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싫었던 촌놈, 서울서 가장 달콤한 남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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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 때 처음 상경해 마주한 서울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높은 빌딩 틈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삭막함을 느꼈다.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학업과 일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벗어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심에서 농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우연히 눈에 들어온 건 꿀벌이었다. 도시 양봉을 시작해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대 22곳에서 도시양봉장을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 ‘어반비즈서울’(bit.ly/32SWdw9) 박진(38) 대표의 이야기다.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어반비즈서울 제공

박진 대표는 도시에서 꿀벌을 키우고 있는 전업 도시 양봉가다. 전북 부안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에 처음 발을 디뎠다. 복잡한 도시 생활 속 지하철 타는 것도 어려웠던 그는 당장이라도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다고 한다.

“19살 때 처음 서울에 왔어요. 그때가 추운 겨울이었는데 서울의 첫인상은 정말 삭막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강렬했어요. 대학만 졸업하면 벗어나겠다고 다짐하면서 귀농·귀촌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고 일을 시작하다 보니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힐링할 수 있을 만한 게 없을까 고민하던 중 도시농업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주말농장에서 상추를 심었지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더 역동적인 걸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꿀벌이 사라졌을 때를 가정한 사진 한 장을 봤습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크게 줄어 마트 풍경이 달라진다는 내용이었어요. 우리가 먹는 음식과 꿀벌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식물은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주는 덕분에 수분(꽃가루받이)해 열매를 맺기 때문이죠. 농작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꿀벌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개체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걸 알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꿀이 저장된 벌집판을 들고 있는 박 대표./어반비즈서울 제공

자연스레 도시 양봉에 관심이 생겼고, 그때부터 양봉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양봉은 도시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을 줍니다. 양봉장 한 곳이 생기면 주변 꽃 발화율이 2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벌의 활동반경이 약 20km인데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꽃가루를 옮깁니다. 꽃이 피면 곤충이 모이고, 곤충을 잡아먹는 새들도 모여요. 양봉장이 도시 재생에 기여한다는 걸 알았어요.

양봉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면서 벌 키우는 법을 배웠고, 부족한 부분은 연구 논문이나 해외 양봉 사례를 보면서 공부했어요. 그러다 문득 해외에서는 도시 양봉 사례가 많은데 서울엔 왜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사회적기업을 연구하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우체국 쇼핑에서 5년간 근무하다 도시 양봉을 사업화해 도시 재생에 기여하고 싶어 2013년 ‘어반비즈서울’(bit.ly/32SWdw9)을 창업했습니다.”

어반비즈서울은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대 22곳에서 도시양봉장을 운영 중이다./어반비즈서울 제공

‘어반비즈서울’은 2013년 서울 노들섬을 시작으로 공공기관·기업과 협업해 기업 사옥 옥상 등에 벌을 키워 꿀을 수확하고 있다. 또 CJ대한통운,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과 손잡고 서울 도심의 꿀벌 보호를 위한 양봉장을 설치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숲공원, 국립과천과학관, 서울 노을공원 꿀벌체험장, 명동 유네스코 회관, 이비스버젯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등 서울과 수도권 일대 22곳에서 도시양봉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일반인을 위한 양봉 교육 및 체험 행사도 운영 중이다. 또 도시 양봉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어반비즈서울 제공

-도시 양봉장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양봉 관련 조례가 없어요. 해외 조례 중 일부를 참고해 쓰고 있습니다. 꿀벌의 먹이가 충분한지, 사람들이 안전한지 등 20여 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양봉장 입지를 정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장소에 두는 벌통 개수를 최대 10통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요. 한 통에 벌 2만 마리 정도가 삽니다. 또 사람이 사는 곳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살펴보고 거리 제한을 둡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원 문화가 발달한 외국과는 달리 다세대주택이 많습니다. 주거 지역을 피해 대부분 상업지구나 준상업지역에서 키웁니다.” 

양봉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양봉 교육 및 체험 행사도 운영 중이다. 또 도시 양봉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여명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생태계와 환경에 관심있는 사람, 새로운 취미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 수익창출 부업이나 창업을 꿈꾸는 사람,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 등이 주로 찾는다. 교육을 받고 실제로 도시에서 벌을 기르는 교육생도 많다. 또 사회적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전업 도시 양봉가를 양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벌 구조활동인 ‘BEE119’도 진행하고 있다. 소방서에 벌집 제거나 벌 쏘임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소방관 대신 현장에 가서 벌을 구조한다. 구조한 벌은 도심 양봉장에서 키운다. 올해부터는 산림청, 아모레퍼시픽과 연계해 ‘허니DNA’라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지역마다 생산된 꿀을 분석해 도시지역의 식생을 연구한다.

또 도시 양봉으로 수확한 꿀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꿀 젤리 스틱을 개발해 론칭했다.

“꿀에는 항산화에 좋은 폴리페놀, 칼륨 등 무기질뿐 아니라 아미노산, 비타민B 등 다양한 영양소가 있어요. 항염, 항산화, 면역력 강화 등 여러 효능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꿀을 더 간편하게 먹었으면 했어요. 직접 양봉한 천연 꿀 30%를 함유한 젤리(bit.ly/32SWdw9)를 개발해 남녀노소가 부담없이 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도시에서 수확한 꿀은 안전한가요?

“꿀벌은 건조하고 따뜻한 환경을 좋아합니다. 고온 건조한 도시는 꿀벌이 살기 좋은 환경이에요. 또 꿀벌에게 치명적인 농약 등을 살포한 곳이 농촌보다 적어 꿀벌이 살기에 더 안전합니다. 농사를 많이 짓는 농촌에서는 농약을 많이 뿌릴 수밖에 없고, 꿀벌이 농약에 중독돼 죽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또 도심에는 꿀벌의 먹이가 되는 식물이 풍부합니다. 시골에는 농작물의 단일 재배로 꿀벌의 먹이가 한정적입니다. 녹색 사막이라고도 해요. 우리 눈엔 푸르른 작물이 많아 보이지만 꿀벌로선 먹을 게 없는 거죠. 도심 속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먹고 자란 꿀벌은 다양한 맛과 향, 색상을 가진 꿀을 만들어 냅니다.

꿀벌은 자체적으로 중금속과 대기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정화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꿀 성분 검사를 거쳤고, 중금속이나 농약 성분 등 유해물질이 없어 먹어도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도심 양봉은 일부 전업 양봉업자처럼 항생제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벌에게 설탕물을 먹이지 않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도시 양봉을 하는 박진 대표./어반비즈서울 제공

-벌꿀 수확량이 궁금합니다.

“작년엔 벌꿀 1.2톤을 수확했어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벌통당 일 년에 20kg 정도가 나옵니다. 꿀 판매 수익의 일부는 도시에 나무를 심거나 꿀벌 정원을 조성하는 데에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요.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어반비즈 제주’를 준비하고 있어요. 또 지금까지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서비스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강화해 소비자에게 좋은 꿀과 꿀 가공품을 소개하고 싶어요.

장기적인 계획은 저소득국가의 해외 화전민 대상으로 양봉 교육을 해 양봉업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나무를 베는 게 아니라 나무를 심어 벌을 키우고 꿀을 수확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양봉으로 사람과 도심 생태계를 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습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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