어 컨설턴트가 김박사·이박사 처럼 가명을 쓰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살면서 필요한 다양한 학문과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논문 작성도 배울 수 있다면 좋지 않은가. 논문컨설팅을 양성화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또 이를 통해 우리나라 학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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